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의 전격적인 화폐계획.

제봉산 2009. 12. 1. 22:11

화폐개혁…北경제 어디로 이끌까

1980년대 베트남과 유사..시장경제 확대 여부 `주목`
`경제퇴행→주민고통 심화` 관측도..재화공급 부족 해결 `관건`

북한이 30일 17년 만에 전격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7년만에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 의 경제운용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100대 1' 교환으로 전해진 이번 조치는 북한 주민들이 집안에 보관해온 이른바 '장롱화폐'를 양지로 끌어내 경제운용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고,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잡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큰 흐름만 보면 이번 화폐개혁은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개혁.개방을 선택한 베트남의 전례와 유사하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북한의 '7.1조치'와 유사한 임금 및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4년만인 1985년 '10대 1'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실제로 물가 현실화 이후 베트남을 강타한 인플레는 현재 북한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또 화폐개혁 이후에도 계속 물가가 잡히지 않고 경제운용도 순탄하지 않자 1989년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했다.

경제개방을 축으로 하는 일련의 개혁 조치에 힘입어 베트남은 현재의 주목받을 만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번 화폐개혁의 후속 조치로 북한당국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현재 의중과 상관없이 결국 북한 경제는 베트남처럼 가격 자유화를 통한 적극적 개방기조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이번 화폐개혁 등 저간의 흐름을 볼 때 북한은 베트남의 경제개방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당국은 가격 자유화를 원치 않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실제로 7.1조치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먼저 도입한 중국과 베트남에 관료나 연수생들을 보내 선진 금융기법과 금융개혁 경험 등을 연구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에 이어 머지 않은 미래에 금융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폐개혁을 통해 목표로 삼은 재원을 확보하면 그 다음 단계로 금융기관을 설립해 공장, 기업소 등을 설립하는데 자본을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년 초 일반인과 기업소 등을 상대로 예금, 대부, 결제 등의 업무를 하는 상업은행을 만들었으나 자본금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운용자금을 마련하면 본격 가동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평화문제연구소의 장용석 연구실장은 "쫓겨난 박봉주 전 내각 총리는 농업은행, 공업은행 등 다양한 금융기관 설립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화폐 개혁 조치로 재정을 확충하고 그것이 금융개혁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3년 11월 '국가재정금융위원회'를 설치하고,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 간의 보완성을 강화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이번 화폐개혁이 북한경제의 퇴행을 가져와 결국 그 여파가 중간층 이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전격적으로 단행된데다 환전상한액까지 정해진 이번 화폐개혁 과정에서 돈을 바꾸지 못해 생기는 피해는 현금을 많이 쥐고 있는 시장 소상인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렇게 소상인 자본이 잠식되면 시장에 큰 충격파를 몰고와 결국 원활한 상품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 당국의 배급기능이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까지 망가지면 시장에서 생필품 등을 구해온 주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반 주민들도 화폐개혁 과정에서 돈을 제대로 바꾸지 못해 전반적인 구매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강제로 디플레이션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물가 하락 등의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제구조에서 화폐개혁은 시장기능을 억제해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이처럼 만성화된 재화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이미 북한 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내수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개혁으로 재화공급이 크게 위축될 경우 중국에 도움을 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화폐개혁에 교환 한도가 있는지, 언제까지 이뤄지는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어쨌든 이번 조치는 북한 경제의 큰 변화 과정에서 한 부분이 불거진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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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으로 남북경협 영향받을 수도`

북한이 지난달 30일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이 향후 남북경제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1일 "화폐개혁이 마무리되면 북한은 달러.유로 등과 북한돈의 교환 비율을 새로 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럴 경우 우리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개성공단의 북측근로자 임금 등이 달라질 수 있어 남북경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이번 화폐개혁의 배경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색출해 경고를 주고 ▲북한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을 유통시키며 ▲노동당, 중앙정부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 등으로 분석했다.

그는 "약 한 달에 걸친 화폐개혁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100일 전투가 끝나는 시기와 거의 동일하다"며 "이 시기를 토대로 경제를 부흥시켜 김정은으로의 후계작업을 원활히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돈을 새 화폐로 교환할 때 가지고 있는 현금을 한꺼번에 바꿔주는 게 아니고 1인당 교환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고 한다"며 "때문에 북한 무역일꾼들이 이번 화폐개혁에 당황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화폐개혁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돈이 있는 경제일꾼, 당간부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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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충격`…北 상거래 `올스톱`

주민들 `패닉` 상태..상점ㆍ식당 대다수 문닫아
시장서 혼절하는 여성 목격되기도..신권결제 요구로 곳곳서 승강이

30일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북한 내부 상거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등 사회 전체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1일 소식통을 인용해 "화폐교환 소식이 전해진 30일 낮 11시부터 2시까지 북한 장마당(시장)과 직장 업무가 일제히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다"며 "평성에서는 서둘러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외지 장사꾼과 출장나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역으로 몰려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인터넷 소식지를 통해 물건을 파는 상점과 목욕탕, 식당 등이 거의 다 문을 닫고 장거리 버스 운행도 중단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알렸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방송 '자유북한방송'도 "현재 장마당의 물건 거래가 모두 단절된 상황이며 상인이나 주민 모두 당국의 처사에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거칠어진 현지 민심을 전했다.

일부 식당 등 접객 업소에서는 당장 신권 화폐로 계산할 것을 요구해 손님들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신구권 교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새 화폐가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구권을 이용한 상거래도 이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평양발 기사에서 한 상점판매원의 말을 인용해 "상품의 새로운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물건을 팔 수 없다. 적어도 일주일은 지나야 어느 정도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화폐개혁에 따른 신구권 화폐 교환이 휴일인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좋은벗들'이 밝혔다.

북한 당국이 1일 오후까지 화폐개혁에 대한 공식 입장을 한 마디도 내놓지 않아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놓고도 상당 부분 전언이 엇갈리고 있다.

일례로 데일리NK는 신권교환 한도를 '1인당 15만원'이라고 보도했으나, '좋은벗들'은 가구당 10만원까지 가능하고 기숙사 이용 대학생은 별도로 1인당 3만원까지 교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자유북한방송은 이번에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종의 신권 지폐가 나왔다고 전했는데 이는 2002년 취해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전과 똑같은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 직전까지는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5천원 5종이 쓰였는데 '100대 1' 교환율을 고려하면 200원권(신권 2원)이 없어지고 1만원권(신권 100원)이 새로 생긴 셈이다.

북한 당국이 전격적 조치와 함께 신권 교환 한도액을 제한하자 주민들의 불만과 상실감이 매우 큰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벗들'은 평안북도 신의주 주민이 "겨울을 준비하려고 두 달 가량 고달프게 장사해 번 돈이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처럼 되고 보니 눈앞이 아득하고 손에 맥이 탁 풀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또 혜산 시장에서는 장사를 하는 여성이 화폐개혁 방침을 전해듣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실신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목격됐다고 데일리NK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흥분이 고조되면서 북한 공안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져, 인민보안서 보안원과 국가안전보위부 지도원들이 시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데일리NK가 전했다.

'좋은 벗들'은 또 한도액 이상의 편법 화폐 교환을 막기 위해 대학들이 기숙사를 지키면서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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