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에 빠져 있는 행복한 여인 | |||||||||||||
[우포늪 통신]⑭이 초여름, 우포늪에서 띄우는 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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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뒤 유월의 햇살은 유난히 덥습니다. 하지만 우포늪 수생 식물들은 덥다고 언구럭을 치지 않습니다. 마름과 생이가래 개구리밥 노랑어리들은 늪에서 연둣빛으로 윤이 납니다. 햇살에 윤기가 자르르 하지요. 마름이 하얀 꽃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앙증맞은 꽃입니다. 어쩌면 간밤에 놀러왔던 별들이 돌아가지 못해 흰 꽃으로 둔갑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얀 별꽃들 위로 잠자리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닙니다.
챙이 큰 모자와 수건 한 장 둘러 쓴 아주머니는 마치 곰 인양, 우포늪 바닥의 개흙을 더듬습니다. 더듬어 건져내는 것은 경상도 말로 하면 '고디' 입니다. 표준어로 하면 논우렁이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한자어로 전라(田螺)·토라(土螺)라고도 하지요. 이 논우렁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는 연체동물입니다. 우선 물밑의 미화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물 밑바닥에 쌓인 유기물을 다 먹어 치우며 순하게 사는 우렁입니다. 이 우렁이는 재미있는 우렁이각시 설화를 가지고 있지요. 우렁이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50~110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새끼는 알로 태어나 어미의 몸속에서 부화하여 세상으로 나옵니다. 어미는 제 할 일을 하고 나면 죽습니다. 속을 다 내주고 빈껍데기로 늪을 떠도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서러움이 가슴 한구석을 흔듭니다. 우포늪에 빠져 늪을 더듬는 아주머니들의 왼쪽 손에는 희망이 들려 있고, 오른쪽 손에는 사랑이 들려 있습니다. 부드럽고 미끄러운 개흙을 더듬어 잡아낸 논우렁으로 자식들 공부 시키는데 아낌없이 줍니다. 쏠쏠하게 들어가는 가용도 막아 냅니다 우포늪에 빠져 우포늪을 더듬는 저 아낙의 모습은 우포늪만이 지닌 천연의 풍경입니다. 일을 하면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 생태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 등 몇 가지 까닭이 있습니다만 줄입니다. 이 순간에도 연둣빛 우포늪에 빠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삶과 희망을 포기 하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논우렁이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속살이 흰 논우렁이를 잡으려면 선택된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포늪 개흙을 더듬어 논우렁이를 잡는 아주머니의 눈빛은 광휘에 차 있습니다. 저 분은 분명 이 땅의 위대한 아주머니입니다. 아니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물과 흙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시는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밥벌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으로 사물과 사물을 이어 주는 인연의 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분이 바로 밥이 숨은 삶의 현장을 순례하는 순례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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