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롯데에선 “비행안전에 관련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큰 원칙을 세워두고 있지만 공군이 제시한 사항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미 두 관계자들은 한 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한 상견례 수준이었다고 하지만 롯데와 군 당국이 보는 시각차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 실무 관계자는 “군 당국의 입장에선 비용 문제를 떠나 안전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칫 군이 안전 문제를 빌미로 버티고 있다는 여론을 형성할까봐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슈 4. 개발 부작용은 없나? 교통량 30% 늘어 교통대란 불 보듯 제2롯데월드 개발의 최대 복병은 바로 교통 대란이다.
지난해 송파구청이 잠실역 네거리를 오가는 출근시간대 평균속도를 조사한 결과 동쪽을 가로질러 올림픽로로 갈 경우 시속 26.1㎞, 서쪽으로 갈 경우 17.7㎞로 측정됐다. 문제는 교통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잠실 재건축 단지 입주에 위례신도시 건설까지 겹치면 하루 교통량은 64만대, 하루 유동인구는 185만명으로 교통량이 현재 대비 31% 증가할 전망이다.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금도 교통개선책이 없는데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설 경우 교통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 역시 “탄천변 도로 신설 등 광역교통계획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교통대란은 현실화할 것”이라며 “제2롯데월드가 세워지는 인근 교통인접지역의 일조권 문제 역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롯데그룹과 송파구청 측은 대안 마련에 부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송파구는 제2양재대로, 장지동길 신설 등 구 일대 33개 광역 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오는 2013년까지 총 사업비 4조37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문제가 된 잠실사거리 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6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잠실사거리 지하광장을 약 2645㎡(800여평)에서 1만1570㎡(3500여평)로 확장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이슈 5. 성남시민 반발 어떻게 무마할까? 고도제한 해제 전향적 검토 중 제2롯데월드 허용 방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성남시와 시민단체들이다. 골자는 현행 45m인 고도제한을 영장산 기준인 193m 이하로 완화해달라는 것. 성남시 관계자는 “관 내 26개의 재개발지역이 있는데 현행 45m로는 아파트 13층 정도밖에 지을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근본적으로 시가지를 정비할 시점인데 대기업 민원은 들어주면서 성남시민의 민원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영우 의원은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군 접경지역 주민의 민원 해결에는 늑장 대응하다 제2롯데월드는 승인해줬다는 인상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롯데뿐 아니라 군사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의 처우를 형평성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무조건 규제 일변도를 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변경에 따른 고도제한 해제 지역 면적은 약 1300만㎡에 달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남의 재개발지역이 해제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롯데월드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성남 고도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부동산시장 파급효과는?] ■ 잠실주공5단지 용도변경 기대감에 ‘들썩’
잠실 제2롯데월드 개발 허용으로 주변 부동산시장도 한껏 들썩이고 있다. 벌써부터 송파구 잠실, 신천동 일대 아파트값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신천동 미성, 장미, 파크리오단지는 1월 들어 호가가 5000만원씩 올랐다. 특히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한때 송파구에서 추진하다 특혜 시비 등으로 무산된 ‘상업용지 용도변경’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완연하다. 주공5단지 119㎡는 지난해 말 10억5000만원 정도였지만 어느새 12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서울시는 여전히 용도변경에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롯데 측 말대로 주변 관광객이 지금보다 20~30% 늘면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고 점포 임대, 주거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도 이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5호선 몽촌토성역까지 이어지는 올림픽로 일대 모텔촌을 없애고 업무용 빌딩을 대거 확충토록 하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통과시켰다.
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부지에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석촌호수 주변이나 방이동 일대 먹자골목, 신천역 상권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덩달아 인근 삼전동, 송파동, 잠실본동, 석촌동 단독주택의 개발 압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잠실 지역은 2, 8호선 등 지하철 대중교통 중심지로 발달해왔고 진입 수요가 많다는 게 매력이다. 덕분에 앞으로 오피스 중심지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송파권에 턱없이 부족했던 오피스 밀집지가 들어서면 오히려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밀집지 교통 체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처럼 공급 집중에 따른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개발 자체의 ‘상징성’도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제2롯데월드 개발이 본격 시작되면 주변 초고층주상복합단지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 일대 재건축단지에 새로운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경기 침체가 복병이다. 전 세계 경기 회복이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면 집값 상승세가 오래 갈 수 없다. 또 제2롯데월드 개발이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닌 15년 전 나타난 호재라 이미 집값에 반영된 것도 문제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당장은 기대감 속에 호가와 매매가의 동반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추격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실망감에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 ■ 대중교통 개편으로 교통난 해결할 것
제2롯데월드가 완공될 경우 파급효과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요. 완공 후 연간 내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 2억달러 이상 관광수입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송파구는 이미 잠실권역의 대규모 공연장을 중심으로 문화와 역사를 특화시킨 문화관광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제2롯데월드 건립으로 독보적인 문화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교통문제가 우려됩니다. 제2롯데월드뿐 아니라 거여마천뉴타운(2015년)이나 위례신도시(2013년)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어 대책을 꾸준히 강구해왔어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잠실사거리 교통량 폭증에 대비해 잠실사거리 지하에 대중교통환승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잠실사거리로 모여드는 버스의 14%를 지하로 유입시키고 잠실사거리 주변 교차로에 대한 교통체계개선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죠.
이를 위해 잠실대교 남단의 잠실5단지 이면도로인 가람길과 장미아파트 단지 구간에 지하차도를 설치해 교통 단절구간 연결을 추진하고 있어요. 1단계로 파크리오 아파트 단지 이면도로인 잠사길을 연결하고 2단계로 성내천 제방을 경유해 아산병원길과 연결합니다. 최종적으로는 풍납동 및 천호 지역까지 교통을 연계하는 교통량 분산 및 교통체계 개선을 진행 중입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을 조기착공하고 지하철 3호선을 오금역까지 연장해 지하철 2·3·5·8·9호선 네트워크가 완성될 겁니다.
물론 도로 확장, 대중교통수단 확충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주민 스스로 자동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전거 타기나 걷기를 실천하는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죠.
초고층빌딩 건설로 발생하는 일조권 피해에 대해선 대책이 있습니까. 일조권은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 내에 건축물을 짓는 경우 정북 방향으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이격해 북측 토지에 대한 일조를 확보하는 게 기준입니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일반상업지역 내 건축물이라 일조권 기준을 적용받지 않죠. 사업부지 북측의 신천동 지역도 상업지역으로서 법률적으로는 일조권을 보장받지 않게 됩니다. 다만 ‘현실적인’ 일조권, 조망권 피해사항에 대해선 서울시에서 건축허가 전 환경영향평가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