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쟁점.

통진당해산 보충의견서

제봉산 2014. 12. 23. 21:34

안창호·조용호 헌재재판관, 보충의견서 통진당 주장 반박
"민중주권도 계급 독재 추구…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찬성한 재판관 8명 가운데 안창호·조용호 두 재판관은 다른 재판관 6명의 결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내용의 '보충 의견'을 결정문 말미에 남겼다. 약 20쪽 분량의 보충 의견은 통진당 주도 세력이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말하지만 본질은 이것 아니냐'(詖淫邪遁·피음사둔)면서 다수 의견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두 재판관은 통진당의 '연방제 통일'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통진당의 통일 방안은 남북 총투표로 이른바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투표를 거치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충 의견은 '국민'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는 데 주목한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은 먼저 남한에 민중체제의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될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보수 세력과 보수 정당 등을 배제하는 정권이어서 결국 국민 전체가 아닌 '민중'만이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 정리 표

연방제 통일 방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주장했고,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통진당이 연방국가를 주장했다고 해도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보충 의견은 양자는 분명히 다르다고 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 방안은 2단계인 연방국가 진입을 위해 먼저 북한에서 복수정당제와 자유선거제도를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한다. 6·15 남북 공동선언도 통일 후 지향하는 체제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반면 통진당의 연방제는 통일이 체제 변혁을 위한 수단이고, 결국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서 합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협소한 '민중' 개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듯, 통진당은 '민중주권주의'는 소수 특권계급의 특권을 타파해 민중의 주권을 실질화하자는 것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충 의견은 "주권이 민중에게 있다면 국가는 민중에 적대적인 계급을 억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통진당 주도 세력이 주장하는 것은 '민중독재'"라고 평가했다.

보충 의견은 이 밖에 진보적 민주주의는 그 실질이 자유민주주의 개혁이 아니라 북한식 사회주의로의 변혁임을 지적하고, 과거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적 강령을 바꾼 배경에도 북한의 지침이라는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시했다.

두 재판관은 통진당의 이런 위장전술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며 "통진당 주도 세력의 대역(大逆·국가와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죄) 행위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용서하지 않음)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