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의 료깐.

제봉산 2008. 12. 24. 08:39

한적한 산속 료칸, 고코노에 유유테이

한적한 산골짜기의 료칸, 고코노에 유유테이
라무네온천에 이어 오이타현의 숨겨진 명소. 고코노에 마치에 위치한 스지유 관광호텔 고코노에 유유테이 료칸이다. 한적한 산골짜기에 있어서인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스지유온천의 온천수도 얼마나 깨끗한지 모른다. 쿠주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이 온천마을은 30곳 가량의 료칸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료칸이 바로 고코노에 유유테이다.

료칸의 유명인사, 엔젤군
료칸에 들어서자마자, 우릴 맞이해주는 이가 있다. 상근이를 닮은 녀석의 이름은 엔젤이란다. 붉은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오카미(료칸의 여주인) 옆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엔젤은 CF에도 출연한 유명인사인데, 엔젤을 보러 료칸을 찾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직원 한 분이 명함 한 장을 내밀길래 받았더니, 왠걸. 엔젤의 명함이다. 2대째의 엔젤은 1대 엔젤의 대를 이어 료칸의 선전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발함은 대체 어디서 나올까. 료칸에서는 엔젤의 인형이나 머그컵, 라이터 등 각종 소품들을 판매한다. 제일 재미있었던 건 객실의 침대에서 본 엔젤의 초상화였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고코노에 유유테이는 깊은 산 속에 있는 만큼 정취와 멋이 느껴지는 곳이다. 노천탕에 몸을 푹 담가 눈을 가만히 감고 있으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스지유 온천은 신경통이나 근육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선지 온천에서 나온 순간, 그 동안의 여독이 다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천탕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그마한 노천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든 혼탕도 이곳에는 있다.
노천탕에 들어가려고 실외로 나오면 추운 날씨에 잠시 몸이 움츠려들지만, 온천탕에 몸을 푹 담그는 순간 몸이 사르르 녹는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가득하다.
온천을 마치고 돌아온 객실에서 녹차 한잔을 마시고 베란다로 나가보니, 한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에는 새소리와 신선한 바람이, 밤에는 밤하늘의 별들이 여행하는 자에게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한가득
료칸하면, 정갈한 일본요리다. 이른 아침의 레스토랑은 갓 뽑아낸 커피 향기로 가득했다.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 입은 료칸의 직원들이 정성스레 차려진 아침식사를 내 앞에 놓는다. 연어구이와 명란젓, 설탕에 졸인 콩, 담백한 샐러드, 된장국... 화려하진 않지만, 예쁜 그릇에 정성스레 담긴 음식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기모노를 입은 유코상이 웃으면서 다가와 달걀 두 개를 화로에 깨준다. 화로에는 얇은 기름종이가 올려져 있어 계란후라이가 타지 않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다. 음식을 먹는 중에도 수시로 찾아와 음식은 맛있냐고 부족한 건 없냐고 물어온다. 처음에는 양이 적어 보이지만, 젓가락이 여러 번 오고 가서인지 제법 배가 부르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목례로 화답하자, 고맙다고 다시 한번 인사한다.

가끔 주변의 지인들이 일본에까지 가서 굳이 왜 여관에 가서 묵느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면, 그저 다른 말 않고 일단 가서 한번 묵어보라고 대답한다. 최근에는 대형 스파나 각종 오락시설이 들어선 온천호텔도 많이 있지만, 나는 옛스러운 료칸이 더 좋다. 소박하지만, 손님을 정성스레 모시는 그들의 마음씨와 미소가 진심으로 와 닿으니까.

九重悠々亭 고코노에 유유테이
주소: 大分県玖珠郡九重町筋湯温泉
(오이타현 쿠주군 고코노에마치 스지유온천)
전화: 0973-79-2231 
요금: 서양식 다다미방 11000엔~
시간: 체크인 15:30~ 체크아웃 ~10:00
교통: 분고나카무라(豊後中村)역에서 쿠주 등산입구행(久住登山口行き)버스로 스지유온천 하차. 도보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