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농촌에서 여자혼자 살수가 있을까?

제봉산 2014. 10. 22. 20:19

“남자 노비 하나 부리고 사는 기분이 어떠셔…ㅋㅋ.”(필자)

“헐∼, 하녀 하나 데리고 사는 게 누군데…ㅎㅎ.”(아내)

2010년 가을, 가족 모두 강원도 산골로 들어온 이후 필자와 아내는 이따금 스스로를 노비와 하녀로 비하하곤 한다. 사실 시골생활을 직접 해보면 농사 등 바깥일을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남편은 물론이고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거들어야 하는 아내 또한 육체적으로 고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신세타령이 이어지면 아내가 먼저 슬그머니 물러서준다.

이웃 동네에 사는 한 어르신 부부의 ‘황혼이혼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할머니가 일방적으로 황혼이혼 운운했는데, 지난해 겨울 화목겸용보일러를 설치한 이후 이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직접 땔나무를 해와 뜨끈뜨끈하게 방을 데워 주고, 할머니가 아픈 기색을 보이면 즉시 병원으로 데려간다.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 제설작업도 물론 할아버지의 몫이다. 이 역시 시골생활에 있어서 남자의 역할을 보여주는 실례다.

특히나 시골로 들어온 지 1∼2년밖에 안 된 시골생활 초보 아내들은 땅과 집, 그리고 소득 등 경제적인 기반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고 해도 남편 없는 전원생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2013년 가을 전원주택을 지어 ‘4도3촌(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아예 시골로 이사한 B 씨(53)는 “시골생활은 늘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남편 없이 여자 혼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산골생활 2년 차인 Y 씨(44)는 “만약 혼자 남게 된다면 다시 도시로 가겠다”고 했다. 심지어 시골에 정착한 지 14년이나 된 L 씨(39)조차도 “여자 혼자의 힘만으로 시골생활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자 혼자서 시골생활을 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 주변에서 보면, 이미 그렇게 사는 이들도 드물지만 있다. 때론 이웃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농사도 짓고 다른 일도 하면서 안분지족하며 자립적으로 산다.

약 10년 전 남편의 요양을 위해 강원도 산골로 내려온 H 씨(64)는 몇 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다. 이후 도시로 다시 돌아갈까, 아니면 시골에 계속 머무를까를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전원을 택했다. 다니는 교회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농사를 지어 대부분을 자급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 홀로 귀농해서 6611m²(약 2000평)에 달하는 농사를 홀로 짓는 여자 농사꾼도 있고, 도시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초등학교 등에서 알바를 하며 귀촌생활을 즐기는 이도 있다. 이런 여성들의 특징은 이미 10년 안팎에 걸쳐 농촌에 살면서 잘 정착한 50대 중후반부터 60대 초중반이라는 점. 다만, 상대적으로 젊은 30, 40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한편 고령의 원주민 가운데는 홀로 살아가는 여성(할머니)이 꽤 많다. 이들은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먹을거리 대부분을 자급한다. 현금 소득이 거의 없지만 이전부터 안 쓰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지라, 그들에게 시골의 삶은 어렵거나 힘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근래 들어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상담을 하다 보면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전원생활에 대한 도시 거주 여성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30, 40대도 꽤 눈에 띈다. 2013년 귀농·귀촌 관련 통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해 귀농가구주의 여성 비율은 29.4%, 귀촌가구주의 여성 비율은 35.3%에 달했다. 여러 속사정이 있겠지만 생각보다 그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 올 7월 말에 열린 ‘6차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10개 농업경영체 가운데 여성 대표가 40%를 차지했다는 점도 향후 농촌에서의 여풍 현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초기 적응기간(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만 잘 넘긴다면, 이후 여자 혼자서 시골생활을 하는 것이 비록 힘은 들겠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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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최저생활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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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만 원이면 부부가 전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2년 전, 한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출판사 관계자는 본인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라면서 “나도 몇 년 후 은퇴하면 시골로 내려가려고 한다. 주변을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출간을 제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전원생활 계획은 이랬다. 시골 땅과 집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도시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한다. 이후 실제 생활비 확보가 관건인데, 먹거리 대부분은 자급식 텃밭농사를 통해 해결한다. 나머지 생활비는 연금으로 50만 원가량을 확보하고, 부족분 50만 원은 농번기 때 품을 팔아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계획을 담은 책을 내자는 제안에 필자는 “자신이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당시 필자 가족(4인)이 시골에 들어와 3년째 살아 보니 월 100만 원으로는 턱도 없었다. 또 그의 말처럼 품삯으로 생활비의 절반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은퇴한 50대 후반의 체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최근 귀농·귀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화하면서 관련 강의를 하는 전문가도 많다. 어떤 이들은 월 100만 원이면 시골에서 부부가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모양이다(그가 실제 농촌생활을 하고 있는지, 해본 적이 있기나 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귀농·귀촌 관련 책들도 쏟아져 나오는데, 대개는 적은 돈을 가지고도 성공적인 전원생활이 가능하다며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종 귀농·귀촌박람회의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주제가 자주 내걸린다. 또 요즘에는 방송 프로그램마다 깊은 산중에서 돈 없이도(?) 잘살아가는 ‘자연인’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사람처럼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귀농이든, 귀촌이든 실제 시골에서 살고 있는 이 대부분은 “개인 차가 크긴 하지만, 월 100만 원으로 부부가 전원생활을 해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미 시골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어 완전히 정착한 이들조차도 “월 100만 원으론 쉽지 않다”고 한다.

전원생활 5년 차인 필자 가족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처음 1년은 월 100만원은커녕 도시에서의 씀씀이가 그대로 이어졌다. 경조사 비용도 그렇고, 도시에서 먹고 입고 활동하던 생활 패턴을 한순간에 무 자르듯 단절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지라 차량 유지 비용은 되레 크게 늘었다. 귀농 이듬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 중이던 보험 상품을 계약 기간 안에 손해보고 해약한 적도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비가 줄어들기는 했다. 자급하는 먹거리가 하나씩 늘어나고, 경조사나 각종 모임도 꼭 필요한 것만 챙긴 결과였다. 그렇다고 기대만큼은 아니다.

현재 필자 가족의 경우 고정비만 월평균 100만 원이 넘게 든다. 항목별 월평균 비용을 보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20만 원 △전기료(농업·주택용) 9만 원 △휴대전화 사용 요금 15만 원(3대) △차량(2대) 연료비 및 통행료 35만 원 △자동차보험 및 세금 7만5000원 △차량 관리·보수비 4만 원 △TV 인터넷 전화료 5만 원 △난방기름 및 주방 액화석유가스(LPG) 요금 10만 원 △각종 세금 10만 원 등이다. 교통비가 많고 난방비는 적다. 이를 모두 더하면 115만5000원이 나온다. 여기에 두 딸의 교육비와 의식주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최근 한 증권사 연구소가 낸 ‘은퇴 후 귀농·귀촌에 따른 생활비 절감 효과’란 보고서에서는 농어촌 거주자의 월평균 생활비를 188만 원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농가소득은 평균 3452만 원, 농가지출은 평균 3026만 원이다. 이것만 봐도 도시인이 귀농·귀촌해서 월 100만 원, 연간 1200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오래전 귀농·귀촌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시골에서 월 100만 원만 있으면 살 수 있고, 또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소득이 적으면 적은 대로 그에 맞춰 사는 법을 터득해야 시골에서의 안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들도 다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긴 하겠지만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월 100만 원의 전원생활은 어렵다”는 조언도 새겨 들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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