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은 어떻게 자라는가 choi kyung sik님글
햇빛과 물
그럼 구체적으로 작물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알아보자.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햇빛과 물이다. 작물이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려면 햇빛과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광합성은 작물이 햇빛 에너지를 화학에너지, 곧 녹말과 당분을 만드는 작용으로 그것을 열매나 뿌리로 저장시킨다. 그래서 광합성은 작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손을 이어가는 생식활동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생명활동이다.
햇빛은 일단 양지 바른 남향 땅이 좋다. 햇빛 중에도 오전 햇빛이 더 좋다. 오전 햇빛은 자외선이 많아 작물의 광합성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한다. 그래서 정남향보다는 동남향이 더 좋다.
그러나 모든 작물이 다 강한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대부분은 햇빛을 좋아하지만 그늘을 좋아하는 작물도 적지 않다. 고추 같은 경우는 열대 지방이 원산지라 아주 뜨거운 햇빛을 좋아한다. 고추가 얼마나 햇빛을 좋아하는 지 자신의 그림자도 싫어할 정도이다. 반면 더덕이나 머우 같은 경우는 아주 강한 햇빛보다는 적당한 그늘을 더 좋아한다. 머우는 햇빛 강한 곳에 키우면 늘 축 처져 있다가 해질녘이 되면 신나게 잎사귀를 활짝 펼친다. 양지 바른 곳에서는 잘 펴지지도 않지만 적당히 그늘진 곳에서는 항상 잎사귀를 활짝 펼 뿐만 아니라 빠르고 무성하게 번식시켜 간다.
버섯도 마찬가지로 그늘을 좋아한다. 보통 산에서 자라는 나물 종류들은 대개 그늘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그늘이 아니라 밝은 그늘이라야 한다. 요즘 산에는 간벌을 해주지 않아 너무 숲이 우거져 산나물이 자라질 못한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간벌을 해주면 그 다음 해에 누가 꼭 씨앗을 뿌린 것처럼 산나물들이 곳곳에서 올라온다. 그만큼 그늘을 좋아하는 산나물도 햇빛이 적당히 있어야 산다는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데 햇빛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이다. 물이 있어야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항상 물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벼나 미나리 같은 경우는 물이 많아야 좋지만, 그 외 대부분 밭 작물들은 오히려 물이 많기보다 적당히 습기가 있으면서 물이 잘 빠지는 땅이 좋다.
광합성을 하는 데에는 물보다 햇빛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요즘에 와서는 오히려 물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햇빛이야 태양이 존재하는 한 언제 어디서나 비추는 것이지만 물은 자연을 마구 파헤치는 인간들에 의해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 터널을 뚫고 지하에 굴을 파고 고속도로, 아파트 등으로 자연이 마구잡이로 파괴되면서 물길이 끊기고 많은 공장과 상업적인 대량 축산, 무차별적인 지하수 개발 등으로 인해 물이 심하게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점점 봄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작물이 충분히 성장을 해야 할 시기에 물이 부족하여 성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가 여름 장마로 물 난리를 만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하튼 농사를 짓는 데에는 햇빛과 물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아야겠는데, 항상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기에 지역의 기후 조건과 물 조건을 잘 살펴 그에 맞는 작물과 농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넘어가자.
흙
흙은 작물이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터전으로 그 중요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흙이라고 해서 아무 흙에나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살아 있는 흙이라는 의미는 흙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때를 말한다. 단순한 흙은 바위나 돌 등이 오랫동안 풍화되어 잘게 부수어져 모래나 점토 등으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는데, 살아 있는 흙이란 이 속에 조그만 미생물에서부터 지렁이 같은 작은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앞장에서 말한 발효된 흙이다. 이런 흙의 1g에는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생명들이 살 수 있는 흙은 보통 지상부 30~50cm 쯤에서 표토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부 공기와 맞닿아 산소와 물을 원활하게 공급받고 또한 지상부 작물들과 상호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미생물 등 작은 뭇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흙은 일단 부드러워야 한다. 부드럽다는 것은 흙이 딱딱하게 굳지 않고 잘게 부서져 공극이 많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밀가루처럼 골고루 흩어진 흙이 아니라 떼알구조의 흙으로 바뀌어야 한다. 곧 홑알들이 모여 이룬 떼알로 된 흙이어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떼알의 흙에는 공극이 많아 다양한 미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주고 공간 벽면에는 젤리 상태의 다양한 유기물들이 코팅되어 있어 미생물들의 먹이 창고가 된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먹고 배설한 것은 지상부 작물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다시 말하면, 작물들이 썩어 흙속의 유기물로 축적되면 이를 미생물들이 먹고, 미생물이 먹고 배설한 것은 다시 작물들의 먹이가 되는 생태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떼알의 빈 공간은 때로는 물을 머금기도 하고(보수성保水性), 또 때로는 물이 고여 썩지 않도록 잘 빠지게(배수성排水性)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물이나 흙 속의 미생물들이나 생명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물이 필요하지만, 물이란 적어도 안되고 많으면 썩기 마련이라 물을 머금는 역할과 내 뱉는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흙 속의 빈공간인 것이다.
보통 관행농업에서는 축분의 거름을 주고 로터리(분쇄)를 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개 축분도 수입사료와 항생제와 각종 화학약품으로 키운 동물들의 똥인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발효시키지 않고 흙에 넣기 때문에 당장 작물을 키울 영양은 될지언정 흙의 건강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그런데다 로터리로 흙을 밀가루처럼 분쇄하면 흙의 떼알구조는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 흙은 이제 숨이 팍팍 막혀버렸는데, 여기에다 제초제를 뿌리고 나중엔 화학비료까지 뿌려준다. 이런 상태로는 흙 속은 죽음의 세계다. 지렁이도 땅강아지도 지네도, 두더지도 사라지고 흙을 발효시킬 미생물조차 숨돌릴 틈이 없어진다. 이름하여 죽음의 흙인 산성흙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내 흙에는 나쁜 병원균과 내성이 생긴 해충들이 득시글거린다. 건강한 먹이사슬로서 생태계가 깨진 자리를 이들이 메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농사는 이들과 한판 전쟁이 되고 그 전쟁에 동원되는 무기는 또다시 화학전으로서 농약이 대량살포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화학비료를 많이 줘도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사태가 오고만다. 흙에는 염류가 더욱 축적되어 사막과 같이 된다. 뉴스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흙의 염류 피해가 그것이다.
흙이 오염되면 작물만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흙은 모든 생명의 터전이기에 사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흙의 오염은 곧바로 물의 오염으로 이어져 그 심각성은 일파만파가 된다. 인간만이 많이 먹고 살 요량으로 흙에다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뿌려대는 일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것은 부메랑 효과가 되어 인간에게 돌아오고 말 일이다.
거름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름을 공급해주어야 하는데,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연은 절로 거름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구태여 힘들여 만들지 않더라도 생태계가 살아 있으면 절로 거름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농사는 인간이 먹기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이 먹은 만큼은 반드시 땅에다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농사에선 거름이 꼭 필요한 것이다.
사실 원래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자신이 먹은 만큼 자연에 돌려준다면 그 또한 절로 거름이 만들어지는 일 일게다. 모든 동물이 다 그러하듯이 먹고 배설한 것을 다 흙으로 보내고, 자신의 삶을 마감하면 그 육체 또한 흙으로 돌아가기에 자연은 항상 필요한 거름을 자급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화학농법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은 먹은 만큼 흙으로 돌려보내기는 커녕, 거름으로 뛰어난 똥마저 자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게다가 잡초도 흙으로 돌아가면 훌륭한 거름임에도 제초제로 다 죽여버려 흙만 오염시키고, 정성들여 키운 작물도 열매 말고 줄기나 잎사귀도 잘 숙성시키면 요긴한 거름으로 쓰일 수 있음에도 쓰레기로 버려질 뿐이다.
그럼 여기에서 잠깐 화학농법에서 말하는 비료와 유기농법에서 말하는 거름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먼저 화학농법에서 말하는 무기질 비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작물이 자라는 데 다량으로 필요한 원소로는 산소(O), 수소(H), 탄소(C), 질소(N), 인산(P), 칼리(K), 석회(Ca), 고토(Mg), 유황(S)들로 9가지인데, 이중 산소, 수소, 탄소는 자연에서 다량으로 존재하는 반면, 질소, 인산, 칼륨은 그렇질 않아 이를 비료의 3요소라 하며 여기에 석회와 고토를 더해 5요소라고도 한다.
작물이 자라는 데 아주 미량으로 필요하지만 꼭 있어야 할 것들로는 철(Fe), 망간(Mn), 붕소(B), 아연(Zn), 몰리브덴(Mo), 구리(동, Cu), 염소(Cl)들이 있다.
여기서 다량원소와 미량원소를 합쳐 16가지 무기성분을 흡수해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 화학비료(무기질비료)에 의한 관행농법의 입장이다. 말하자면 이 16가지만 있으면 작물은 성장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법에서는 작물이 자라는 데 이렇게 영양성분으로 바라보는 입장 자체를 거부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영양제만 먹고 사는 셈인데, 작물도 사람과 같은 생명인데 어찌 이렇게 생명을 잃어버린 영양만을 먹고 살 수 있겠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기질비료, 즉 천연거름에는 이 무기질비료 외의 많은 미량원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아미노산, 핵산, 포도당, 비타민 등 생명활동에 활력을 주는 필수요소들을 갖고 있다.
화학비료의 가장 큰 맹점은 흙에 들어가면 바로 이온화되어 작물이 미생물의 도움 없이도 영양을 직접 흡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흙에는 이런 무기질 영양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미생물이든 지렁이 같은 동물이든 그 존재의 가치를 중요시 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친환경농법, 유기농법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의 혼용을 강조하는 입장도 확대되고 있다. 사실 유기질 비료는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무기질로 이온화 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무기질비료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기질비료를 주려면 상당한 양이 투입되어야 한다. 화학비료 입장은 이런 두가지 점을 비판하면서 대신에 토양을 개량시켜 주는 유기질비료의 장점을 받아들여 혼용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화학비료 위주의 관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효과가 늦는 지효성이란 뜻은 그동안 화학비료에 의해 산성화된 땅에다 유기질비료를 주면 효과가 늦는 것이지, 오랫동안 계속해서 천연거름을 써온 흙에 무슨 지효성이니 속효성이니 하는 말이 필요하겠는가? 말하자면 천연거름은 저장성이 있어 그것이 계속 흙에 쌓여있으면 속효성을 발휘하도록 화학비료를 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필요하다면 화학비료에 의해 죽은 흙을 살리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줄 수는 있는 일이다.
이렇게 화학농법의 입장을 통해 왜 천연거름, 살아있는 거름을 주어야 하는지, 그래야만 흙이 살 수 있는 지를 간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화학비료, 무기질비료가 아닌 천연거름에서 비료의 필수요소와 미량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여하튼 작물이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질소질 비료가 제일로 필요하다. 유기물 속의 질소질 비료는 미생물의 좋은 먹이가 되고, 그걸 분해한 것이 작물의 주식이 된다. 보통 유기물에는 질소질 비료가 아주 풍부한데, 대표적인 것이 깻묵과 인분, 동물의 축분 등이다. 그래서 보통 거름하면 질소질로 통한다.
그러나 질소질 비료를 너무 많이 주게 되면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우선 질소질이 너무 많으면 좋은 미생물만 꼬이는 게 아니라 유해 미생물도 많이 꼬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거름은 발효가 되지 못하고 부패가 되버리게 된다. 부패가 되면 거름기를 많이 손실할 뿐만 아니라 더더욱 좋지 않은 병해충이 생겨 결국 흙과 작물에 해를 주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름에다 탄소질이 많은 왕겨나 쌀겨, 재, 숯가루, 볏짚이나 마른 풀들, 톱밥(통기성 매질) 등을 섞어 주어야 한다. 이것들은 거름더미에 공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해 주어 부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미생물들의 서식처를 제공해주어 미생물을 많이 꼬이게 할 수 있다. 재래식 화장실에 마른 재료들을 뿌려주어 구더기가 끼지 않게 하는 것도 부패를 막음으로써 구더기가 좋아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마른 재료들은 인산이나 칼리 등 질소 말고 다른 비료 성분도 갖고 있어 거름이 다양한 영양 성분을 갖도록 해준다.
질소질이 너무 많으면 작물을 웃자라게 하는 역효과도 있다. 작물이 너무 길게 자라면 바람에 쉬 쓰러질 뿐만 아니라 열매도 부실하게 맺게 된다. 열매나 곡식이 잘 맺으려면 인산이나 칼리가 아주 필요한데, 재나 숯, 쌀겨 등 통기성 매질에 바로 그 성분들이 풍부하다.
그래서 더더욱 작물에 필요한 영양은 고루 포함되어 있는 것이 좋은데, 굳이 구분을 한다면 채소 같이 줄기나 잎사귀를 먹는 것은 질소질 비료를, 열매나 과실을 먹는 것은 인산 비료를, 감자나 고구마 같이 전분을 주로 목적으로 하는 것은 칼리 비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밑거름은 골고루 영양이 들어가도록 해주고 웃거름은 작물별로, 또 작물의 생육 상태를 보아가며 그에 필요한 거름을 만들어 주면 좋다.
그러나 작물이 자랄 때는 성장과 열매 맺기 위해서만 비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곧 병해충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붕소, 망간, 구리, 철 등과 같은 미량 요소 비료는 미량만 모자라도 병해충에 약한 작물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거름은 더욱 골고루 영양이 들어간 것이어야 한다.
퇴비 만들기
퇴비란 식물성 거름을 일컫는다. 밭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뽑아서 햇빛 잘 드는 곳에 쌓은 다음 물을 축축하게 적시어 놓고 비닐과 카파로 덮어놓는다. 마르지 않도록 자주 물을 주는데, 물보다는 오줌이 더 좋다. 바닥은 물이 고이지 않도록 돋아 있게 만들어야 한다. 오줌 주기가 여의치 않으면 설거지물도 좋고 그 보다는 쌀뜨물이 좋다. 한여름엔 1달 정도면 쓸 수 있을 만큼 부숙된다.
풀에다 동물 똥과 오줌을 섞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옛날엔 가축 우리의 바닥에 풀을 잔뜩 깔아 주어 동물이 똥오줌을 싸며 밟게 만들어 손쉽게 거름을 만들었는데, 이를 구비(廐肥)라 한다.
풀 사이에 음식물찌꺼기를 주어도 괜찮은데 다만 음식물은 발효가 오래 걸리는 게 문제다. 음식물은 잘게 부숴지지 않은데다 염분이 있기 때문이다.
퇴구비 만들기
가축 우리에 풀을 깔아 주어 똥오줌과 절로 섞여 만들어지게 하는 구비의 원리를 이용해 밭 적당한 위치에 바닥을 돋운 다음 풀을 잔뜩 쌓아 두고 그 속에다 음식물이나 똥이나 각종 질소질 거름을 묻는다. 오줌은 쌓아 논 풀 위에다 뿌려 주면 된다. 그리고 위에다 카파를 덮어 놓으면 된다.
밑에는 지렁이가 모여 풀과 음식물을 분해한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겨울을 나게 하면 푹석 주저앉아 부피가 매우 줄어든다. 입춘 이후에 위의 풀을 걷어보면 지렁이 똥과 풀과 음식물들이 삭아 거름흙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똥 거름 만들기
동물성 거름의 대표가 똥이다. 똥은 질소질이 아주 많은 거름 재료여서 영양이 많아 자칫 부패하기 쉽다. 반드시 발효를 잘 시켜야 하며 또한 과잉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주려고 해선 안된다.
똥은 공기를 좋아하는 호기발효를 한다. 공기를 넣어주는 방법은 공극이 많은 마른 재료와 켜켜이 쌓는 것이다. 톱밥이나 왕겨나 숯가루나 대패밥, 활엽낙엽 같은 것이면 좋다. 특히 활엽낙엽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어 발효에 아주 도움 된다.
마찬가지로 바닥을 돋고 나서 맨 밑에는 마른 재료를 깔고 그 후부터 켜켜이 쌓는다. 부피나 두께로 보았을 때 똥보다 마른 재료가 두배 이상되게 두텁게 쌓아 준다. 마지막엔 다시 마른 재료로 덮고 위에다 비닐과 카파를 덮는다. 비닐은 밀폐효과를 주면서 빗물 침투를 막고, 카파는 햇빛 투과를 막는다. 공기를 좋아한다고 하여 공기 중에 노출시키면 영양 손실이 많고 발효도 늦다. 공극이 많은 마른 재료가 머금고 있는 공기면 충분한 것이다. 한여름엔 한 달이면 충분히 발효되고 봄가을엔 두 달 정도 길게 잡으면 좋다. 그러나 보통 가을에 만들어 겨울을 나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면 조직이 더욱 부드러워져서 봄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 더 발효가 잘된다.
깻묵 거름 만들기
깻묵(유박)이란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일컫는데, 대표적인 것은 들깨와 참깻묵이다. 식물성이지만 이 또한 질소질 영양이 아주 풍부하다.
깻묵으로 거름 만드는 방법은 똥과 비슷한데 다만 깻묵은 매우 말라 있는 상태라 수분 공급이 더욱 많아야 한다. 오줌으로 수분을 공급하면 좋고, 야채효소처럼 발효액을 500배쯤 물로 희석해서 뿌려주면 더욱 좋다.
마찬가지로 돋은 바닥에 마른풀을 먼저 깔고 깻묵가루를 깔고 물을 뿌려준다. 마른 재료와 깻묵가루의 비율은2:1정도의 느낌으로 한다. 다 쌓으면 맨 위는 다시 마른재료로 덮고 비닐과 카파를 덮어 준다.
액비 만들기
액비는 액체 비료인데 고형질 거름을 포대에 담아 물에 녹인 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액비는 웃거름으로 쓴다. 깻묵이 제일 만들기 쉬운 재료이며 똥도 가능하다.
깻묵을 기본 재료로 하지만 쌀겨를 함께 넣으면 발효도 잘 되고 영양도 고르게 한다. 쌀겨는 아주 고급 영양분인데 특히 인산이 풍부하다.
깻묵과 쌀겨의 비율을 2:1 쯤. 이를 포대에 담으면 그것에 다섯 배 되는 물을 고무다라에 넣고 포대를 집어넣으면 된다. 뜨거운 한여름에는 한 달 쯤, 봄 가을에는 두 달 쯤 지나면 쓸 수 있으나, 제일 안전한 것은 늦가을에 만들었다가 한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따뜻한 봄 기운에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사용할 때는 반드시 물로 다섯 배 희석시켜 써야 한다. 어린 모종은 그 이상 더 희석시켜야 좋다. 엽면 시비할 때는 마찬가지로 다섯 배 희석시키는데 함께 목초액도 섞으면 좋다.
고급 식물성 유기질 거름 만들기
똥과 같은 동물성 거름은 영양이 풍부한 반면 잘못 쓰면 가스 피해를 입거나 과잉피해를 입는다. 동물성이 아닌 풀 같은 식물성 거름은 발효 기간이 길고 부피가 많아 숙성시키기가 곤란한 약점이 있다. 그러나 쌀겨와 깻묵 같은 재료는 풀과 달라서 발효 기간도 짧게 할 수 있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으며 더욱 좋은 것은 거름 영양이 매우 풍부하다는 것이다. 물론 똥에 비해 안전성도 뛰어난데 발효를 완전하게 시켜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쌀겨는 대표적인 인산거름이지만 질소질도 많고 당분도 많아 발효를 촉진시켜 주고 다른 미량요소들도 많은 좋은 재료이다. 깻묵은 기름을 짜고 남은 것으로 특히 참깻묵과 들깻묵이 좋다. 이것들은 대표적인 질소질 거름인데, 영양이 높아 발효를 잘 시켜야 하는 재료이다.
쌀겨와 깻묵을 2:1의 비율로 준비하고 왕겨숯가루를 깻묵 만큼 준비한다. 그리고 야채효소 같은 발효액을 100배로 희석한 물을 준비해서 전체 습기가 50~60% 정도 되게 잘 섞는다. 야채효소가 없으면 발효균을 구입해서 물의 1%, 곧 100배 희석액처럼 만들어 써도 되고, 직접 만들려면 매일 쌀뜨물을 통에 모았다가 써도 된다. 쌀뜨물을 매번 페트병에 담고 설탕 한 숟갈 정도 섞으면 발효균이 잘 배양된다.
이 고급 유기질 거름은 일반 거름과 다르게 첨가제처럼 쓰면 아주 좋다. 밑거름에 10~20% 정도로 쓰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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