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자연

대암산의 "용의늪"

제봉산 2010. 8. 14. 13:48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1280m)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고산 습지입니다.
그래서 1997년 람사르 국제 습지로 등록된 소중한 생태 보호구역입니다.
얼마 전에 지난해 가을 방문에 이어 두번째 용늪을 다녀왔습니다.
민통선 지역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국방부와 환경청의 협조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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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찾아간 용늪은 옅은 안개에 쌓인 채 적막함에 젖어 있었습니다.
용늪을 향한 숲길을 지나 나무 데크를 따라 걷자니 이슬을 머금은 풀들이 바짓가랑이를 적시구요.
벼처럼 생긴 사초과 풀들이 탐방로인 데크 마저 덮어 용늪은 마치 울창한 키 작은 갈대숲 같더군요.
이따금 꽃창포와 여로가 사초숲 위로 삐쭉히 보라색 꽃을 내밀고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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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에 꽃잎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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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꽃대만 사초숲 위로 올라온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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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초로 빼곡한 용늪엔 두개의 웅덩이가 있습니다.
지름이 5~6미터 쯤 되는 작은 웅덩이로 깊이도 50~60cm 밖에 되지 않는 둠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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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웅덩이엔 먼 옛날 이곳에 나무가 자랐었는지 고사목이 누워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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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를 따라 생긴 개울에는 검은색 이탄(泥炭)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곳이 고산 지대여서 겨울이 길고 추워 여름에 자란 식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채 석탄과 유사한
이탄이 되어 쌓인 것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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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늪에는 2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답니다.
동행한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용늪의 식물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개울 주변의 끈끈이주걱과 개통발 같은 희귀 식충식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구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보라색 별 모양의 비로용담도 수풀 사이에 수줍은듯 얼굴을 내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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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주걱에 걸려 죽은 작은 곤충의 사체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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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충식물인 개통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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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모양의 꽃을 피운 비로용담과 개통발은 용늪에서만 관찰되는 대표적인 북방계 식물이랍니다.
현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이들 식물은 용늪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온난화뿐만 아니라 습지가 마른 땅으로 변해 가는 육화(陸化)도 용늪 생태계의 위협 요인입니다.
용늪 주변에서 산철쭉과 사스레나무 등이 영역을 확장해 들어오고 있답니다.
 
아래 사진은 용늪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는 꽃과 곤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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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늪으로 내려가는 숲 그늘에 핀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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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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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이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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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패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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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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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꿩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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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초원하늘소...

대암산 용늪의 생태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용늪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양구군과 화천군은 두타연과 평화의댐 상류 양의대 습지를 연결한 생태관광 코스를 개발중이구요.
 
하지만 생태관광 보다 주요한 것은 환경과 생태를 보호하는 것이겠지요.
이 때문에 개방은 하되 생태계 보호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군과 환경청, 그리고 지자체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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