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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이나펀드는 안전한가?

제봉산 2008. 3. 19. 11:14

[차이나 워치] 내 차이나 펀드는 안전한가 [중앙일보]

“증시 위축되겠지만 지금 같은 하락장세 오래가진 않을 것”

올 한 해 중국의 거시경제 및 중국 증시를 전망하기 위해 마련된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포럼이 19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중국 자본시장을 단일 주제로 국제 포럼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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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이나 펀드는 안전한가’. 이는 19일 코엑스 그랜드 콘퍼런스룸에서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열린 포럼의 최대 관심사였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현대증권이 공동 개최한 이날 포럼엔 550여 명의 관객이 몰려 중국 증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샤빈(夏斌)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소장 등 발표자들은 올해 중국 증시 상황을 ‘유경무험(有驚無險)’으로 요약했다. 돌발성 악재는 있겠지만 위험 국면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차이나 펀드’에 투자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지난 1월 7.1%를 기록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등 잇따른 악재로 중국 증시가 급락 장세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 이후엔 중국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막연한 불안감마저 더해지는 상황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순항하나?=일부에서 제기되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침체 전망에 대해 발표자들은 ‘노(No)’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부의 추측일 뿐 중국 경제가 올림픽으로 인해 충격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2002년 이후 이뤄진 올림픽 관련 투자는 같은 기간 중국 전체 투자의 1% 안팎에 불과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치렀다가 경제위기에 직면했던 일본의 올림픽 투자가 18.4%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 정도로는 전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없다. 올림픽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찻잔 속의 폭풍’일 뿐이다.” 상하이의 유명 투자운용사인 화안(華安)기금의 왕궈웨이(王國衛) 부사장 겸 수석 펀드매니저의 얘기다.

그런가 하면 샤빈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소장은 올림픽 이후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에는 지금 올림픽 투자 외에도 베이징∼상하이 고속전철 사업,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투자, 남수북조(南水北調·남쪽의 물을 북부로 끌어오는)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 사업은 올림픽이 끝나면 더 활발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이후 경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중국 증시 역시 올림픽 쇼크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부사장은 “항공·호텔·광고 등 문화·관광 분야의 올림픽 수혜 종목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중국 증시,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비켜갈 수 있나?=중국 증시가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약 23%가 빠졌다. 물가 폭등 및 이에 따른 기업의 원가 부담 증가, 수출여건 악화,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쇼크 등이 어우러지면서 충격이 더 확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시장 유통이 제한됐던 비(非)유통주가 올해 대거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풀리면서 물량 압박을 더하고 있다.

포럼 발표자들 역시 “올해의 전반적인 증시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하락 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최근 하락은 지난 2년여 동안 증시에 끼었던 악성 거품이 걸러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주가 급락세는 정부의 통제 가능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 정부는 올해 내수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 카드를 뽑아 들 것으로 보인다. 9∼10%의 성장세는 가능하다. 증시 반등을 위한 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중국의 금융·재정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샤 소장의 설명이다.

차이나 펀드가 집중 투자된 홍콩 증시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제기됐다. 왕 부사장은 “홍콩 주식시장이 서브프라임 위기에 노출되면서 그동안 급락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홍콩 H주(홍콩증시 상장 중국기업주)는 주로 통신과 은행·에너지 등 핵심 국유기업으로 구성돼 국제 경기흐름을 비교적 덜 탄다”고 말했다. 중국 국내 상황에 따라 상승 여력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중국의 대미 수출품은 주로 저가 생필품”이라며 “미국의 소비 감소가 중국 경제에 주는 영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달 등장할 국무원(정부) 새 지도부가 출범 원년에 경기 급랭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주식시장 낙관론의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민영기업, 중국 자본시장의 신형 엔진?=이번 포럼에서는 또 중국 민영기업이 크게 부각됐다. 중국 자본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민영기업에 한국 투자자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리서치센터의 리쉰레이(李迅雷) 소장은 “민영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면서 “이들이 지금 중국 자본시장의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약 800여 개의 민영기업이 중국 국내외 시장에 상장했고, 수백 개의 기업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 소장은 특히 “상당수 민영기업은 기술력과 시장 유통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운용에 취약하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IPO 주간 서비스, 인수합병(M&A) 중개 등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유희문 한양대 교수는 “중국 자본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며 “중국 금융당국은 적격 외국 기관투자가(QFII) 심사에서 한국 금융기관을 최소한 두 군데 이상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