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이번 사태에 대해 놀라운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정치 리더들은 간신히 상황에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일본 정부는 지난해 칠레에서도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형 지진사태를 맞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게다가 간 나오토 총리는 정치적으로 약한 존재다. 그는 인기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지진을 맞았다. 쓰나미가 쓸고 간 뒤 그는 몇 차례 연설했지만 국민의 사기를 높이거나 희망의 불꽃을 지피지는 못했다. 쓰촨 대지진 때의 원자바오 중국 총리처럼 현장을 지휘하거나 이재민을 어루만져 주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도쿄전력(TEPCO) 쪽으로부터 제때 상황을 보고받지도 못했다. 일왕 등이 나서 그의 약한 리더십을 보충해 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처럼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는 나라들은 안전성을 면밀히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역할도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의 원가는 원전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핵재앙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지불할 가치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그때 한국인들은 일본의 지진 피해 상황에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번엔 다르다. 요즘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본 피해를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있다. 여러 가지 도움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 일본 언론은 피해 상황 보도에 바빠 이런 사실을 크게 전하지 못하고 있고, 보통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일본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두 나라 국민 사이에 좋은 감정이 싹트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를 외교적인 관계로 승화시키는 일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