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쟁점.

미네르바의 진실은...

제봉산 2009. 1. 20. 12:59

미네르바는 금융계 인사 7명”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본점의 월간지 코너에 전시된 신동아 2월호. 신동아는 2월호에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밝힌 K 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변영욱 기자
신동아 “우리가 진짜” K씨 인터뷰 게재

K씨 “구속된 씨 전혀 모르는 사람… IP 조작 가능성”

검찰 “씨가 진짜 맞아… 다른 사람 수사할 이유없다”

씨측 “자기집 IP 왜 조작하나… 가짜취급 마음상해”


《신동아는 19일 발매된 2월호에서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밝힌 K 씨의 인터뷰를 게재해 검찰이 구속한 박모 씨 외에 또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K 씨는 신동아 12월호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K 씨 인터뷰=K 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네르바는 1명이 아니라 30∼50대 금융계 인사 7명으로 이뤄진 그룹으로 글은 내가 주로 썼다”며 “검찰이 구속한 박 씨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K 씨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대통령 선거 즈음인 2007년 12월 비정규직 관련 글을 올린 이래 모두 500건가량의 글을 올렸다”며 “리먼브러더스 파산,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 절필선언은 내가 썼다”고 말했다.

K 씨는 또 “대학은 인문대를 나왔고 국내 금융기관 3군데서 일했으며 지금은 투자재무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미네르바 그룹 7명은 2∼3년 전 친목을 위해 모였고 언론사는 저리가라 할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파트로 나눠 상황을 분석한 뒤 내가 대표 집필했다”고 말했다.

K 씨는 검찰이 박 씨의 구속 사유로 든 지난해 12월 29일 글(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정부의 긴급 공문)에 대해 “당시 외국에 있었다. 나중에 그걸 보고 굉장히 황당했다”며 “우리가 쓰던 인터넷주소(IP)와 동일하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K 씨는 “2008년 말 그동안 써 오던 미네르바 IP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박 씨가 IP를 조작했거나 멤버들과 의견 충돌을 빚어 연락이 안 되는 1명(50대로 증권사 근무 경력)이 박 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 씨는 박 씨가 검찰에서 썼다는 글에 대해 “중국 경제가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내용은 억측 과장이며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글”이라며 “중국의 국가 재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위기 탈출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박 씨 구속 이후 두려움 때문에 인터뷰를 거부하는 K 씨를 여러 차례 설득해 14일 오후 8시부터 7시간 동안 심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K 씨가 밝힌 지인 중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인물에게 블라인드(blind)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그의 신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동아는 △K 씨가 불이익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진짜 미네르바라고 나선 이유 △K 씨가 잘못된 예측은 다른 멤버가 썼다고 하는 점 △K 씨의 놀랄 만한 정보력과 네트워크 △어떻게 여러 사람이 한 IP로 글을 올릴 수 있는지 △미네르바의 다음 ID의 개인정보가 박 씨의 것이라는 점 등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제기했다.

▽검찰 반응=검찰은 19일 K 씨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확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구속된 박 씨가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미네르바가 분명하며 배후나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다른 사람 또는 그룹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해도 범죄가 아닌 이상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가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 금지 공문 발송’ 등 허위사실 유포로 문제가 된 두 편의 글을 쓴 것이 확실한 이상 누가 진짜 미네르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박 씨의 집 IP와 누리꾼들이 ‘미네르바 글 모음집’을 만들면서 진짜 미네르바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IP가 일치하며 박 씨 스스로 자신이 쓴 글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기존의 수사 결과를 거듭 확인했다.

▽박 씨 “내가 썼다”=박 씨는 신동아 보도에 대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한 글을 포함한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은 모두 내가 쓴 것”이라고 19일 변호인을 통해 말했다.

박 씨의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박 씨를 접견한 뒤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박 씨는 ‘나는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거나 기고한 적이 없고 7인의 미네르바 팀 중 연락이 안 되는 사람과 연결됐을지 모른다는 추정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박 씨의 IP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 “박 씨가 왜 자기 집 IP를 조작하겠느냐”며 “박 씨가 신동아 보도로 자신이 마치 가짜인 양 취급당했다는 것에 마음이 상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