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을 거론하는 중국 언론의 협박은 전쟁 불사 수준까지 이르렀다. 문제의 본질인 북핵 문제는 쏙 뺀 채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중국 정부의 외교 원칙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또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판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1일 ‘한국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게 할 필요는 없고, 내상만 입게 하면 된다’는 자극적 제목의 사설에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물론이고 삼성과 현대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했다.
이 신문은 다만 “양국 관계를 파괴할 조치까지는 할 수는 없다”며 “상대에 10의 피해를 주면서 나도 8의 피해를 입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에서-
Episode#2
한국 경제를 둘러싼 중대 변수 가운데 하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다. 작년 7월부터 불붙은 중국의 겁박은 최근 경북 성주군 부지 확정 후 '준(準)단교· 불매운동· 금한령 (한류 금지 명령)' 같은 막장 모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올 상반기 사드 배치가 완료돼도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이번 공세는 하지만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낳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사드 협박이 '중국은 선량한 이웃 대국'이란 한국인의 순진한 착각과 미몽(迷夢)을 완전히 깨뜨렸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려는 방어적 목적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치졸한 핍박은 내정 간섭을 넘어 한국민 전체의 자존심과 대중(對中) 비즈니스 의욕을 짓밟는 일이다. 이번을 계기로 무역·관광 분야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아세안·중동 등으로 시장 확대와 더 깊숙한 현지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경제 체력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사드 보복은 중국의 국익도 침해하는 자충수이기도 하다. 당장 2만3000여 재중 한국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수백만 개의 중국인 일자리가 위협받고 중국 내 외국 관광객 1~2위인 한국인의 중국행 급감이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보호무역을 배격하고 개방을 지지한다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언사가 거짓으로 드러나 국제 신인도와 이미지가 추락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국제무대에서 연전연승하는 '만능 카드'가 아닌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0년 중국 반체제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노르웨이는 자국산 연어 수입 금지 보복을 당했지만 다변화 전략으로 수출량을 더 늘려 중국의 보복을 물리쳤다. 작년 봄 출범한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의 경우, 양안 관계 악화로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새 30% 넘게 줄었으나 아세안 10개국과 남아시아 6개국 공략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관광객을 유치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된 성주골프장과 남양주 군용지 일부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월28일 전했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사드 핍박 이면에 숨겨져 있는 중국의 국수주의적 야망이다. '중국제조 2025'와 7대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은 2025년까지 영국·프랑스·한국, 2035년까지 독일·일본, 2045년까지 미국 추월을 국가 목표로 삼고 있다. 거의 모든 전략산업에서 겹치는 한국은 세계 1위 경제·군사 강국이 되려는 중국이 가장 먼저 추월하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다.
최근 중국 민관(民官)의 노골적인 '한국 때리기'는 그런 점에서 중국의 속내와 민낯을 우리가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과 산업에 대한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재정립하고 품질과 마케팅 실력을 고도화하는 데 목숨 걸어야 한다.
관건은 더 거칠어질 중
국의 보복으로 발생할 피해에 우리가 일희일비하거나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중국의 파상 공세에 밀려 내부가 분열된다면, 해당 기업·정당은 물론 한국 전체가 중국을 상국(上國)으로 모시는 '신하 국가'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단합된 의지와 용기로 중국의 사드 공세를 한국 경제에 재앙 아닌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