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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푸쉬킨의 "눈보라"와 Sviridov의 Old Romance ("Snow Storm" 중.)-바이얼린 김지연 (퍼옴)

제봉산 2008. 5. 14. 10:24

 





Sviridov / Old Romance ("Snow Storm" 중.)
(바이올린 -김지연)



푸쉬킨 탄생 200주년을 기리기 위해 그의 소설 "눈보라"에 붙인 곡.

줄거리는 프랑스가 러시아를 침략해 왔을 때, 눈보라에 얽힌 여인과 병사의
우여곡절 사랑. 역사는 때로 사람의 삶과 사랑을 규정하고 왜곡한다.

러시아 민족주의 정서, 서민의 삶이 흠뻑 녹아 있다.


*   우리시대 역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1811년 말에 녜나라도보 영지에는 후덕한 가브릴라 가르릴로비치가 살고 있었다. 그는 접대를 잘하고 친절하기로 근방에 소문이 나 있었다. 이웃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오 코페이카를 걸고 그의 아내 프라스코비야 폐트로브나와 카드놀이를 하러 끊임없이 그를 방문했다. 또 어떤 이들은 그의 딸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를 보려고 찾아갔다. 그녀는 돈 많은 신부감으로 꼽혀서 그녀와 결혼하거나 그녀를 며느리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프랑스 소설을 읽으며 자란 터라 당연히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녀가 택한 상대는 휴가차 고향으로 돌아온 어느 가난한 육군 소위보였다. 그 젊은이도 물론 그녀 못지 않은 사랑의 감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부모는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딸로 하여금 그를 단념하게 했고, 그는 퇴직한 배심원보다도 더 고약한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의 이 연인들은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매일같이 소나무숲이나 낡은 예배당 앞에서 단둘이 만났다. 그곳에서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자신들의 처량한 운명을 슬퍼했으며 별의별 계획을 다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고 얘기를 나눈 결과 그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서로 없이는 죽고 못사는데 잔인한 부모가 우리의 행복을 막고 있으니 부모의 의사를 무시해버리면 안되는 걸까? 물론 이 교묘한 생각을 먼저 한 것은 청년이었고 이것은 낭만적인 공상을 즐기는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시켰다.

       겨울이 되면서 그들은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편지교환은 오히려 더 잦아졌다. 블라자미르 니콜라예비치는 편지에서마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기 사람이 되어주고 부모 몰래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애원했다. 자기들은 잠시만 숨어 살다가 부모님 발 밑에 엎드려 빌면 부모님 또한 연인들의 영웅적인 정절과 불행에 감동하여서 "얘들아, 우리 품에 안기렴!" 하고 부르실거라고 했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쉬이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여러가지 도망갈 계획을 거절해왔다. 그러다. 마침내는 그녀도 동의했다. 약속한 날 그녀는 심한 두통을 핑계삼아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나와 자기 침실로 가기로 했다. 그녀의 하녀와도 미리 모의해 놓았다. 두 여자는 뒷문을 통해 정원으로 가서, 정원 뒤에 대기하고 있는 썰매를 탈 것이다. 네나라도보에서 오 베르스타 떨어진 자드리노 마을에 이르러 곧장 교회로 가면 거기서 블라자미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결행하기 전날 밤, 마리야 가블릴로브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속옷과 옷가지를 챙겨서 꾸러미를 만들었고, 친한 친구와 부모님께 긴 편지를 썼다. 그녀는 아주 감동적인 문구로 그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자신이 이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정열의 힘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부모님의 발 아래 몸을 던져 용서를 빌도록 허락받을 때가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편지를 마무리 했다. 편지를 두 개의 불타는 하트와 그에 어룰리는 문구가 새겨진 툴라 봉인으로 각각 봉하고, 그녀는 새벽 동이 트기 직전에야 침대에 몸을 던져 선잠이 들었다. 하지만 무서운 꿈이 쉴새없이 깨웠다. 이를테면 그녀가 결혼식에 가려고 썰매에 올라타는데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붙들고 현기증이 날 만큼 빠른 속도로 눈 위로 끌고 가더니 밑도 끝도 없는 깜깜한 지하 감옥으로 내동댕이친다... 형용할 수 없이 숨이 가쁘고 심장이 멎을 듯 싶게 그녀는 거꾸로 떨어진다. 그런가 하면, 블라지미르가 창백한 얼굴로 잔디에 누워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거의 다 죽어가는 그는 가슴을 찌르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결혼을 서두르자고 애원하고 있었다... 섬뜩하고 혼란스러운 환영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녀는 마침내 일어났다. 얼굴은 평소보다도 더 창백했고 두통이 심했다.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걸 알아챘다. 그들이 애정어린 염려로 "마샤, 무슨 일이냐? 마샤야, 어디 아프니?" 하고 계속 물으면 그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그녀는 부모님을 안심시키려 억지로 명랑해보이려고 애를 썼으나 실패했다. 저녁이 되었다. 이날이 가족과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는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주위의 모든 사람과 사물에 작별을 고했다. 저녁 식사가 나오자 그녀의 심장은 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녁을 먹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키스하고 여느 때처럼 축복의 말을 했다. 그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자기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안락의자에 털썩 앉아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녀는 그녀에게 제발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기를 내라고 애원했다.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삼십 분 후면 마샤는 부모님의 집과 자기 방과 자신의 평온했던 소녀 시절에 영원한 작별을 고할 것이다... 바깥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바람이 윙윙거리며 덧문을 덜컹덜컹 흔들었다. 이 모두가 그녀에게는 위협적이고 불길한 징조처럼 보였다. 이윽고 집 전체가 잠에 빠진 듯 조용해졌다. 마샤는 어깨에 숄을 두른 후 따뜻한 외투를 입고는 패물함을 들고 뒷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갔다. 하녀가 보따리 두 개를 들고 뒤따랐다. 둘은 정원에 내려섰다. 눈보라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바람은 어린 죄인을 멈춰세우려 애쓰기라도 하듯 그들의 정면으로 불어댔다. 그들은 간신히 정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길에는 썰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꽁꽁 언 말들은 온몸을 떨며 가만히 서 있지를 못했고, 블라지미르의 마부는 조급한 말들을 붙잡으면서 썰매채 앞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마부가 아가씨와 하녀를 도와 썰매에 태우고 보따리와 패물함을 실은 후 고삐를 잡자 말들은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아가씨의 운명은 마부 테레슈카의 솜씨에 맡기고, 우리는 젊은 연인인 청년에게 눈을 돌려보기로 하자.

       그날 블라지미르는 하루종일 동분서주하며 보냈다. 아침에는 자드리노 마을의 사제를 찾아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그를 어렵사리 설득했다. 그 다음 그는 근처에 사는 지주들 가운데 결혼식 증인을 찾으러 나섰다. 그가 처음으로 찾아간 사람은 퇴역한 사십세의 기병대 소위 드라빈이었는데, 그는 기꺼이 그러마고 하며, 이 모험이 옛날 경기병 때 했던 짓궂은 장난을 생각나게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블라지미르를 저녁식사나 하자며 붙잡고는 증인을 두 명 더 찾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고 장담했다. 과연 저녁 식사가 끝나가마자 콧수염을 기르고 박차를 단 토지 측량 기사 슈미트와 그 지역 경찰서장의 아들로 얼마 전에 창기병 연대에 들어간 십육 세 가량의 소년이 나타났다. 그들은 블라지미르의 제안에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걸 준비가 돼 있다고 맹세했다. 블라지미르는 너무나 감격하여 그들을 포옹하고 채비를 하러 집으로 돌아갔다.

       이미 오래 전부터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그는 신임하는 테레슈카를 자신의 트로이카에 붙여 자세하고도 꼼꼼한 지시를 해서 녜나라도보로 보내고, 자신을 위해서는 말 한마리가 끄는 조그만 썰매를 준비하라고 이른 뒤, 두 시간 후면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 자드리노로 마부도 없이 혼자서 출발했다. 잘 아는 길이라서 이십 분이면 족할 거리였다.

       그러나 블라지미르가 마을을 벗어나서 들판으로 들어서자 곧 바람이 거세게 일고 눈보라가 너무 심해져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길은 순식간에 눈으로 덮였다. 주변은 탁하고 누르스름한 안개속으로 사라졌고 그것을 뚫고 하얀 눈송이가 회오리쳤다. 하늘은 땅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블라지미르는 밭 한가운데서 헤매고 있었으며 다시 길로 가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말은 마구잡이로 내달려 쉴새없이 눈더미 위로 올라갔다간 다시 움푹한 곳에 빠지곤 했다. 썰매는 계속 뒤집혔다. 블라지미르는 방향만은 잃지 않으려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삼십분 정도가 지난 것 같았는데도 그는 아직 자드리노의 숲에도 이르지 못했다. 한 십분 정도가 더 흘렀지만 숲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블라지미르는 깊은 골짜기가 교차하고 있는 벌판을 가고 있었다. 말은 피곤한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블라지미르는 허리까지 눈에 빠지는데도 쉴새없이 연방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말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기억을 더듬고 따져본 결과 오른쪽으로 가야한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말은 거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집을 나선지도 벌써 네 시간이 지났다. 자드리노는 이제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계속 몰아도 벌판은 끝이 없었다. 눈더미와 골짜기만이 이어졌고 썰매는 계속 뒤집혀서 끊임없이 바로 일으켜세워야 했다. 시간이 흘러갔다. 블라지미르는 몸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쪽 구석에서 뭔가 거무스름한 게 어렴풋이 모습을 나타냈다. 블라지미르는 그쪽으로 말을 돌렸다. 다가가니 잡목숲이 보였다. 천만다행이군, 이제서야 거의 다 왔나보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썰매를 몰면서 곧 낯익은 길로 들어서거나 아니면 숲을 빙 돌아가게 되기를 바랐다. 자드리노 마을은 바로 이 숲의 저쪽 너머에 있을 것이다. 곧 그는 길을 찾아내어, 벌거숭이가 된 겨울나무들의 어둠 속으로 썰매를 몰았다. 여기선 바람이 날뛸 수 없었다. 길은 평탄해졌고 말도 기울을 차려서 블라지미르는 평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가도가도 자드리노는 나타나지 않았다. 숲은 끝없이 이어졌다. 블라지미르는 자신이 낯선 숲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고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절망감이 그를 덮쳤다. 그는 말을 세차게 후려쳤고 가엾은 짐승은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으나 십오분쯤 지나자 금방 다시 지쳐서 어슬렁 걸음으로 겨우 몇발짝만 옮길 정도였다. 불행한 블라지미르가 아무리 애를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나무가 점점 등성해졌고 블라지미르는 숲을 벗어났다. 그러나 자드리노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자정무렵쯤 되었을 것이다.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쳤다. 그는 마구잡이로 말을 몰았다. 날씨가 누그러지고 구름도 흩어지자 그의 눈앞에는 물결처럼 이어진 하얀 양탄자를 깐 듯한 평원이 펼쳐졌다. 참으로 투명한 밤이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네댓 채의 농가가 있는 작은 마을을 보았다. 블라지미르는 그쪽으로 썰매를 몰았다. 첫번째 농가에 이르자 그는 썰매에서 내려 창가로 뛰어가 창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나무 덧창이 올라가더니 노인이 회색 턱수염을 내밀었다. "왜 그러시오?" "자드리노가 여기서 멈니까?" "자드리노가 머냐구요?" "예, 예! 먼가요?" "그렇게 멀지는 않소. 한 십 베르스타 정도 가면 되지." 이 말에 블라지미르는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머리를 쥐어 뜯고는 그 자리에 말뚝처럼 서 버렸다. "그런데 댁은 어디서 오는 길이오?" 하고 노인이 말을 이었다. 블라지미르는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노인장, 자드리노까지 타고 갈 말을 좀 구해줄 수 있겠소?" "우리한테 무슨 말이 있어야지!" 하고 농부가 대답했다. "그럼 길을 안내해줄 사람이라도 없겠소? 돈은 원하는 만큼 내리다." "잠깐 기다리시구려" 하고 노인이 덧창을 내리며 말했다. "아들 놈을 보내겠소. 길을 안내해줄거요." 블라지미르는 기다렸다. 그러다가 일분도 채 안되어 블라지미르는 다시 창문을 두드렸다. 덧창이 열리고 턱수염이 다시 나타났다. "왜 또 그러시오?" "아드님은 어떻게 된거요?" "곧 나갈거요, 신발을 신는 중이니까. 춥소? 들어와 몸이라도 좀 녹이시든지." "아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아드님을 좀 더 빨리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곤봉을 든 청년이 나왔다. 그는 눈으로 덮인 길을 가리키기도 하고 찾기도 하면서 앞장서서 걸어갔다. 블라지미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드리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새 수탉이 울고 있었다. 교회는 문이 잠겨 있었다. 블라지미르는 안내인에게 돈을 주어 보내고 사제의 집으로 갔다. 마당에는 그의 마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란!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다시 녜나라도보의 선량한 지주 댁으로 돌아가서 그곳의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곳엔 아무 일도 없었다.

      노부부는 일어나서 응접실로 갔다.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는 잘 때 쓰는 모자와 플란넬 천 잠옷을, 프라스코비야 폐트로브나는 솜을 넣은 가운을 입은 채였다. 사모바르(차 끓이는 주전자)가 들여졌고,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는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좀 어떤지, 잠은 잘 잤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녀를 보냈다. 하녀는 돌아와서, 아가씨는 잠을 설치셨지만 지금은 상태가 좋아지셨고 곧 응접실로 오실 거라고 전했다. 그때 정말로 문이 열리더니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들어와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머리는 좀 어떠니, 마샤야" 하고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가 물었다. "나아졌어요, 아빠" 하고 마샤가 대답했다. "어제 난로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모양이다" 하고 프라스코비야 폐트로브나가 말했다. "그랬나봐요, 엄마" 마샤가 대답했다.

       그날은 무사히 지나갔는데 밤이 되자 마샤는 갑자기 앓기 시작했다. 시내로 사람을 보내 의사를 모셔오게 했다. 의사는 저녁 무렵에야 도착했는데 그때 환자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지독한 열병에 걸린 가엾은 소녀는 2주동안 생사를 헤맸다.

       집에서는 아무도 마샤가 도망치려 했던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전날 밤에 썼던 편지를 불태워 없앴으며 마샤의 하녀는 주인 내외의 벌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제와 퇴역한 기병대 소위, 콧수염을 기른 측량 기사, 그리고 어린 창기병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부 테레슈카는 거나하게 취했을 때도 쓸데없는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비밀은 잘 지켜졌다. 그들은 여섯명의 모반자들보다도 더 확실하게 비밀을 지켰다. 그런데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고열로 계속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에서 자기 입으로 비밀을 누설하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너무 횡설수설했기 때문에 그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어머니도 자기 딸이 블라지미르 니콜라예비치를 죽도록 사랑해서 그 때문에 병이 났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웃의 몇 사람과 의논을 했고, 마침내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마리야 가브릴로나의 운명은 그렇게 정해져 있는 모양이며 운명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난이 죄는 아니다, 사람은 사람과 사는 것이지 돈꾸러미와 사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하는 등등의 결론을 내렸다. 도덕적인 속담이나 격언은 우리가 우리 행위를 정당화시킬 구실을 스스로 생각해내기 힘들 때 놀랄 만한 효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그러는 사이에 마샤는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블라지미르는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의 집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는 평소에 받았던 냉대를 생각해 겁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샤의 집에서는 이제 그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 결혼 승낙이라는 예상치 않았던 행복을 그에게 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초대에 대한 답장으로 그 젊은이가 보내온 반쯤 미친 편지를 받았을 때의 이 녜나라도보 지주들의 놀라움이 어떠했으랴! 그는 자신은 다시는 그들의 집 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며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인 이 불행한 인간을 깨끗이 잊어달라고 했다. 며칠 후 그들은 그가 부대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가 1812년이었다.

       회복기에 있던 마샤에게는 오랫동안 아무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그녀 자신도 결코 블라지미르를 입에 올리는 일이 없었더. 몇달 후, 그녀는 보로디노 전투에서 공훈을 세우고 큰 부상을 입은 용사들의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기절했다. 모두들 열병이 도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기절의 후유증은 없었다.

       얼마 후 또 다른 슬픔이 그녀에게 닥쳐왔다.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가 그녀를 전 재산의 상속자로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유산이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가엾은 프라스코비야 페트로브나의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었고 어머니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두 사람은 슬픈 추억이 담긴 녜나라도보를 떠나서 ***마을의 영지로 가서 살았다.

       이곳에서도 이 매력적이고 부유한 신부감의 주위에는 여전히 많은 구혼자들이 맴돌았지만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털끝만큼의 희망도 갖게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때로 그녀에게 남자친구를 고르라고 설득했지만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고개를 저으며 수심에 잠길 뿐이었다. 블라지미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프랑스군의 입성 전야에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의 기억은 마샤에게 성스러운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한때 읽었던 책이나 그가 그린 그림, 그녀를 위해 베껴두었던 악보와 시 구절 등 적어도 그를 생각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보관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웃들은 그녀의 지조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순결한 아르테미자의 애절한 정절을 마침내 정복하게 될 영웅이 누가 될지 호기심에 차서 기다렸다.

       그동안 전쟁은 영광스럽게 끝났고 군인들은 외국에서 돌아왔다. 군중들은 그들을 환영하러 몰려나갔고 악대는 전리품이라 할 수 있는 노래들, <헨리4세 만세>, <티롤왈츠>, <조콘다의 아리아>를 연주했다. 소년이나 다름없던 때 출정했던 장교들이 전쟁터에서 완전히 어른이 되어 십자훈장을 달고 돌아왔다. 병사들은 말 속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연방 섞어가며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어댔다.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여! 영광과 감격의 시간이여! 조국이라는 말에 러시아인의 가슴은 얼마나 세차게 뛰었던가! 재회의 눈물은 얼마나 달콤했던가! 우리 모두 얼마나 한마음이 되어 국민의 자랑과 폐하에 대한 사랑을 하나로 결합시켰던가! 그리고 폐하 당신께도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던 것인가!

      여인들, 러시아의 여인들은 그때 비할 바 없이 훌륭했다. 그녀들이 지닌 평소의 차가움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때 그녀들의 열광은 참으로 넋을 잃게 하는 것이었다. 승리의 용사들을 맞이하면서 그녀들은 만세!를 외치고 머릿수건을 하늘 높이 던져올렸다. 
       그때의 장교들 중에 자신들에게 가장 훌륭하고 값진 상을 준 것이 러시아의 여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으랴?

      이 눈부신 시기에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어머니와 함께 ***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두 수도가 군대의 귀환을 축하하는 광경을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골과 촌에서의 열광은 어쩌면 그 두곳보다 더 뜨거웠을 것이다. 이런 곳에 나타나는 것이 장교에겐 진짜 개선이었고, 연미복 차림의 연인은 그의 곁에서 영 체면이 안 섰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위에는 여전히 구혼자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부상을 입은 경기병 대령인 부르민이 그의 성에 나타나자 이들은 모두 물러서야 했다. 그는 단춧구멍에 게오르기 훈장을 달고 있었고, 그 고장 아가씨들의 말을 빌리면 멋지게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스물여섯 가량이었고, 마리야 가브릴로브나의 영지촌과 이웃하고 있는 자신의 영지에서 휴가를 보내려 그곳에 와 있었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가 곁에 있을 때면 그녀는 평소의 우울함은 온데간데 없이 아주 명랑해졌다. 그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아양기란 조금도 없었지만 그녀를 관찰한 시인이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으리라.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리?

        확실히 부르민은 매우 호감이 가는 젊은이였다. 그는 예의 바르고 관찰력이 예리하며 가식이라곤 전혀 없는데다가 넉넉한 유머를 지닌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여자들이 좋아하는 그런 재치를 갖춘 사나이였다. 그가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를 대하는 태도는 꾸밈이 없고 활달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그의 생각과 시선은 줄곧 따라다녔다. 그는 아주 조용하고 사려깊어 보였지만 소문에 의하면 한때 꽤나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마리야 가브릴로브나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젊은 시절의 무분별한 행동을 대담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표현이라 여겨 오히려 기꺼이 용서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이 젊은 경기병의 침묵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그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도 물론 그 좋은 머리와 경험으로 그녀가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그가 자신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듣지 못했던 것일까? 무엇이 그를 억누르고 있었을까? 진실한 사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망설임일까? 자존심일까? 아니면 교활한 바람둥이의 수단일까? 그녀에게 그건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그녀는 오랜 생각 끝에 그가 주저하는 것은 오로지 망설임 때문일거라 단정짓고 자신이 계속해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기회 닿는 대로 부드럽게 대해줌으로써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녀는 전혀 예기치 않은 대단원을 준비해두고 소설과도 같은 고백의 순간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떤 종류의 것이건 비밀이란 여자의 마음에 견디기 힘든 무엇인 것이다. 그녀의 작전은 원하던 바대로 성공했다. 적어도 부르민이 그토록 생각에 잠겨 그 검은 눈동자로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를 뜨겁게 바라보는 모습은 결정적인 순간이 막 임박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웃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일인 양 결혼식 얘기를 했고 마음씨 좋은 프라스코비야 페트로브나는 딸이 마침내 어울리는 짝을 만난 것을 기뻐했다.

       하루는 이 노부인이 혼자 응접실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려는데 부르민이 들어오더니 마리야 카브릴로브나를 찾았다. "그애는 지금 정원에 있어요" 하고 노부인이 대답했다. "걔한테 가봐요,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부르민이 밖으로 나가자 노부인은 성호를 긋고는 '오늘은 꼭 매듭을 짓겠지'하고 생각했다.

       부르민은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연못 옆 버드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 흰옷을 입고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소설 속의 여주인공 같았다. 몇 마디 말들이 오간 후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서로를 더 어색하게 만들 작정으로 대화를 일부러 중단시켜버렸다. 이 때문에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갑작스럽고도 단호한 사랑의 고백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결과는 생각대로 되었다. 부르민은 궁지에 빠진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털어놓을 기회를 갖고 싶었다면서 잠시만 자신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책을 덮고 그러겠다는 표시로 눈을 내리깔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르민이 말했다. "나는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더 숙였다) "난 경솔했습니다. 매일 당신을 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너무도 행복한 습관에 젖어 그만...." "이제 내 운명에 맞서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당신의 기억, 당신의 그 다정하고 비할 데 없는 모습은 앞으로 내 삶의 고통이자 기쁨이 될 겁니다. 하지만 괴롭지만 해야 할 말이 아직 있습니다. 당신께 끔찍한 비밀을 털어놓아야 하죠. 이 말을 하면 우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길 겁니다..." "그 벽은 항상 존재했어요."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재빨리 그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전 결코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없는 여자였어요..." "알아요"하고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당신이 한때 다른 사람을 사랑했었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진 죽음과 삼년간의 슬픔도요... 착하고 상냥한 마리야 가브릴로브나, 나의 마지막 위안마저 뺏으려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내 행복을 만드는 데 동의했을 거라는 생각 말입니다. 만일 내가... 아무 말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이니 아무 말 말아주십시오! 당신은 내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그래요, 나는 알고 있고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여자가 되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난 불행한 운명을 짊어진 남자입니다. 난 이미 결혼한 몸입니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난 결혼했습니다" 하고 부르민이 계속 말했다. "결혼한 지 벌써 사년째 되지만 아내가 누구고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 언젠가 만나게 될지도 알 수 없구요..." "뭐라구요!"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소리쳤다. "정말 이상한 일이네요! 계속 말씀해 보세요... 제 얘기는 나중에 들려드릴게요... 어쨌든 계속 말씀해보세요."

       "1812년 초에" 하고 부르민이 말했다. "난 우리 연대가 주둔한 빌나로 서둘러 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밤늦게 역참에 들러서 말을 빨리 교체해 달라고 일렀죠. 그때 갑자기 심한 눈보라가 일어서 역참지가와 마부들이 눈보라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충고하더군요. 난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불안해졌어요. 마치 누군가가 날 떠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그때까지 눈보라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죠. 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마구를 채워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세찬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었던 거지요. 마부는 갑자기 강을 따라 갈 생각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 길로 가면 삼 베르스타 정도를 단축할 수가 있죠. 둑에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마부는 큰길로 나가는 곳을 그만 지나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낯선 동네에 가 있었습니다. 눈보라는 누그러질 기미가 없었죠. 불빛이 보이길래 마부에게 그쪽으로 마차를 몰게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마을에 도착했는데 목조 교회에 불이 밝혀져 있더군요. 문이 열려 있었고 울타리 너머에 썰매가 몇 대 세워져 있었어요. 현관에서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입니다, 이쪽이오!'하고 몇 사람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죠. 난 마부에게 그곳에 썰매를 대라고 명령했습니다. '아니 대체 어디서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었나?' 하고 누군가가 내게 말하더군요. '신부가 혼수상태라네. 사제도 어쩔 줄 몰라하고 있고 해서, 우린 집에 돌아가려던 참이었네. 자, 빨리 내려오게!' 나는 아무 말 없이 썰매에서 뛰어내려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촛불 몇개가 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더군요. 어두운 교회 구석에 한 소녀가 벤치에 앉아 있었고 다른 소녀 하나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이에요'하고 나중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간신히 오셨군요. 저희 아가씨를 죽일 뻔 하셨어요' 늙은 사제가 내게 다가오더니 물었습니다. '이제 시작할까요?' '시작하세요, 사제님' 하고 난 엉겁결에 대답했습니다. 그 소녀를 일으켜 세우더군요. 꽤 예뻐 보였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이 경솔한 처사였지만... 난 설교단 앞으로 가서 그 아가씨 옆에 섰습니다. 사제는 서둘렀고, 남자 셋과 하녀는 신부를 부축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린 결혼식을 올린 거였습니다. '키스하세요!'라고 우리에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막 키스를 하려는데 그녀가 비명을 질렀죠. '아, 이 사람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아니에요!' 하고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증인들은 놀란 눈으로 날 노려보았습니다. 난 뒤돌아서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그대로 교회를 빠져나와 썰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곤 소리쳤죠, '몰아라!'"

       "세상에!" 하고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외쳤다. "그래서 당신의 불행한 아내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

       "그래요" 하고 부르민이 대답했다. "난 결혼식을 올린 마을의 이름도 모르고 내가 어느 역참에서 출발했는지도 몰라요. 그때는 그 몹쓸 장난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서, 교회를 떠나자 그대로 잠이 들어서는 이튿날 아침 세번째 역참에 이르러서야 깨어났죠. 그때 같이 있었던 종복은 싸움터에서 죽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그렇게도 잔인하게 조롱했던 그 여자, 지금 이렇게 잔인하게 복수당하는 그 여자를 찾아낼 희망마저 전혀 없는 겁니다"

       "하나님, 맙소사!" 하고 마리야 가브릴로브나는 그의 손을 꼭 붙잡으며 외쳤다. "그러니까 그분이 당신이었군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겠어요?"

       부르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그녀의 발 밑에 몸을 던졌다.

 


- 푸쉬킨 "눈보라", 끝.


출처 : sscem - 쎔
글쓴이 : 황명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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