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팬 “축구장에 물을 채워라” |
32년만의 패배에 충격…전술부재·선수 질타 협회 누리집, 중국에 0-3 패배후부터 ‘먹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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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부터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접속이 장애를 겪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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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천명 동시 접속하던게 2만명까지 늘었습니다. 서버가 다운된 것은 아니지만, 팬 게시판에는 거의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희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가 10일 밤 중국과의 동아시아연맹대회 패배(0-3) 뒤 11일 오전까지 먹통이 됐다.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들어가서 세부 항목을 클릭하면 다운이 된다. 특히 분노한 축구팬들의 원성을 담아내는 팬 게시판은 아예 접속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접속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적 처음”
축구협회 관계자는 “몇년전 중국쪽 해커의 침투로 협회 인터넷이 마비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인터넷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른 적은 없다”고 했다. 협회는 해킹 사건 이후 팬 서비스와 보안 강화를 위해 서버를 한 대에서 두 대로 늘렸다. 하루 평균 2000~3000명이 동시 접속하지만 워낙 여유 용량이 커서 협회 홈페이지는 인터넷에 관한한 ‘고속도로’로 통했다. 그러나 중국전 충격의 패배로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 축구팬들의 원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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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우(맨 오른쪽)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 2차전에서 중국에 진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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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비난이 90%”
축구협회 쪽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팬 게시판에 어떤 내용이 올라오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실망감이 커졌던 것 같다”며 “게시판 글의 90%가 대표팀을 비난하는 글이고, 10% 정도가 냉정함을 찾자는 글이다”고 했다. 주로 경기에서 노출된 취약점 분석 글이 많지만, 선수 개개인에 대한 비난과 감독의 전술 부재 비판이 거세다. 축구가 워낙 광범위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고, 32년 만의 중국전 패배이기 때문에 격한 감정을 거르지 않고 쏟아내는 일은 많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자 분노한 팬들이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의 성공과 빗대, “축구장에 물을 채우라”는 등의 비난글이 빗발쳤다.
“협회는 쥐죽은 듯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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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국 대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이 상대 중국에게 0-3으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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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등 고위급은 모두 동아시아연맹대회 때문에 일본에 나가 있어 가뜩이나 조용한 협회는 중국전 패배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팬들은 격앙돼 있는데 해법은 찾기 어렵다. 때문에 시간이 빨리 지난 여론이 가라안기만을 바라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협회 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 앉았다.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일본전이 더 걱정된다”
국내 축구팬들의 들끓는 분노는 양면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축구가 의외성이 강한 스포츠라는 점을 생각할 때는 너무 쉽게 끓어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강호라도 대량 실점으로 패배하는 일이 빈번한 게 축구다. 때문에 한 경기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는 것은 종종 ‘냄비근성’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허정무호가 오랜 기간 대표팀을 조련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표팀이 중국과의 경기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팬들의 답답증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하게 수비 압박에 들어가고, 빠르게 공수전환을 하는게 필요하다”며 “14일 일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표팀에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이라고 걱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