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국가이든 우선순위가 헝클어지면 일이 안 된다. 일본과 종군위안부 문제로 수년을 갈등해온 한국이 북한정권을 상대로는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한번도 공식 제의한 적이 없다. 그러니 對北정책이 잘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종군위안부 문제가 국군포로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1.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人命이 걸린 문제이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명예의 문제였다. 어느 쪽이 더 시급한가? 종군위안부의 고통은 과거의 일이고 국군포로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쪽이 더 시급한 문제인가?
2. 북한정권이 불법 억류한 국군포로는 약6만 명, 적어도 수천 명이 살아 있을 것이다. 종군위안부 생존자보다 많다. 규모에서 다르다.
3. 한국은 북한으로 가겠다는 북한군 포로는 다 보내주었다. 북한은 보내지 않았다. 전쟁범죄이고, 국제법 위반이다. 불법성이 명백하다.
4. 한국은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역대 한국 정부는 100억 달러가 넘는 對北 지원을 하면서 한번도 국군포로 송환을 조건으로 내건 적이 없다. 국군포로를 종군위안부보다 홀대한 것이다.
5. 종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고, 국군포로 문제는 국가가 있고, 그 국가가 이들의 희생을 딛고 거창하게 발전하여 포로 문제를 해결할 國力을 갖추었는데도 순전히 자존심과 용기가 부족하여 방치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시급한 문제인가?
6. 북한정권이 6만 명의 국군포로를 억류한 한 이유는 이승만 정부가 한미상호방위 조약 체결을 압박하기 위하여 반공포로를 석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즉, 6만 명은 조국의 자유와 번영을 보장하고 있는 韓美동맹을 위하여 희생된 이들이다. 이들의 희생을 딛고 우리가 잘먹고 잘살면서 종군위안부만 챙긴다면 누가 앞으로 총을 들고 조국을 지키는 전쟁에 나서려 하겠는가? 국가의 윤리, 국민의 의리 문제이다. 아니 국가의 존재 이유에 관한 문제이다.
지난 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 때 북한에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진 전종수가 수석대표(단장)로 나왔다. 한국 정부의 과장급 정도일까? 그런데 이 자를 상대한 남측 수석대표는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었다. 도무지 格이 맞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스스로 反국가단체인 북한정권보다 몇 단계 낮추는 모습이었다.
조선일보는 결렬된 이 회담에서 북한은 돈에만 집착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회담에서 집요할 정도로 금강산 관광에 매달렸다. 결국 '현찰을 내놓으라'는 얘기였다. 13일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1박2일간 다섯 차례 수석대표 접촉에서 북측은 시종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 우리 측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등 다른 현안도 다루자고 했지만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우선'이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를 역이용할 방법이 있다.
'좋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 단, 조건이 있다. 북한이 억류해온 국군포로 생존자 전원과 그 가족, 그리고 납북자 전원과 그 가족을 돌려 보내라.'
한국의 국방부와 통일부는, 그동안 국군포로를 돌려달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행동하여 왔다. 우방국인 일본에 대한 태도와 敵인 북한정권에 대한 태도가 왜 이렇게 다른가? 대한민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전원의 송환을 맞바꾸자고 제안하면 비로소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김정은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한국은 오랜만에 남북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종군위안부 문제에는 예민하고 국군포로 문제에는 둔감한 한국 정부를 국제사회는 이상한 기준을 가진 단체로 볼지도 모른다. 同族이 저지른 전쟁범죄라고 덮고 외국의 범죄행위만 문제삼는 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종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