지난 6월 19일자 동아일보에 "부안 변산 마실길 걷기"라는 제목의 르포기사가 실렸다.그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북 부안 변산은 바다와 들판사이에 있다. 누에처럼 낮고 길게 엎드려 있다. 양쪽 옆구리가 모두 열리고 닫힌다. 전동차 자동문 같다. 바깥쪽이 바다이고(외변산) 안쪽이 들(내변산)이다. 한쪽에선 파도가 어미 젖을 빠는 강아지들처럼 구물구물 달려들고 그 반대편에선 곡식들이 우우우 자란다.
해안 절벽바위는 잘게 썬 무채다. 시루떡이 켜켜이 겹쳐 있다.수만권의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바다는 떡을 먹으려, 혹은 책을 읽으려 우르르 몰려왔다가 스르르 물러간다. 바닷물은 칙칙하다.멸치젓국물 같다"
이어서 기사는 부안군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모임"이 6월 21일 변산"마실길" 제1코스 개통에 맞춰 걷기축제를 갖는다는 예고로 이어진다.
그 기사를 보고 자연경관을 저토록 시처럼 묘사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기사를 오려들고 기사에서 예고한 마실길 개통축제에 참여하고자 이른 아침 버스 출발지인 양재역으로 나갔다. 양재역 환승구역에서 우리땅 걷기의 고참회원인 구름재님을 만났다. 우리땅 걷기 모임에 처음 참여하는 아내가 여러가지 모르는 것도 많고 낯설어 할 텐데 참 잘되었다.
일기예보가 순조롭지 못해서인가 두 대의 버스에 빈자리가 꽤 있는 모양이다. 날씨가 좋기만 바라면서 아내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7시 30분에 양재를 떠난 버스가 걷기행사의 출발지인 새만금 전시장에 도착한 것은 거의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전시장에는 들러 볼 새도 없이 주최측의 독촉을 받으며 바닷가로 이동한다.
<배낭에 "우리 강산을 두발로 걷는다"라는 표지를 달고 걷기 시작한다.>
전시관 맞은편 언덕 위에 "우리땅 걷기 회원 여러분 변산 바닷가 길 마실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 앞에서 간단한 행사를 하였다. 행사장에는
부안군수와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도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신정일 선생의 소개로 나와서 인사를 하는 부안군수-우리가 부안에 마실 온 것을 환영하며 부안 변산 마실길을 잘 만들겠노라는 다짐을 하였다. 지역의 장이 그런 다짐을 하는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관청이 이런 일에 개입하면 공연히 일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만을 능사로 아는 공무원들이 아름다운 마실길에 시멘트로 떡칠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였다.>
간단한 세레모니를 하고 플래카드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우리는 바로 걷기에 나섰다.오늘 걷기 코스는 새만금 전시관을 출발하여 변산해수욕장과 고사포해수욕장을 지나 젹벽강과 수성당, 채석강이 있는 격포항까지 18km라고 한다. 6월 15일부터 6월19일까지 닷개동안 제주도 올레코스 걷기를 하고 온 우리부부가 과연 18km를 잘 걸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선두그룹을 따라서 걷기 시작하였다.
<걷기 시작한 우리 눈앞에 아름다운 변산의 바닷가의 모습이 자태를 들어낸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일행들>
<다시 언덕위의 길로 들어선다.이 길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해병대가 지키던 곳이다. 곳곳에 철조망이 있고 교통호와 개인호가 있다.우리는 군인들이 교통호로 파놓은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이와같은 콘크리트 진지도 있다. 진지가 있는 곳은 경계의 효율을 위해 그러했겠지만 아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신정일 선생은 이 진지를 헐지 말고 진지의 지붕 위에는 전망대를 ,진지내부는 토속주나 전통차를 파는 곳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 분다운 발상이다.얼마나 멋지겠는가?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다시 바닷가로 내려간다. 이곳은 대항리 해수욕장이다.부안 변산 마실길은 바닷길과 산속 숲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바닷길은 해수욕장의 모래밭과 갯바위가 번갈아 얼글을 들어낸다. 오늘 처음 만난 구름재님과 아내는 금새친구가 되어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걷는다.>
<대항리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 넓은 사육장안에서 줄지어 몰려다니는 얼룩돼지가 앙징맞도록 예쁘다. 돼지가 저리 깨끗한 것을 처음보았노라고 야단들이다.>
<바닷가 갯바위 위에 세워진 묘비. 고인이 어지간히 바다를 좋아하였던 모양이다.-전주에서 온 어떤 분이 저런 묘를 전라도말로 묏동이라 부른다고 가르쳐 준다.>
<이런 포구도 지난다.>
<산길을 가다가 산딸기를 만나면 길을 멈추고 딸기 따먹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시멘트 포장길도 걷는다.>
<바다를 내려다 보며 걷는 길-저멀리 보이는 것이 새만금 방조제일 것이다.>
<아름다운 갯바위 길-그러나 지금이 밀물때라 서둘러야한다. 밀물이 갯바위를 삼켜버리면 바닷길을 벗어나서 육지쪽으로 멀리 우회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길걷는데 조수와의 속도전을 벌이는 것도 재미있다.>
<늘 앞장서서 걷는 신정일 선생이 넓적한 갯바위에 앉아 우리땅 걷기 페난트를 펼쳐놓고 기념사진 찍자며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사진찍기에 별 관심이 없는지 사람들이 모이지를 않는다.>
<다시 숲길로 올라온다. 올라오는 길에는 용케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남의 밭도랑도 지난다.>
<조개무덤도 나타난다.>
<다시 바닷가 길-변산해수욕장이다. 지금은 우리외에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지만 좀 있어 7월이 되면 이곳은 어린이들의 천국이 될 터이다.>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버스를 불러타고 격포항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이곳에 와서 걷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격포항의 수협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이 식당은 꽤나 규모가 커서 수백명의 인원도 꺼뜬히 수용할 수 있겠다. 우리일행이 다 들어섰는데도 식당은 반도 안찼다. 1시가 다된 시각이라 시장해서인지 생선매운탕 백반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테이블 당 한 병씩의 "뽕주"도 주었다.>
<우리가 식사를 한 격포항-이제까지 본 어떤 포구보다도 규모가 크다.>
<점심 식사후 다시 점심전에 왔던 변산해수욕장으로 이동하여 걷기 시작한다.>
<해수욕장을 지나 다시 철조망 처진 해병대길로 들어선다. 해병대길은 덥고 답답하다. 깊게 판 교통호를 지나는 것이라 바다도 안 보이고 바닷바람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길에서는 진한 풀향내를 맡을 수 있다. 어떤 특정한 풀의 향기가 아닌듯하다. 모든 풀에서 나는 향내가 모듬이 되어 맡아지는 그런 향기인데 나는 풀향기가 그토록 좋은 줄은 이제까지 몰랐었다.>
<중간 중간에 이런 개인호도 보인다.>
<아주 쇠락해 버린 진지>
<다시 바닷길로-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모두들 와 시원하다를 연발한다.>
<운상리 마을을 지난다. 구름위에 있는 마을이란 뜻인데 그다지 경치가 좋은 줄은 모르겠다.>
<이 마을 언덕길에 오래만에 보는 당근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잘자란 파가 있는 밭도 지난다. 파를 건드릴까 무척 조심하며 걷는다>
<고사포해수욕장에 도착-고사포해수욕장은 해변의 길이가 2km나 되고 해수역장에 인접해서 300m의 울창한 솔밭이 있어 야영하기게도 좋게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즐거워한다.>
<고사포해수욕장앞에 작은 섬이 있는데 하섬이라고 부른다. 하(鰕)섬은 그 모양이 새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간만의 차이가 큰 때에는 물이 많이 빠져서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고사포 해수욕장앞의 솔밭>
<드디어 채석강에 도착하였다. 만권서적을 켜켜이 쌓아 놓은 것같다는 채석강. 보면 볼수록 신비하다..>
<채석강옆에는 이처럼 잘 다듬어 놓은 듯한 차돌바위도 있다. 채석강과 지척인데 어찌해서 바위의 모습이 이토록 다를 수 있는지 신비롭다.>
<수성각 가는 길.길가 바위틈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수성각-이 작은 전각은 서해바다를 돌보는 수호신인 수성할머니의 제를 지내는 사당이다. 신정일 선생은 여기서 일행들을 모아놓고 구수한 입담으로 수성할머니의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채석강 위편에 있는 수성각에서 대명리조트를 바라보며 내려온다. 드디어 오늘의 걷기가 끝났다.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그 옆에는 시원한 홍삼막걸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 시원하다!>
<가까운 잔디밭 광장으로 이동하여 오늘의 마실길 걷기 총평을 한다. 앞으로 더욱 마실길을 잘 가꾸고 정비해서 다음번에 여러분이 오실 때에는 오늘 나타났던 미비점이 완전히 개선도어 있도럭하겠다는 관계공무원님의 다짐을 듣는 것으로 오늘의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부안군의 특별한 배려로 새만금 방조제를 통하여 군산으로 가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부안 변산 마실길은 참 아름다웠다. 물론 앞으로 더 정비해야할 곳도 있고 주민들에 대한 홍보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자신의 농작지를 지나가는 우리에게 항의하는 농민들도 있었다. 부안군에서 대대적으로 정비를 해서 제주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 못지 않은 훌륭한 걷기 코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들으며 일변 좋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너무 우악스럽게 철기둥으로된 안내표지판을 세우고 휴게소를 짓는다고 멀쩧한 소나무 베어내고 불도자로 땅을 밀어제끼는 짓들을 할까봐 걱정도 된다.걷는 사람들이 좀 불편해도 그런 짓들은 제발 하지 말기를 재삼 부탁드린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닷새동안 제주 올레길을 걷고 와서 하루 쉬고 변산 마실길 걷기에 나섰던 우리부부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한 도반들이 친절히 도와주엇고 또한 비 한방을 맞지 않도록 도와준 날씨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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