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틱/산에서는 네 발로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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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없이 길을 나선 꼬부랑 할머니, 지게막대 없이 일어서려고 용을 쓰는 지게꾼,
맨손으로 뱀을 잡는 땅꾼 등을 생각해 보자. 배로 힘들고 때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전문적인 알파인 스틱도 바로 이런 점을 보완하는 장비다.
외국과 국내의 여건에 많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알파인 스틱은
‘있으면 좋은 장비’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알파인 스틱은 생소한 존재였다.
일부 전문 산악인만이 사용할 뿐이어서 일반인들에겐 그저 고령자가 사용하는 지팡이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알파인 스틱을 사용하면 눈총을 받기 일쑤였고, 정확한 방법대로 두 개를 사용하면
“여기가 무슨 스키장도 아니고….”하는 식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두 개 가져 왔으면 하나만 빌려주겠나?”라는 부탁을 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 것만 보아도
알파인 스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 지 알 수 있다.
노르딕 스키의 활주 기술에서 시작된 알파인 스틱 보행법은 점차 중요한 등반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 사용하는 경우엔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만 고산등반에서도 난이도 있는 일부구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등반의 필수품으로 사용되는 만큼 낮은 산에서부터 제대로 사용법을 몸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알파인 스틱을 사용하면 다리에만 의지하던 힘을 팔로 분산함으로써 체력소모를 줄이고
보행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많은 짐을 지고도 장거리 산행을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가벼운 산행만 하는 사람에게도 전신운동이 된다는 것과 하산할 때 무릎과 발목에 부과되는
충격을 줄여준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알파인 스틱을 사용하면 설사면, 빙판, 이끼가 낀 얕은 여울처럼 미끄러운 곳이나
바닥이 고르지 못한 등산로에서 균형을 잡을 때도 편리하고,
부상자가 생겼을 때 부목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스틱 두 개와 옷가지를 이용해 들것을 만들 수도 있다.
눈사태가 났을 때는 매몰자를 찾기 위한 탐침으로 사용하고 햇볕가리개나 비박을 준비 할 때도
텐트 폴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打草驚蛇)”는 고사성어도 있듯이 특히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뱀을 쫓을 경우에는 알파인 스틱으로 풀을 헤쳐 가며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배낭에 방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항상 내세우는 이유가 뱀을 쫓는다는 것인데
뱀은 청력이 낮아 효과가 없고 다른 이들의 신경만 거슬리게 하니 절대 삼가야 한다.
이밖에도 수많은 용도가 있지만 알파인 스틱의 주된 용도는 역시 보행의 보조수단이다.
보행용으로 사용할 때 스틱의 적당한 길이는 스틱을 잡고 섰을 때 팔꿈치의 각도가 직각이 되게 하는 것이고
내리막길에서는 이보다 길게 잡고 멀리 찍어가면서 내려오는 것이 하중분산 효과가 크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걸을 때처럼 왼발과 오른손의 스틱이 동시에 교차하면서 나가면 되는데 지면에 닿는
스틱의 끝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항상 내디딘 발보다 뒤쪽에 있어야 한다.
뒤로 내짚은 스틱이 땅을 치는 반발력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인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스틱은 항상 2개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높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을 오르거나 내릴 때는 스틱 두 개를 동시에 앞으로
쭉 뻗어 딛고 서거나 체중을 분산해 내려딛는 것이 좋다.
알파인 스틱의 체력안배 효과는 레스트 스텝(Rest Step)이라는 보행법을 사용할 때 확연하게 나타난다.
이 보행법은 주로 경사가 급한 곳을 오랫동안 오를 때 다리 근육과 심폐기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매 걸음 사이에
한쪽 다리를 잠깐씩 쉬는 것을 말한다.
왼쪽 발을 올릴 때 오른쪽 다리를 곧게 펴서 근육이 아닌 뼈로 몸과 배낭의 짐을 지탱하고
올려진 왼쪽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어 잠깐씩 휴식을 취하는 방식의 반복동작인데
이럴 때 알파인 스틱은 훌륭한 보조물이 된다.
이 보행법에 알파인 스틱을 이용해주면 자세를 안정시켜 체력소모를 한층 줄일 수 있고
무거운 짐을 졌을 때 균형을 잃어 부상을 당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지치기 쉬운 오르막길에서는 앉고 서기를 반복하며 잦은 휴식을 갖는 것보다
간간이 알파인 스틱 두 개에 체중과 짐의 하중을 의지하고 선채로 주변의 경관을 바라보며
한숨을 돌리는 것이 체력이나 운행시간을 조절하기 좋은 방법이다.
지금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가볍고 강한 알파인 스틱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48년이다.
스키 광이었던 칼 렌하트(Karl Lenhart)는 스키용 폴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당시에 주로 사용되던
철제 스키폴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든 스키폴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예상 밖의 호응에 힘입어 자신의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전환한 그는 여러 가지 스틱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다가
1962년에 자신의 성(‘Le’nhart)과 회사가 위치한 독일 키르하임(‘Ki’rchheim)에서 머리글자를 따
레키(LEKI)라는 이름으로 회사 명칭을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스키폴, 알파인 스틱, 노르딕 워킹용 스틱 등의 전문제품으로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레키 스틱이다.
레키보다 오래된 브랜드인 오스트리아의 컴퍼델(KOMPERDELL)도 해당 분야에서 수많은 신기술개발에
앞장서 왔지만 레키는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시켜 왔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980년대에 유럽 산악 가이드를 위한 하이킹 폴(Hiking Pole)을 내놓음으로써
스키어 뿐 아니라 산악인들의 필수품이 된 레키는 최근 ‘노르딕 워킹’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평지에서 건강을 위해 하는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합한 보조수단과
올바른 운동법을 보급함으로써 산에서의 상하 수직운동 뿐만 아니라 평지에서 하는
수평운동의 보조수단으로서도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것이다
.
현재 국내의 알파인 스틱 시장은 레키, 컴퍼델, 레키스포츠(LEKISPORT), 라 스포티바(LA SPORTIVA),
페츨샬레(PETZL-charlet) 등 비교적 고가인 수입품들과
코오롱스포츠, 에델바이스, 블랙야크, 코베아, K2, 에코로바 등 여러 국내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는 제품들로 양분된다.
국내 제품의 경우엔 군소업체들까지 가세하여 혼전 양상을 펼치고 있고 수입품 시장의 경우엔
레키가 상당 부분 점유한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업체에 있어 알파인 스틱이 주력제품이라기 보다는
그저 제품군을 다양화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현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기호나 용도에 맞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일본의 시나노(SINANO)처럼
처음부터 여성만을 타깃으로 하여 가볍고 길이가 짧은 제품만을 출시하는 경우나 4단으로 줄일 수 있어
휴대성을 최대화시킨 제품, 손잡이 부분에 카메라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모노포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등이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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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알파인스틱의 바른 사용과 관리법
최근의 알파인 스틱은 보통 3단으로 제작되어 배낭에 휴대하기 편하게 되어있는데
중단과 하단을 빼서 길이를 늘일 때에는 각각의 스톱 라인
(보통 Stop Max. 또는 Maximum 이라고 적혀있는 표시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스틱은 구조상 옆에서 가해지는 충격에는 약한 편이라 항상 표시선의 3~4cm 이하까지만
빼주는 것이 파손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가늘고 가벼운 티타늄 합금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험과 현장에서 입증된 객관적인 강도는 두랄루민 제품들이 더 강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이 있다면 굳이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손잡이는 I자형과 T자형으로 나뉘는데 본격적인 산행용으로는 I자형이 가장 적합하다.
설상(雪上) 보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바스켓(Basket or Snow Ring)은
겨울이 아니더라도 항상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스틱이 바위틈에 깊이 끼어 부러지거나 보행자가 그 때문에 넘어지는 것을 방지해주기도 하고
낙엽 등이 계속 찍혀서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산행을 마치면 단단한 금속소재의 팁을 고무마개로 덮어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해야 하며,
비나 계곡물에 젖은 스틱은 바로 분해해서 안팎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그 상태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부식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매끄럽게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또는 내부 부식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WD-40’이나 기름 등의 윤활제를 남용하면 잠금 기능이 떨어져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부러진 경우는 물론이고 스틱이 휘었을 때도 무리해서 펼 생각은 말고 구매처에 수선을 맡겨야 한다.
상태에 따라 원상태로 펴주거나 파손된 부분만을 실비로 교체해주는데
자구책을 이용해 편 경우엔 원래의 제품보다 충격에 약해 그대로 사용하면 이 역시 사고의 원인이 된다.
모든 브랜드가 자기 제품의 잠금 기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관리를 잘못해 내부가 부식되었다면
어떤 브랜드라도 믿을 수 없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이나 쉴 때마다 안전한 곳에서 제품에 체중을 실어
연결부가 움직이지 않는 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출처: i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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