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쟁점.

2002대선시 야권단일화승부復棋-2

제봉산 2012. 11. 15. 18:49

“여론조사 단일화는 민주주의 방식 아니다 안 후보에 절대 불리”

2002 단일화 실무협상 정몽준 측 김행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이어, 세 번째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02년 노·정 단일화 협상 당시 정몽준 후보 측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사람은 국민통합21 대변인 김행씨였다. 지난 11월 9일 위키트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를 만나 실패의 경험과 함께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 2002년 대선 당시를 돌이켜볼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당시 정몽준 후보의 대변인이었다. 또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여론조사 전문가였다. 아마도 제가 대한민국에서 선거 여론조사를 가장 많이 해본 경험자였을 것 같다. 또한 정 후보 당선은 나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된 부분이었다. 정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은 내 의무였다. 지금도 장담컨대, 1차 여론조사 룰에서 합의한 질문 문항과 조사방식 그대로, 그리고 매출 순위 10위권 여론조사 기관만을 선정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었다면, 정 후보가 100% 당선됐을 것으로 확신한다.”

- 확신했던 근거는 뭔가. “1차 여론조사 룰이 합의됐을 때(서울 종로구 평창동 올림프스호텔) 민주당 쪽 단일화 협상단에 포함돼 있던 김한길 의원이 신문의 여백에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쓰며 아쉬워했던 표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또한 1차 여론조사 룰이 발표된 날, 민주당 단일화협상추진단 김원기 단장은 울었다.”

- 이것이 쇼라는 생각은 못했나. 민주당 측 실무자인 홍석기씨 인터뷰를 보니까 각본을 짜고 쇼를 벌였다고 한다. “홍석기씨의 양심에 묻고 싶다. 당시 양쪽의 모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정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 일각에선 질문 문항부터 정 후보에게 불리했다고 말한다. “우리 측과 민주당은 당시 여론조사 룰 합의 전에 해당 문장으로 각자 수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언제나 정 후보의 승리였다. 때문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정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

-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후보는 당시 후보단일화협의회에 의해 후보 지위가 상당히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여론조사를 하면 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단일화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 또 여론조사를 11월 24일 일요일에 하기로 한 것은 노 후보 측의 의중대로 관철되었다고도 한다. “여론조사란 일요일에 하면 달라지고 평일에 하면 달라지는 엿장수 같은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일요일에 하면 정몽준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다. 또한 노무현 후보의 의중대로 관철되었다는 말도 낭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한 ‘역선택 방지’를 막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 무슨 말인가. 그때 상황을 다시 복기해 달라. “당시 여론조사 룰이 바뀌면서 시간이 촉박해졌다. 매출 순위 10위권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수임’을 거부해 결국 후보 등록 직전인 11월 24일까지 밀리게 되었다. 하루에 2500샘플을 수행할 수 있는 여론조사 기관을 찾아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 여론조사 결과를 ‘검증하지 말자’고 합의한 것이 잘못 아닌가. “실제로 검증할 시간이 없었다. 양측 모두 ‘반(反)이회창 정서’가 너무나 강했고, 자칫 검증 시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 후유증이 커져 양측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 협상 과정에서 노 후보는 협상단에 전권을 맡긴 반면, 정 후보는 간섭을 많이 했다고 민주당 쪽에선 주장한다. “나는 정몽준 후보를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이 부분은 말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정 후보의 패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고, 그 부분에서 최대 피해자는 정 후보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한다. 그리고 현재는 여론조사 환경이 더 나빠졌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 현재의 단일화 협상이 10년 전과 비교해 다른 점은 뭐라고 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차이를 찾자면, 그때보다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 것이다. 즉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안철수 현상’ 아닌가. 또한 야권 단일화를 하면 ‘무조건 이긴다?’, 그건 장담할 수 없다. 2002년엔 단일후보가 8% 정도 앞섰지만 이번엔 눈 터지는 계가 싸움(±2%)이 될 것으로 본다.”

- 언론의 단일화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의 보도 태도가 2002년과 같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두 후보의 단일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경마식 보도만 하고 있다. 이젠 단일화 방식에 대한 언론의 준엄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현장 투표는 정당 후보인 문 후보만 동원이 가능하고, 모바일 투표·여론조사 모두 민주주의의 ‘직접·비밀’ 투표에 어긋나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세 방식 모두가 부정과 왜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가깝게는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경선에서도 여실히 나타나지 않았나.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건 정당정치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다.”

- 2002년의 실패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현장 투표, 모바일 투표, 여론조사 모두를 반대한다. 세 방식 모두가 조작과 왜곡이 가능하다. 2002년 당시 매출 10위권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정치적 시비에 말려들길 원치 않아 여론조사 수임을 거부했던 것은 옳았다.”

- 단일화 협상을 하면 결국 ‘경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 현재 단일화 협상이 급한 것은 문재인 후보 측이다. 안 후보가 뭐가 급하다고 응했는지 모르겠다. 안후보 측은 여론조사 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다. 민주당은 2002년의 경험도 있고 조직도 있다. 안 후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보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 아닌가. 그러나 안 후보는 ‘단일화’를 얘기하는 순간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 왜 그렇다고 보나.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거론되는 어떤 방식의 룰도 실행단계에선 안 후보에게 불리하다. 왜곡과 조작, 동원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내가 안철수 후보라면 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상대로 정치개혁을 외치며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각인시킬 것이다. 그래야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 안 후보 쪽에서 가장 현실적인 단일화 방법은 뭐라고 보나. “현재 선거 6일 전까지 여론조사 공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때 급한 쪽이 승복하면 된다. 안 후보는 끝까지 ‘정치인 안철수’로 자리매김해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든지 아니면 ‘정치개혁’을 기치로 자기 실력만큼 승부를 본 후, 차차기를 도모할 수 있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면 이번은 물론 차차기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배워야 한다. 단일화만이 안 후보가 살길은 아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선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치집단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