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대회를 가다> ①학원스포츠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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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경기에도 관객들 '빽빽'
(고베=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2일 효고(兵庫)현 고시엔(甲子園) 야구장에서 열린 고시엔고교야구대회에서 간세가쿠인(關西學園)고교의 응원단들이 응원도구를 들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70년만에 고시엔대회 본선에 진출한 간세가쿠인고교가 이날 첫승리를 거두자 2만여명이 몰린 간세가쿠인 고교의 응원단 역시 재학생, 교사, 동문, 지역 주민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으며 소리를 질렀다. 2009.8.17 |
<※편집자주 = '고시엔'(甲子園) 대회라는 별칭으로 열리는 일본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총 관객수 90만명을 육박하며 프로야구에 못지않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학원 스포츠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한국의 중.고교에 적지않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대회의 주최측 인사들을 만나고 참가 선수, 관객 등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취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총관객수 90만명 육박 '성황'…고교생 10명 중 1명이 야구부원
"엘리트 교육 아닌 생활 체육이 고교야구 인기 원인"
일본에서 고교야구가 갖는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회가 열리는 효고(兵庫)현의 고시엔(甲子院) 야구장에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장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몰린다.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하루 내내 경기를 생중계하고 신문들도 연일 참가팀의 면면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게재한다. 그러던 사이 몇몇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국적인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경기장 인근 오사카나 고베의 시내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경기 속보가 쏟아지니 도시 전체가 대회의 분위기에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다.
일본에서 전국 규모의 대규모 고교야구 대회는 3월과 8월 2차례 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다. '봄의 고시엔'으로 불리는 3월 대회의 정식 명칭은 센바츠(選拔)고등학교대회이며 '여름의 고시엔'인 8월 대회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지난 8일 개막해 15일 여정으로 열리고 있는 올해 여름의 고시엔 대회는 전체 4천여개의 고교 야구팀 중 지역 예선을 거친 팀 49곳만이 본선에 진출해 예선 경쟁률만 해도 100대 1에 육박한다. 올해 대회는 마침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2연패를 한 뒤라 예년보다 한층 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 세계적 명성ㆍ총관객 90만명 육박 = 그저 고등학생들의 야구 시합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고시엔의 명성은 이미 일본의 차원을 뛰어 넘었다.
2007년에는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선정한 '죽기 전에 경험해야 할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아시아권 대회 중 가장 높은 54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일본의 전국고교야구연맹(이하 고교야구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제90회였던 작년 대회의 총 입장객수는 89만명이었다. 고시엔 구장의 수용인원이 4만8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매경기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이다.
이런 까닭에 대회 기간 고베시 외곽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 주변에는 관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들로 넘쳐나고 인근의 호텔과 여관 등 숙소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고교야구연맹의 고문인 다나베 가즈히로씨는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의 부모님과 학우들, 동문들은 물론 직접 연관이 없는 지역 주민들까지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하러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말했다.
오사카 인근 가시와라(柏原)시에 사는 다카야마 히로미(37.여)씨는 "매년 여름의 고시엔 대회는 꼭 경기장에서 보고 있는 열혈 팬"이라며 "프로선수들처럼 야구를 잘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어린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인기의 비결은 바로 '감동' = 고향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나 야구 자체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정이 고시엔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가장 큰 인기의 비결은 다카야마씨의 말처럼 바로 시합에 임하는 학생 선수들의 열정과 이로 인한 감동에 있다.
히로시마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조수이칸(如水館)고교의 사코다 요시아키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9회말2아웃 주자 만루에 2스트라이크 3볼의 역전 찬스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집중력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고시엔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고시엔 대회에서는 이처럼 1회전이라고 하더라도 몸을 아끼지 않고 1루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타자나 이를 악물고 펜스를 향해 돌진하는 수비수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이나 코치의 지시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1년 내내 고시엔 대회를 향해 매진해왔던 스스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사코다 감독의 얘기다.
스파이크를 신고 한 번이라도 고시엔 그라운드를 밟아보는 것은 고교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원. 경기가 끝난 후 패전 팀 선수들이 눈물을 훔치면서도 기념으로 경기장 흙을 간직하기 위해 그라운드의 땅을 손으로 파내는 모습은 고시엔 대회의 전형적인 풍경이 됐다.
◇생활체육된 야구…선수ㆍ관객 모두 열광 = 올해 7월 현재 고교야구연맹에 등록된 일본 전국의 고교 야구팀은 4천132개로, 선수의 수 역시 16만9천298명이나 돼 전체 학생의 9.9%를 점한다. 10명중 1명이 야구선수인 셈이다.
팀이나 선수의 수가 많은 것은 단지 야구가 가지고 있는 인기 덕분만은 아니다. 일본 야구인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일본의 고교 야구가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 뛰면서 즐기는 생활 스포츠가 된 이상 선수와 관객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선수나 관객이나 대회 참여에 대한 적극성이 커졌고 이는 고시엔 대회를 모두가 열광하는 스포츠의 장으로 만들었다.
고교야구가 엘리트 체육이 아닌 까닭에 야구부 운영 방식도 공부와 야구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야구부원들도 정규 수업은 빠짐없이 듣는다는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러자 학교 입장에서는 야구부 운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는 다시 각 학교의 야구운영을 활발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부로 활동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도미나가 사오리씨는 "예전에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한 가지만 택해야 했던 때도 있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 있다. 아들이 두 가지를 병행해 문(文)과 무(武)를 겸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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