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쟁점.

대학의 반값등룩비시비

제봉산 2011. 6. 10. 19:35

등록금 논의, 거짓말 말고 정직하게 해야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촛불시위대가 6·10 항쟁 날짜에 맞춰 10일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고 운동권들은 반정부 분위기를 띄워 보겠다고 구두끈을 조여매고 있다 한다. 그런데도 마른 섶에 불씨를 던진 정치권은 여야 없이 한 입으로 두말하거나 뒷말로 앞말을 뒤집는 황당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 대학 등록금은 지나치게 비싸다.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등록금이 비싼 것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는 학교 운영예산의 40%, 사립대는 65%를 등록금에 의존한다. 159개 4년제 사립대학 가운데 11곳은 받은 등록금만큼도 안 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작년 사립대(전문대 포함) 경영진단에서는 27곳이 강제퇴출이 불가피한 D등급을, 78곳이 정원감축이나 학과통폐합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주장은 이런 대학들까지 세금으로 목숨을 연장시켜주자는 이야기다.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 교육비 부담률이 GDP 대비 0.6%로 OECD 평균인 1%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걸 들고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반쪽 통계다. 학부모들의 학자금 부담과 기업들의 기부를 합하면 실제로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교육비 부담률은 OECD가 1.5%(민간부담 0.5%), 우리나라가 2.4%(민간부담 1.9%)다. 가계와 기업 부담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4배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7조원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걷겠다는 것은 국민을 향한 세금 테러다.

등록금 논의의 출발은 등록금만 먹고 부실 졸업생을 토해내는 거품 대학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여야 한다. 한국 71%, 미국 64%, 영국 57%, 일본 48%, 독일 36%라는 대학 입학률 통계가 한국교육에 낀 거품을 말해준다. 입학률 48%인 일본에선 벌써 15년 전에 고학력 인플레이션 망국론(亡國論)이 나왔다. 1970년에 87개, 15만8600명이었던 4년제 대학·대학생 숫자가 작년 200개, 255만5000명으로 늘었다. 돈놀이하는 사람들에게 은행 간판을 달게 해준 부실 저축은행 사태처럼 대학 간판을 달아주다 보니 졸업장 전매업소(專買業所) 같은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기업의 채용관행이 여기 부채질을 했다.

등록금 논의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 자료는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대졸 인력의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 이런 고학력자에게 나눠줄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 사회가 공급할 수 있는 교수다운 교수의 숫자와 교육설비 인프라가 얼마나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산출하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부실(不實)·불필요(不必要) 대학은 과감하게 문을 닫게 하고,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대학과 그런 대학의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설비 지원과 학자금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당장 불편하더라도 채용·승진·보직에서 대학졸업장보다 능력을 우선하는 인사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고졸자 100에 대졸자 150~160에 달하는 생애임금 격차도 혁명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이 4년제 대학이 아닌 전문대와 실업계·특성화고교 출신을 안심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혁신하는 과감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이 부족해 허덕이는 선진국은 세계에 한 나라도 없다. 넘치는 대학과 대학생이 각국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고학력 실업자나 고학력으로 저임금 직장에 취업한 젊은이는 자기를 비하(卑下)하며 청춘을 낭비하고 부모를 준비 없는 노년으로 내몰고 사회를 불안스럽게 만든다. 정치권·대학·대학생은 사태를 정직하게 보고 등록금 논의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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