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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사건은 예고된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미래에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10대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인터넷 상의 허위 정보를 꼽고 있다. 신빙성 없는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면서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번졌던 ‘부시의 자작극’ 등 음모론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진한 잔상을 남기며 미국과 피해자들에게 2중의 피해를 주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후에는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괜찮다’는 식의 루머가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아무런 ‘꼬리표’(근거)도 없는 정보지만 일반 네티즌에게는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키워드는 ‘수면 효과(sleeper effect)’다. 시간이 갈수록 신빙성 있는 뉴스를 외면하고, 오히려 신빙성 없는 뉴스는 믿는 역설적 사회심리를 가리킨다.
이번 사건을 인터넷의 가공할 잠재성에 대비하는 모델로 삼아야 한다. 인터넷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산물이다. 인터넷이 정치·경제·사회와 청소년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부와 각 기관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 등 기존의 미디어도 근거 없는 뉴스를 골라내는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도록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자제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네티즌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제력과 서로를 견제하는 자정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제2의 미네르바는 계속 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