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스크랩] 국가안보와 경제보복

제봉산 2017. 3. 18. 19:30

 

 


Episode #1

중국은 본래 그런 나라다

 

 
중국 롯데 불매운동 현장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다. 보복 범위를 ‘한한령(限韓令)’에서 롯데그룹의 중국 내 영업과 중국인의 한국 관광으로 확대하면서도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법 집행과 업계의 자발적 조치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의 빌미를 찾으려 부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비겁한 잔꾀다. 아직 우리 상품의 수입 규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역에서는 우리가 갑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수출상품의 95%는 중국의 수출산업을 지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소재와 부품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금도와 이성을 상실하고 치졸함과 오만의 한계를 계속 경신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중국은 본래 그런 나라다. 그간 동아시아의 전략적 게임에서 우리를 중국 편에 끌어들이려고 공들여 구애하던 친절한 가면 뒤의 민낯과 본심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뿐이다. 패권적 중화질서의 본질은 주변국에 대해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 주권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만 탓할 일은 아니다. 중국에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 화를 키웠고, 이를 조장한 것은 국내 정치와 국론 분열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하는 데서 중국은 번복의 희망을 볼 것이다. 집권 후 번복할 생각이 없다면 집권하자마자 중국과 대립할 ‘뜨거운 감자’를 떠안겠다고 자청할 리가 없고, 한중 관계의 악재를 현 정부 임기 내에 털어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중국에 몰려가 보복을 자제해 달라고 비굴하게 부탁한 것도 보복의 신통한 효과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더 강도 높은 보복을 청탁한 셈이 되었다.



정부의 어설픈 대처도 문제를 키웠다. 사드가 불가피한 이유는 한중관계가 밀월을 누릴 때 설명했어야 한다. 북한이 일정 시한 내에 비핵화 결단을 내리고 구체적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부득이 사드 배치를 포함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데 필요한 모든 자구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상회담 때마다 중국 측에 분명히 해두었다면 이토록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가 중국을 계속 설득해 보겠다는 것도 안이하고 군색하기 짝이 없는 자세다. 우리와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나라에 5000만 국민의 생사와 안위가 걸린 문제를 놓고 발언권을 허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다. 협의와 설득이 아니라 사전에 통보하고 관심이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안일 뿐이다.
우리가 약소국이란 이유만으로 중국이 얕잡아 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처럼 경제적 사활을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로 온 국민이 하나 된 나라라면 감히 시비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야당과 정부의 저자세는 중국의 능멸과 더 큰 보복을 자초할 뿐이다.



중국의 몽니에 대한 해법도 국내 대선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첫째, 대통령 선거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고 임시 가동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이 무거운 짐을 떠넘기지 말고 새 정부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바탕 위에서 한중관계를 리셋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도 모호하고 무책임한 입장을 버려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 차원의 자위적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간주하여 대응하도록 한미 간에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끝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와 중국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중장기적으로 줄여 나가고 우리와 안보 우려 및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베트남 인도 등으로 투자와 무역을 다변화해 가야 한다. 안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와는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안보와 경제 간 상호 보강효과를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제적 의존도가 안보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안보를 둘러싼 충돌은 사드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안보적 이익을 위해 언제든 경제적 압박수단을 동원할 국가라는 전제 아래 민간기업들도 중국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적극적인 헤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엘도라도가 아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Episode #2

우리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약자의 게임을 펼칠 전략적 리더가 없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보복은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완력으로 다른 나라 정책을 바꾸려는 사실상의 무력행사다. 우리로선 퇴로도 없다. 굴복하는 순간 주권국이 아님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어떻게든 버텨서 국가 의지를 관철하는 길밖에 없다.



싸움이 되겠느냐고들 한다. 국력 차이가 너무나 크고 우리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관광·유통업계에선 벌써부터 비명이 터져 나온다. 병자호란 때처럼 '삼전도(三田渡)의 굴욕'을 당할 것이란 공포감이 무성하다. 중국도 우리가 만만하니까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힘도 없는 한국이 얼마나 버티겠느냐고 말이다.



정치학자 이반 아레긴-토프트 교수(보스턴대)가 내놓은 흥미진진한 논문이 있다. 그가 1950~1998년 중 강대국과 약소국이 벌인 전쟁을 분석했다. 인구·군사력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45개 비대칭 전쟁이 대상이었다. 이 정도 국력 차이면 뻔한 싸움 아닐까.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무려 55%에 달했던 것이다.


그중엔 우리가 잘 아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베트남이 미국을 꺾었고,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패퇴했다. 신생국 이스라엘은 아랍 강호들과의 세 차례 전쟁을 다 이겼다. 10대1의 국력 차이라면 어른과 어린애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떻게 약소국이 절반 넘게 이긴 것일까.

 


아레긴-토프트 교수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의지 요소다. 전쟁은 대개 강대국의 침공으로 촉발된다. 강대국으로선 남의 땅에서 싸우니 이기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약소국은 지면 나라가 망한다. 생존이 걸린 약소국이 더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 이런 정신적 요소가 전쟁의 흐름을 가른다.

둘째, 여론 요소다. 강대국이라고 전쟁이 공짜는 아니다. 군인들이 죽고 전비(戰費) 부담이 생긴다. 전쟁이 진행될수록 강대국의 피해도 커진다. 그 결과 반전(反戰) 여론이 형성돼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킨다. 베트남전 때 미국이 그랬다.


 

 

셋째, 전략 요소다. 약소국이라고 속수무책은 아니다. 정규전은 강대국이 세지만 약소국에 유리한 전략도 있다. 게릴라전이나 기습·야습·유격전 같은 것들이다. 약소국이 정규전을 피하고 비정규전을 구사할 때 이긴 경우가 많았다.


세 가지 비결은 사드 사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첫째, 져선 안 된다는 의지는 우리가 강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선 체면이 깎이는 정도지만 우리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중국의 보복은 온 국민을 분노시켰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중국의 오만함에 격분하고 있다. 적어도 협박 때문에 사드를 철회할 순 없다는 여론이 강해졌다.


둘째, 중국이 엄포 놓는 경제 보복 또한 공짜가 아니다. 우리에게 보복하면 중국도 대가를 치른다. 중국의 산업 구조는 한국산 부품·소재에 의존하고 있다. 관광 역시 중국엔 한국 여행객이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우리에게도 카드가 있다. 중국이라고 마음 놓고 칼을 휘두를 형편은 못 된다.


셋째, 우리가 우위를 갖는 전략이 존재한다, 국제 여론전이다. 중국의 보복은 명백하게 국제 통상 규범을 어긴 것이다. 정치적 이유로 무역 보복을 금지한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이다. 중국이 국제 규범을 무시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힘 대결 대신 프레임으로 맞서는 것이다.


중국은 자유무역의 신봉자인 양 행세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를 준열히 꾸짖기까지 했다. 그게 얼마나 위선인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게 특효약이다. 힘으로 주변국을 궁핍화시킨다는 프레임은 중국의 아킬레스건(腱)이다. 급소를 찔러 국제 여론이 중국을 압박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약자의 전략은 강자와 달라야 한다. 중국은 경제력과 힘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똑같이 맞대응하면 중국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다. 뒤에서 중국 제품 수입을 골탕먹이는 식의 꼼수를 써선 안 된다. 중국 여행 금지령이나 중국산 불매(不買) 운동도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중국처럼 치졸해선 안 된다. 우리가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한다.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중국의 횡포를 알리는 것이 상책이다. 정부는 물론 학자와 민간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중국이 얼마나 남을 못살게 구는지 국제기구와 해외 언론 등에 알려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결코 지지 않을 게임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정치가 망치고 있다. 적은 문밖에 와 있는데 대통령은 유고(有故)이고 정치권은 분열돼 있다.  통령이 되겠다는 유력 후보들은 이상하게도 중국엔 관대하기만 하다. 중국에 맞설 전략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상 전쟁을 이긴 약소국은 예외 없이 좋은 리더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지도자 복이 지지리도 없다.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고도 이것을 구사할 전략적 리더가 없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게임을 진다면 그것은 오로지 고장난 정치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박정훈 논설위원
박정훈 논설위원

 

Episode #3

“사드 보복은 중국에 5가지 손해다”

 

賈慶國원장이 어제 폐막된 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타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과연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칭궈 교수가 성균중국연구소(소장 이희옥 교수)에게 보내온 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 [출처:베이징대학 신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 [출처:베이징대학 신문]


대외관계에서 경제제재 신중해야

  최근 ‘사드’ 한국 배치로 중한관계가 긴장 모드다. 민간에서도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및 교류 억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러 관방 매체도 이에 동조한다. 대외관계에서 경제제재가 필요한 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 제재는 어떤 성격,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경제제재는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경제는 대외 의존 정도가 높다. 상대 경제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불러온다.
 
둘째 다른 나라와의 협력 없는 경제 제재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두 나라에 손해를 끼치고, 장기적으로는 제재 대상의 경제 무역 관계가 타국으로 바뀌어 나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3국에 ‘어부지리(鷸蚌相爭漁翁得利)’를 줄 수도 있다.
 
셋째 중국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이는 투자자에게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중국의 대외 투자 유치에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
 
넷째 경제 제재는 중국 관련 민간의 감정(정서) 대립을 야기한다. 일단 대립 정서가 형성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다섯째 경제제재 추진은 민족주의 정서를 쉽게 촉발할 수 있다.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다루지 않으면 통제하기 어려우며, 적대 세력에게 공격 여지를 제공해줄 수 있다. 중국의 정치 안정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제재는 제재 대상을 타국으로 확대시킬 수 있어 외교 전략적으로 중국에 불리하다.
 
결론적으로 경제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리스크(비용)도 매우 높아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중 교류
사드 보복은 중국에 5가지 손해다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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