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서울대 미대 신입생 환영회때 회화과 대표로 노래부르고 싶은 두명의 여학생이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이화여중고를 나온
대구출신 이현경과 숙명여중고를 나온 박영애였다. 장기자랑을 위해 몇일동안 연습하여 결성한 여성포크듀엣 <현경과
영애>.
너무도 순수하고 티없이 맑았던 노래들은 70년대 유신정권의 답답한 사회분위기와 불확실한 미래로 시퍼렇게 멍든 젊은
지성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던 세레나데였다.
저항적 색깔이 강하게 내재된 김민기의 노래들이 청년들을 한마음으로 이끌었던 힘찬
선봉대였다면 <현경과 영애>의 멜로디는 상처입은 마음을 자상한 누이처럼 푸근히 어루만져준 후방의 나이팅게일이었다.
이들은
아름답고 맑은 노래들로 1970년대 초중반 대학가에서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 현경과 영애의 주무대는 데뷔 무대가 상징하는 것처럼 대학이었다.
당시 포크 황금기를 수놓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양희은 등의 스타 가수들이 TV, 라디오, 생음악 살롱, 리싸이틀과
페스티벌 등을 종횡무진 했던 것과 달리, 현경과 영애는 음악 동료들의 리싸이틀이나 라디오 방송에 찬조 출연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대학 축제 등의
비상업적 무대를 견지했다.
말하자면 이들은 직업적 가수보다는 아마추어 혹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를 지향했다. '단순한 노래였지만
암울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영혼을 감싸안는 한곡 한곡을 절실하게 불렀다'는 현경과 영애. '순수 아마추어가수로 대학4년동안만 활동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기자'는 시한부 활동약속을 했던 서울대 미대생들이었다.
직업가수로의 유혹과 팬들의 아쉬움앞에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4년간
불렀던 노래들을 모아 데뷔앨범이자 졸업기념으로 단 1장의 독집음반-[아름다운 사람/내 친구],(1974)을 세상에 남기곤 미련없이 본연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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