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1988년 납-월북 작가 해금 조치 전까진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던 시. 정지용의 '향수'다. 그를 기리는 '향수 열차'와 문학콘서트 축제가 그의 고향인 충북 옥천에서 오는 15~17일 열린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가수들이 혼자, 듀엣으로, 때론 합창으로 이 시를 부르곤 했다. 바닥부터 목소리를 끌어올리는 듯한 조영남, 비단 결을 걷는 것 같은 주현미의 목소리, 그리고 심연을 울리는 뮤지컬 배우 임태경까지. 여러 버전으로 재탄생된 '향수'를 즐겨보시길.
5월 14일자 [박해현의 문학산책] 그 詩가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망토 깃에 솟은 귀는 소라 속같이 소란한 무인도의 각적(角笛)을 불고…."
정지용(1902~1950)의 시 '해협(海峽)'의 일부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정지용의 시구(詩句)였다. 1980년대 초 대학생 시절, 어느 날 어느 선배가 그렇게 정지용의 시 일부를 외웠다. "솟은 귀는 소라 속같이 소란한…. 이렇게 시옷 소리가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소라 껍떼기를 비비는 소리와 해조음(海潮音)이 울리지 않니? 정지용의 시다. 참으로 언어 감각이 예민한 시인이었다." 그는 더 이상 말해주지 않았다. 정지용이 누군지.
그 당시 정지용은 '금서(禁書)의 시인'이었다. 그는 6·25전쟁 때 강제 납북돼 사망했지만 해방 직후 좌파 문인단체에 잠시 가입한 전력 때문에 월북자로 낙인찍혔다. 나는 은밀하게 나돌던 정지용 시집의 복사본을 구하러 다녔다. 손에 넣자마자 '망토 깃에 솟은 귀는…'이란 대목을 숨 가쁘게 찾았다. 오랫동안 짙은 해무(海霧)에 가렸던 바다가 푸른빛을 뿜어내며 망막을 가득 채웠다. 오호라, 시 제목이 '해협'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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