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한창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중학교 입시를 없애고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소위 평준화 조치가 왜 내려졌는지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장성해서도 어떻게 박정희가 그런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을까 늘 의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금이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거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자. 첫째, 당시는 모든 학교가 선발권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외고 등 일부 학교만 선발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학교가 선발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경복 등 일류 학교가 우수 인재를 싹쓸이하고 과외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해서 아예 입시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외고는 외국어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뽑으라고 준 독점적인 선발권을 남용해 전 과목 우수자를 싹쓸이하고 있다.
둘째, 당시는 입시 준비를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3학년 때 집중적으로 했다. 평상시에는 비교적 잘 놀고 잘 쉬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
셋째, 당시는 어찌 됐든 공교육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사교육이 우선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계속 입시에 내신 반영을 확대하는데, 효과를 보기는커녕 사교육이 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넷째, 그래도 당시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외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를 댈 능력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당시의 사교육 시장은 몇몇 유명 학원 외에는 대부분 대학생 아르바이트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가총액 1조원대에 달하는 사교육 업체가 등장할 정도로 사교육 시장이 번창하고 있다.
여섯째, 당시는 교육과 부동산에 별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남 8학군과 학원 밀집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왔다. 이로 인한 지역 간, 계층 간 위화감은 또 어떤가.
마지막으로 수월성 교육이다. 당시에는 학교라는 게 공사립 일반학교, 그리고 실업계 학교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학교 외에 특목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자립형 사립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확대해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어느 시스템이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했을 때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외고 제도는 공정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물론 이런 상황이 모두 외고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외고 문제가 그 정점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수월성 교육은 중요하다. 그리고 현행 제도에서도 수월성 교육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교육 수요가 폭발적인 우리나라에서 단지 ‘뽑는 방식’으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하책이다. 교육은 잘 가르치는 것이지, 잘 뽑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한나라당 정두언 국회의원
박정희는 왜 평준화 조치를 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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