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되면 한국의 산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고, 가는 곳마다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거의 전문가 수준의 등산복과 장비를 구비한 한국 등산객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산악회’ 회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크고 작은 산악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동호회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코드에 따라 뭉쳐진 모임이기도 하다.
사실 ‘산악회’는 한국의 수천 수만 동호회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국은 각종 동호회, 모임 등이 넘쳐나는 사회이며 ‘○○회’등은 사실상 하나의 집단을 형성한다. 많은 한국인이 여러 개의 집단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만약 어떤 무리에 끼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불안하거나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력관리나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개인 행동 터부시하는 사회
- ▲ 연세대(파란색)와 고려대(빨간색)를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은 양교 학생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의 이러한 기질은 일상 생활속에서 두드러진다. 환경이 새로 바뀌게 되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속해야 할 곳부터 찾는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국인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의 고향이나 출신학교, 또는 군복무시절 어떤 부대에 있었는지 등을 묻곤 한다. 또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술집에서 홀로 ‘자작’하는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혼자 식사하면 궁상맞아 보인다는 인식이 있는데, 술까지 홀로 마시면 정말 친구가 없는 불쌍한 사람으로보여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을 터부시한다. 한국어에서도 한국인의 이러한 ‘집단의식’을 엿볼 수 있다. 혼자 살아도 자신의 집을 ‘우리 집’ 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한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혈연, 지연에 묶이거나 성장하면서 학연에 소속되어진다. 광주에서 태어나면 그 사람은 평생 ‘전라도 사람’이며, 대구에서 태어나면 ‘경상도 사람’으로 갈려진다. 한국에서 전라도인과 경상도인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질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정치적으로는 특히 그렇다. 한나라당에서는 호남 출신 의원을, 민주당에서는 영남 출신 의원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지연이 ‘종신 그룹’이라면, 학연은 ‘반 종신 그룹’ 이다. 한국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창회, 동문회가 갖추어져 있으며, 이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견고한 인맥을 구축해간다.
‘고려대 교우회’ ‘호남 향우회’ ‘해병 전우회
- ▲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한국의 해병 전우회.
각기 다른 집단에 속한다는 것은 결국 한 개인의 운명도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집단 구성원이 서로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려대 교우회’ ‘호남 향우회’ ‘해병 전우회’는 결속력 강하기로 소문난 한국의 3대 집단주의 커뮤니티이다. 한국 대기업 간부의 다수가 고려대 출신이며, 법조계와 정계는 고려대와 서울대가 꽉잡고 있다는 말이 있다. 한국 매체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정부 내각이 고려대 출신아니면 소망교회 신도, 영남지역 출신 인사로 구성된 것을 꼬집은 적이 있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학을 다니지 않아 대학 동문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었다. 사실 한국이 수십년 유지해왔던 ‘3김정치’도 집단문화가 정치에 반영된 전형적인 사례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 영남 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 충청도 출신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하는 한국의 3대 세력구가 형성한 집단간의 합종연횡이 줄곧 한국의 현대 정치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이다.
배타적 끼리문화, 글로벌 시대 과제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몇 세대에 걸쳐내려오는 한국인의 굳건한 신조다. 이들은 어디를 가든 이러저런 집단을 만들거나 자신의 신분 정체성에 맞는 모임을 찾는다. 또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구성원간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동질성을 강화해 나간다. 이런 이유로 매년 연말만 되면 대부분의 한국인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모임에 참석하느라 분주해진다. 한국인의 ‘끼리문화’는 해외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어떤 나라에 가든 순식간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는데, 중국 각 대도시마다 있는 ‘코리아타운’이 그 예다.
한국인의 끼리문화가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집단, 계층에 배타적인 태도가 그것이니,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극복해야 할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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