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이대통령 독도방문

제봉산 2012. 8. 10. 21:44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것은 '독도는 우리땅'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일본이 지난 3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를 무더기로 검정 통과시키고, 방위청서와 외교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볼때 일본에 던진 강한 '경고'로도 읽힌다.

일본의 반복되는 억지 주장에 대해 우리도 더이상 방관만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그동안 고수해온 '조용한 외교'에서 방향을 전환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8ㆍ15 광복절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일본과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독도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마다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말로만 거론하는 대신 이번에는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말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게다가 11일 새벽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놓고 한-일전이 예정돼 있어 양국 국민의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여러모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동안 일본의 잇따른 역사적 망언과 도발이 우리의 소극적 외교 때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원수로서 쐐기를 박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모두 신중론을 취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독도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신중론자들은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독도를 국제분쟁화 함으로써 국가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논쟁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못을 박고 가려는 '강경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철거를 요청하자 "성의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고 일본에 개방적 입장을 취했고 노다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줬지만, 사태 진전은커녕 일본 내 극우 분위기가 득세하면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독도 방문은 일본과 외교 마찰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임기 내 역사문제에 관한 한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1950년대부터 경찰로 이뤄진 독도경비대를 배치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에 국가원수가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해마다 독도 방문을 검토했지만 기상을 포함한 여건이 맞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해오다 이번에야 독도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울릉도ㆍ독도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독도 방문에 대한 실행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외교ㆍ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이라면서도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6월2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의결하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라는 점을 들어 현 정부를 '친일 정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일본에 단호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시 협정 추진이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것뿐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락 추세를 그리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 역시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달 들어서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18%로 재임 중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청와대는 여론 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구속되는 등 고비를 맞고 있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진해 온 국정 과제를 온전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어느 정도로 회복하느냐도 관건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행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수행하지 않고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행한 것은 일본에 불필요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평소 울릉도ㆍ독도가 친환경적인 '녹색섬'으로 보존돼야 한다고 밝혀왔다"면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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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중 처음..'독도 영유권' 의지 피력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 언급
일본 측에 사전통보 안해..한-일관계 당분간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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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제67주년 8ㆍ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헬기편으로 독도에 내려 1시간 10분간 독도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독도에서 윤장수 경비대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초소 경비대를 둘러보고 '한국령(韓國領)'이라고 쓰인 바위에 올라 사진 촬영을 했다.

이어 독도를 한바퀴 돌아본 뒤 독도 전사자 추모비를 찾아 헌화ㆍ묵념을 했고, 경비대 식당에서 '독도 지킴이' 김성도(73)씨 부부 등과 다과를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긍지를 가지고 지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께 헬기편으로 울릉도에 도착, 김관용 경북지사와 최병호 울릉군의회의장, 새마을지도자, 노인회 회장 등 지역인사와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취임 초부터 오려고 했는데 되지 않았다"면서 울릉군수에게 '녹색섬 울릉도'라고 쓴 친필 휘호를 전달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독도 방문은 8ㆍ15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식 선포하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일본의 잇따른 역사적 망언과 도발이 우리의 '조용한 외교'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원수로서 독도 영유권 논란에 쐐기를 박는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이 올해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주장을 되풀이하고, 한국 외교백서의 독도 영토 표기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한-일 관계는 크게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이 확인되자 무토 마사토시 (武藤正敏) 주한 일본 대사를 즉각 소환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의 울릉도ㆍ독도 방문을 일본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참모는 "울릉도와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이라며 "우리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가는 것인데 사전 통보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극비리에 전격적으로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울릉도ㆍ독도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도 실행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울릉도ㆍ독도 방문에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이문열ㆍ김주영씨가 동행했다

 

*** 당연한 주권행사, 해마다 가야" vs. "日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리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사적ㆍ지리적ㆍ국내법적으로 우리 영토인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주권 행사지만,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이나 독도 문제의 국제 분쟁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외교가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우리 영토에 못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측이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 정치권에 우리 정부의 확실한 독도 수호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한국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경남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그동안 대일관계에서 두려움이나 신중함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매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우리 땅임을 선언함으로써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의 대외 정책은 항상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가 별도로 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유 등으로 강하게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로 한일관계 전반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고위인사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리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그동안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양국 간 협의 내지는 협상 대상으로 만들려고 독도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는 분쟁지역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앞서 일본은 1954년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그동안 일본의 도발에 대해 "일본의 도발엔 단호히 대처하되 국제 분쟁화 방지를 위해 과도한 대응은 자제한다"는 기조를 갖고 대응해 왔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도발에 대해 그 수준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문제를 제기해서 일본을 자극하고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일본의 중대한 독도 도발 시 사용할 수도 있는 대응카드였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시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