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스크랩] 마가목 열매와 푸른 하늘

제봉산 2008. 9. 29. 10:58

 

어제는 제주어보전회 회원들을 모시고 또 서영아리에 다녀왔다. 평화로로 새별오름을 지나면서

시작된 억새의 춤은 다시 제2산록도로에서 더욱 환상적인 잔치로 이어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메밀밭을 지나면서 ‘메밀꽃 필 무렵’을 제주어로 ‘모ㅁ.ㄹ 고장 벨라질 ㄱ.리’로 번역하면서 웃었다.

오랜만에 정겨운 제주어를 푸짐하게 쓰며 납읍 금산에서 막걸리, 해안도로에서 소라를 즐겼다.  


모처럼 맑은 가을 하늘을 즐기며  해설사 2기 수강생과 올라간 토요일의 한라산 등반, 영실에서

윗세오름과 한라산 서북벽 봉우리가 보이는 개활지까지 사이에는 구상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잡목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는데,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마가목 열매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빨간 색이 더욱 빛나며 가슴을 뛰게 한다.


마가목은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소교목으로 주로 산지에서

자생하는데, 높이 8m까지 이르나 고산지대에서는 2~3m의 관목상으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깃꼴겹잎인데,작은 잎은 바소꼴로 5~7쌍이며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겨울눈은 끈적끈적한 점액을 지니고 있다.


꽃은 5∼6월에 가지끝에 복산방꽃차례를 이루며 흰색으로 핀다. 꽃받침은 술잔 모양

이고 5개로 갈라지며 그 조각은 넓은 삼각형이고, 꽃잎은 5개로 납작한 원형이다.고

열매는 둥글며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데, 한방에서 열매와 나무껍질은 약용으로

이용한다. 털에 따라 잔털마가목, 왕털마가목, 녹마가목으로 나눈다. (네이버 백과)


 

♧ 산방 일기 - 이상국


 새벽 한기에 깨어 마당에 내려서면 녹슨 철사처럼 거친 햇살 아래 늦 매미 수십 마리 떨어져 버둥거리고는 했다.  뭘 하다 늦었는지 새벽 찬 서리에 생을 다친 그것들을, 사람이나 미물이나 시절을 잘 타고나야 한다며 민박집 늙은 주인은 아무렇게나 비질을 했다.


 주인은 산일 가고 물소리와 함께 집을 보며 나는 뒤란 독 속의 뱀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서럽도록 붉은 마가목 열매를 깨물어보기도 했다.  갈숭어가 배밀이를 하다가 하늘이 보고 싶었던지, 어디서 철버덩 소리가 나 내다보면 소리는 갈앉고 파문만 보이고는 했다


 마당 가득한 메밀이며 도토리 멍석에 다람쥐 청설모가 연신 드나든다. 저희 것을 저희가 가져가는데 마치 도둑질하듯 다람쥐는 살금살금, 청설모는 덥석덥석 볼따구니가 터져라 물고 간다


 어느덧 저녁이 와 어느 후미진 골짜기에 몸을 숨겼던 밤이 산적처럼 느닷없이 달려들어 멀쩡한 집과 나무와 길을 어둠속에 처박는 산골, 외롭다고 풀벌레들이 목쉰 소리를 하면 나는 또 산 너머 세상의 의붓자식 같은 내 인생을 생각하며 밤을 새고는 했다



 

♧ 근심거리 - 권경업

    

이 땅에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산자락

대원사 지나 시오리 조릿대 밭 길

간간이, 굴참나무 낙엽

하릴없는 내 나이처럼 쌓여 가는 곳

봉우리마다 피는 바람꽃, 기다림에 야윈 가슴 위해

세평 뜨락 아무렇게나 마른 풀섶에서

풀벌레는 제 명을 깎아서 운다

어찌 들으면, 눈물처럼 솟는 설움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밤새 부를 초혼가 같기도 한 소리


별이 되어 버린 그리움들

밤하늘 가득 돌아오라며 불 밝힌 처마 끝

비탈의 나무들 단풍 든 지 오래, 이제는 잎마저 져

한 차례 소슬바람 헤집고 간 뒤

이런 풍광에 담담해 하는 민 씨

노구솥 가득 마가목술 내어 놓는다


이슥토록, 그리운 이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끝에

산중의 이야기 시(詩) 아닌 것이 어딨겠냐만

마지막 사과알 여물어 가는

새재 아래 과수밭까지

어제는 전기가 들어 오는 오늘은 새 도로가 닦이고

그 뒤를 따라 행락객 왁자지껄 들어온다며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산자락 또 근심거리가 생겼다

 



♧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 푸른 하늘 - 김영환


그리움은 푸른 하늘 너머에 있다고

내가 없는 그곳에서 네가 말했지


얼마만큼 시간 흐른 후에야

사랑은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나

나를 버린 시간의 大地 위에서


돌아갈 수 없는 이곳에 내가 서니

그곳에는 비 내리고

바람 불어온다고


이제나저제나

다 주고픈 나는 여기에 눕고


내가 없는 그곳에서 네가 말했지

흰 구름 뒤에 이제서야 그리움 흘러간다고

 

 

♬ Autumn Leaves - Roger Williams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마가목에 대한 건강지식  (0) 2008.09.29
[스크랩] 마가목 열매 ...  (0) 2008.09.29
[스크랩] 금계국  (0) 2008.09.28
[스크랩] 호랑버들  (0) 2008.06.05
귀룽나무(지리산의 5월에..)  (0) 200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