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고추농사로 년 1억이상 수입.

제봉산 2012. 9. 27. 10:19

고추팔아 연1억 버는집 300곳, '대박' 산골마을

 
*경북 영양군 청기면 정족2리. 가도 가도 산비탈이 끝이 없는 산골마을이 온통 발갛게 물들었다.

 “올해도 풍년이네요. 태풍 세 개가 다 비켜갔습니다. 복 받은 땅이지요.”

 올해로 35년째 고추 농사를 짓는다는 이동호(56)씨는 “농사는 잘됐는데… 과잉 생산 때문인지 시세는 지난해보다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씨는 고추 농사로 지난해 4만㎡(1만2000평)에서 고추 10.8t을 생산해 매출 3억원을 올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씨가 고추로 1억원의 수익을 넘긴 것은 벌써 4년째다. 정족리 90여 가구 중 지난해 고추로 매출 1억원을 넘긴 농가만 20가구에 이른다. 주민 상당수는 산골에서 허리가 끊어지도록 고추 농사를 짓지만, 서울·대구 등 대도시에 집 한 채씩이 있을 정도다. 이씨도 서울에 집 한 채가 있다.

 정족리 주민 권숙희(56)씨는 요즘 아침 6시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아주머니 세 사람과 같이 고추를 따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일곱 명이 일하다가 추석을 앞두고 셋으로 일손이 줄어 더 바빠졌다. 권씨는 “온종일 고추 따느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지만 고추 덕분에 자식들 학교 보내고 모든 걸 다 해결했다”며 흐뭇해했다.

 경북의 오지 영양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9.0%)가 최하위다. 하지만 농민 소득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생산량과 재배면적 모두 전국 1위인 특산물 고추 덕분이다. 영양군 전체에서 지난해 매출 1억원을 넘긴 400여 농가 중 300여 호가 고추 농가다.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가도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재배돼 맛이 더 달고 더 매운 영양 고추는 예나 지금이나 전국에서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가격 등락이 심한 게 문제였다. 풍년이 들어도 값이 폭락해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았다. 수확 때면 찾아오는 중간 상인만 배를 불렸다.



 그걸 일거에 해결한 게 일월면 가곡리의 영양고추유통공사다. 여기서 운영하는 고춧가루 공장은 세계 최대의 고추 가공업체다. 유통공사는 2006년부터 영양 농민들과 고추를 계약재배해 사들이고 있다. 최저 매입가도 1㎏에 2200원으로 정했다. 중간 상인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농사만 잘 지으면 고수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정착됐다. 영양군 권정락 농정과장은 “전국 최대 산지에서 고추를 대량으로 사들이다 보니 전국 가격 형성도 사실상 여기서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는 서울시청앞 광장을 빌려 서울시민을 상대로 고추를 판매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 영양 고추가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생산돼 더 맵고 더 달다는 것을 알렸다. 올해도 지난 13일 여기서 3일 동안 고추 40억원어치를 팔았다. 축제가 끝난 뒤에는 전화주문이 이어져 서울 소비자와의 직거래도 크게 늘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고추 따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무료 숙식을 제공하는 일자리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권영택 영양군수는 “먹고살 거리는 고추뿐인데 유통을 체계화하니 소득이 껑충 뛰더라”며 “앞으로는 고추산업특구에 김치·고추장 등 가공공장을 유치해 부가가치를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양군은 지난해 고추 하나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6년 만에 2배에 이르는 폭발적 성장이다. 권 군수는 “단일 농작물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은 성주 참외를 제외하곤 유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