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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왕릉,유네스코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예정.

제봉산 2009. 5. 14. 07:56

500년 왕조(王朝)의 무덤이 모두 남아있다니…

 

유네스코 자문기구(ICOMOS), 조선 왕릉 40기 세계유산에 '등재 권고'
조선의 건축·철학 결정체 빼어난 자연미 높은 평가 의궤 등 문헌연구도 풍부

동구릉·광릉·태릉 등 조선시대 왕릉(王陵) 40기가 유네스코(UNE 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조선 왕릉에 대한 평가결과 보고서에 '등재 권고'로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 ICOMOS가 등재 권고한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지 못한 사례는 없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6월 22~30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조선 왕릉은 조선시대 27명의 왕과 왕비 및 사후 추존(追尊)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망라한 것으로, 한 왕조의 무덤이 이렇게 온전하게 보존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문화재청은 총 42기의 조선시대 왕릉 중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齊陵·태조 원비 신의왕후의 능)과 후릉(厚陵·정종과 정안왕후의 능)을 제외한 40기를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문화재청 김홍동 국제교류과장은 "이번에 전 세계에서 등재 신청을 한 문화유산 29건 중 신규로 등재 권고된 것은 조선 왕릉을 포함해 10건(34%)에 불과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에 있는 영릉(세종대왕릉·사적 제195호)./문화재청 제공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선 왕릉은 단순히 왕의 주검이 묻혀 있는 무덤이 아니라 조선시대(1392~1910) 519년의 역사를 포함해 당대의 건축 양식과 미의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ICOMOS가 지난해 9월 21~29일 조선 왕릉 40기 전체를 실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 왕릉은 ▲유교사상과 토착신앙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묘(葬墓) 문화 공간이고 ▲자연경관을 적절하게 융합한 공간 배치와 빼어난 석물(石物) 등 조형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제례 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다 ▲왕릉 조성이나 관리, 의례 방법 등을 담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의궤(儀軌), 능지(陵誌) 등 고문서가 풍부하고 ▲조선 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전 문화재위원)는 "한 왕조가 500년 이상 지속되며 재위한 모든 왕의 무덤이 남아있는 경우는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중국 명·청 시대의 황릉(皇陵)은 자연미를 엿볼 수 없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살아 숨 쉬게 만든 유산은 조선 왕릉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왕릉 40기가 오는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결정되면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월(장릉)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세계문화유산군(群)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종묘(1995년)와 창덕궁(2000년)에 이어 또 하나의 조선왕조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조선왕조의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가 널리 인정했음을 뜻한다.

 

 

145개국에 878건… 이(伊) 43건 최다 한국은 석굴암·종묘 등 8건 등록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현재 145개국, 878건이 지정돼 있다. 이중 문화유산은 679건, 자연유산 174건, 복합유산 25건이다. 세계유산 최다 등재국은 이탈리아로 모두 43건이고, 스페인이 40건, 중국 37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1972년 총회에서 채택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에 관한 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을 지정해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정기 총회를 열어 각국이 신청한 목록 가운데 세계유산을 선정한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서 전문가를 파견, 현지 조사를 거치게 된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8건이다. 1995년 12월 석굴암·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 유산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창덕궁과 수원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년) 등 문화유산 7건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등 자연유산 1건이다.

경주 석굴암은 건축·수리·기하학·종교·예술이 총체적으로 실현된 신라 전성기의 최고 걸작이고, 불국사는 불교 교리가 사찰 건축물을 통해 잘 형상화된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인사 장경판전(板殿)은 팔만대장경 보관을 위해 15세기에 건축된 건축물로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 소산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종묘는 제왕을 기리는 유교 사당의 표본으로 16세기 이래로 원형이 보존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닌 의례 공간이다.

2007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다. 제주도는 지구의 화산 생성 과정 연구와 생태계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으며,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물·지질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또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 단오제 등 3건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올라 있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諸)경판, 조선왕조 의궤 등 6건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2004년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고구려 고분군(群)을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기도 했다.

 

세계유산 지정되면 국제사회가 보호·감시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세계유산은 인류 전체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유산으로서 국제사회의 보호와 감시를 받게 된다. 해당 국가는 등재된 유산의 보존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5년에 한번씩 유네스코에 제출해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경제력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는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는 무엇보다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인류 공영의 문화상이 담겨 있다는 국제적 인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영예롭다. 등재된 유산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