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쟁점.

원전건설의 우려

제봉산 2011. 3. 28. 10:22

원전지을 땅, 안전성 검사보다 주민 서명부터 받는 나라 

'핵위험 사회' 치닫는 대한민국 ① 원전 늘리는 정부


가동원전 21기, 건설중 7기, 계획 10~12기


과학적 검토결과 공개안하고 보상 앞세워


사회적 합의 생략…인접 지역과 갈등 원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퍼져가는 방사성 물질은 우리에게 '핵 의존이냐, 핵 탈피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전세계는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2024년까지 원전 13기를 새로 지어 전력량의 절반을 충당하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한 한국에서도 핵 의존을 성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원전과 원자력 대안론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원자력 사회의 미래를 되짚어본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각국에서 '탈원전'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선 정부가 주민 수용성을 원전 입지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원전확대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상업운전중인 원전은 모두 21기이고, 7기가 건설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12기를 더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2008년 8월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원전 발전 비중을 59%까지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새 원전 유치 신청을 한 강원 삼척, 경북 울진·영덕 등 3곳을 대상으로 실사를 하고 있다. 한수원 쪽은 △주민 수용성 △비용 측면을 보는 건설 적합성 △지질이나 지반 특성을 고려한 부지 안정성 △육지나 해상 등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검사하는 환경성 등 4가지 기준 아래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오는 6월 후보지를 선정한 뒤,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말 건설 예정 부지를 고시할 예정이다.

이런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와 학계는 후보지들의 안전성과 원전 터 선정 방식의 문제점 등 크게 두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한반도에 있는 옥천·양산·추가령 단층 등 3개 단층대에서 끊임없이 지진이 일어나고 있으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원전이 들어서 있는 4곳(부산 기장군, 경북 울진군·경주시, 전남 영광군)은 활성단층 정밀조사가 이뤄졌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전혀 조사돼 있지 않다"며 "원전이나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터를 결정하려면 활성단층 조사부터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1994년 12월 정부는 인천 옹진군 '굴업도'를 방폐장 터로 결정했으나, 주변 해저에서 활성단층이 확인돼 방폐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다.

한수원은 후보지에 대한 과학적 검토 결과를 내놓지 않아, 안전성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수원은 1년 가까이 '신규 원전 입지 확보를 위한 정책수립 용역'을 했다면서도 그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입지 조건보다 주민 동의 수준을 우선하는 선정 방식을 고집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원전 유치 신청을 한 지역 주민들조차 과학적 안전성 검토 결과뿐만 아니라 원전 몇 기를 언제 건설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유치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다"며 "과학적으로 적합한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의 주민 수용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주민들 가운데서 찬성 여론을 조성한 뒤 입지조건을 끼워맞추기식으로 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또 원전 유치 대가로 거액의 지원금이라는 '당근'도 제시한다. 140만㎾ 규모의 원전 2기가 들어서는 자치단체는 1000억원대 지원금을 받고 원전 운영 기간에는 정부 지원금과 사업자 지원금 등으로 연 240억원가량 지원받는다. 주민들의 원전 유치 찬성률은 대규모 지원금과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금전적 보상을 내세우다 보니,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생략되면서 지역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강원 삼척시에선 원전 입지 후보지인 근덕면 주민들이 원전 유치 설문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며 반발하는가 하면, 북쪽에 연접한 동해시 쪽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동해시의회는 "인접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은 삼척시의 원전 유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 책임있는 정부 당국은 빠지고,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지원금으로 지자체를 통제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불교통카드 미사용 잔액...  (0) 2011.05.17
우리나라 국토 지적실태.  (0) 2011.05.01
너무 다른 한국인과 일본인.  (0) 2011.03.20
대학의 성역"교수사회"  (0) 2011.03.08
소셜커머스  (0) 201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