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2010년 북한의 공동사설의미는...

제봉산 2010. 1. 1. 20:01

북 공동사설 "대화로 평화체제·비핵화 실현할 것"

“한반도 평화 근본은 북미관계 개선”..6자회담 복귀 시사
남북관계 개선도 제안..경공업ㆍ농업 강조 ‘눈길’
북한은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겠는 의지를 내보였다.

공동사설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북).미 사이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힌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달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북미 대화가 재개된 것을 토대로 올해 평화체제와 비핵화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설은 노동신문, ‘조선인민군’(군보), ‘청년전위’(청년동맹 기관지) 3개지에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제목으로 동시에 실렸다.

공동사설은 대남 정책과 관련, “(2010년은) 6.15북남공동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해”라며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도 피력했다.

사설은 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해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내부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일대 공세를 벌이는 것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이고,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전선”이라면서 ▲인민소비품 증산 ▲지방공장 풀가동 ▲농업증산 ▲유기농업 등 새로운 농법 수용을 촉구했다.

사설은 이와 함께 “인민생활과 관련된 부문들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경공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를 제때에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화폐개혁 등 경제 조치와 관련, “상품 유통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인민봉사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원활한 재화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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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北공동사설..경제 `부각'vs 국방 `배제'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점이다.

무엇보다 사설의 제목부터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로 잡았다.

특히 발전시켜야 할 경제 분야로 ‘경공업과 농업’을 명시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민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종전의 공동사설 제목은 대부분 “잘 해보자”는 식의 정치구호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

예컨대 작년에는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 2008년에는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조국 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 , 2007년에는 ‘승리의 신심 높이 선군조선의 일대 전성기를 떨쳐 나가자’가 제목이었다.

이처럼 ‘경제’에 방점을 찍은 공동사설 제목은 작년 11월30일 단행된 화폐개혁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외화사용 금지 조치 등과 ‘내수경제 안정’이란 측면에서 묶여 있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과거 공동사설의 정책 분야 구분에서 최상단 메뉴였던 ‘국방공업’이 아예 배제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종전의 공동사설은 “선군시대 경제노선에 맞춰 국방공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국방 최우선’ 취지의 언급이 항상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는 ‘국방공업’이 정책 분야별 소제목에서 완전히 빠지고,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간단히 언급됐다.

경제에 힘을 실으면서도 “인민생활을 높이는 것은 경제 사업이 아니라 당 위업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적시해, ‘정치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은 ‘심려’도 눈길을 끈다.

올해도 ‘150일 전투’ 식의 정치적 구호 아래 주민 노력동원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작년도 사업 평가에서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성공적이었다’고 자찬하며 부각시킨 것은 ‘국방공업’ 언급을 배제한 부분과 일견 배치된다.

하지만 ‘국방공업’을 톤다운시킨 것이 국제사회에 뿌리 깊은 ‘군사 국가’ 이미지를 탈색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 부분은 대미 협상을 의식한 ‘복선’으로 해석된다.

핵 군사력을 부각시켜야 올해 대미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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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내외 안정' 방점..후계구도 `포석'

 

“평화체제.비핵화, 대화로 풀겠다”..對미ㆍ對남 유화제스처 ‘확연’
국방공업 생략→경공업.농업 전면 배치..‘민심 잡기’ 최우선

올해 북한의 주요 정책방향을 제시한 신년 공동사설은 대외 분야에서 북미간 평화체제 수립과 남북관계 개선, 내부적으로는 경공업과 농업 활성화를 통한 주민생활 향상에 초점를 맞췄다.

서로 맞물려갈 수밖에 없는 대내외 정책의 방점을 모두 ‘안정’ 위에 찍은 것이다.

북한의 이런 정책기조는 우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토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후계 구도’의 조기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공동사설은 우선 대미관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두 문장에 걸쳐 ’조미(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강조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에 분명한 ‘러브콜’을 보냈다.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시종일관 견지해온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슈를 올해도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공동사설은 나아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해, 필요하면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을 병행하되 평화체제 수립과 비핵화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체제 고수의 절실한 과제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어렵게 마련된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견고히 지키면서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두 카드를 절묘히 조합해, 유리한 협상 입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사설은 또 북미관계의 연장선에서 대남정책에도 비교적 큰 비중을 실었다.

특히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 남한의 현 정부 들어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걸음 더 나가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이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사실상 남북대화 재개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 이전 10년간 남측의 지원에 상당히 의존해온 북한 입장에서 쌀과 비료 지원이 완전히 끊기고 민간 지원도 급감한 현상황은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주민생활 향상을 올해 내정의 최대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물자지원 확보는 북한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동사설이 남한 정부를 직접 겨냥한 비난이나 예의 통일부 험담을 한 줄도 걸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만 해도 공동사설은 남한 정부를 정조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쑈독재 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그에 비해 “남조선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대결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가도 개선될 수 없다”는 금년의 공동사설 문구는 상당히 ‘우회적’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경제 부문’에서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공업과 농업에 ‘올인’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올해 사설은 제목부터 ‘당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로 잡을 만큼 ‘인민생활’을 중시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인민생활 향상에 전당적, 전국가적 힘을 집중해야 할 총공세의 해”, “인민생활 향상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공전선”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반면 과거 분야별 정책과제 가운데 최상단에 배치됐던 ‘국방공업’ 부문이 올해 공동사설에서는 아예 빠져 눈길을 끈다.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자칭 ‘핵보유’ 군사강국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해온 ‘군 제일주의’ 국가다.

그런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국방공업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경공업과 농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현재 북한 당국 입장에서 내수 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주민생활 안정, 다시 말해 ‘민심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