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자연

삼척의 금강송.

제봉산 2009. 12. 15. 19:18

바람을 품고도 거침없이 솟았구나

‘첩첩산중’ 겨울풍경 삼척

삼척 준경묘에 장쾌하게 솟은 금강소나무들의 위용. 이렇듯 힘차게 솟아 수백년의 시간을 지탱해왔던 준경묘의 소나무는 베어진 뒤에도 경복궁이나 남대문의 들보가 돼서 역사를 떠받치게 된다.
차가운 겨울 한가운데를 걸어 소나무들이 힘차게 도열한 숲으로 갑니다. 깊어가는 겨울의 소나무 숲에서는 알싸한 박하향이 풍깁니다.

강원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 장군의 묘소로 알려진 곳입니다. 가파른 시멘트 포장도로를 숨이 턱에 차서 넘어가면 이윽고 부드러운 흙길이 시작됩니다. 그 길에서는 한아름이 넘는 굵은 금강소나무들이 마중을 나옵니다. 사실 그곳에서는 희미한 역사에 대한 감회보다는, 오히려 거칠 것 없이 시원스레 뻗은 금강소나무 군락에서 느껴지는 상서로운 기운이 마음을 붙잡습니다. 굳이 피톤치드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이 금강송 숲길을 마주보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과 몸에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것 같습니다.

삼척은 겨울의 서정으로 가득한 여행지입니다. 삼척이라면 가장 먼저 바다를 연상하겠고, 삼척 겨울바다의 매력도 빼어나지만 첩첩 산중을 이룬 내륙의 정취도 그에 못잖습니다. 준경묘의 금강소나무 숲에 마침 함박눈이라도 내린다면 흰 눈에 소나무의 붉은 둥치와 짙푸른 녹색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낼 것이고, 통리역에서는 태백선 열차가 험준한 고갯길을 갈지(之)자의 스위치백 구간을 헐떡거리며 넘어가는 풍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곧 철도터널이 뚫릴 예정이어서, 열차가 스위치백 구간을 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도 한 해가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기다가 산촌마을의 투박한 너와집을 지나 427번 지방도로에 오르면 길가에 넓게 펼쳐지는 호밀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방은 겨울의 황량한 무채색으로 가득한데 호밀밭에서는 이제 막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고 있었습니다. 다 얼어붙는 혹독한 추위에도 호밀 새싹이 밀어내는 진초록빛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겨울이 깊어질수록 호밀밭은 초록빛으로 반짝이며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할 것입니다.

427번 지방도로를 따라 상마읍, 중마읍, 하마읍마을을 지나면 삼척의 바다에 당도하게 됩니다. 겨울바다의 정취야 동해안 어디고 다 비슷하겠지만, 어쩐지 삼척의 바다가 겨울에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평, 궁촌, 부남, 덕산, 맹방, 한재밑, 오분…. 해안선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해수욕장들은 적막하면서 쓸쓸한 바다의 짙은 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새천년해안도로를 달리며 파도가 해안을 때리면서 만들어낸 흰 거품으로 가득한 바다를 내려다보는 정취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겨울의 서정으로 가는 길. 바로 삼척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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