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동의 새로 신축한 중국대사관은...

제봉산 2013. 9. 22. 09:49

 

연말 명동으로 11년 만에 귀환… 주한 대사관 중 최대규모]

대만과 단교 후 中이 사용, 공사 전보다 4배 이상 넓어져… 24층 숙소동엔 52가구 입주
전세계 중국대사관 중 워싱턴 이어 두번째 규모


	중국대사관 위치 지도
지난 16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駐韓) 중국대사관 신축 공사 현장. 성인 키 네 배 높이의 공사장 가림 벽 뒤로 내정(內庭)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90m 높이의 대사관 건물, 중국식 기와로 장식한 정문, 마당의 정자(亭子)는 도색까지 마친 상태였다.

중국대사관이 연말 명동에 문을 연다. 신축 공사를 위해 2002년 청와대 근처 효자동으로 이전한 지 11년 만의 귀환이다. 중국대사관이 준공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11월쯤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문을 여는 주한 중국대사관은 커진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면적 1만7199㎡로 국내 주한 외교공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러시아대사관(1만2012㎡·서울 중구 정동)보다 크고,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9871㎡) 건물보다 두 배 넓다. 해외 중국대사관 가운데는 워싱턴 중국대사관(2만3000㎡) 다음 규모로 알려졌다.

1960년대 지어진 6층 콘크리트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대리석으로 외벽을 장식한 10층짜리 업무동과 24층짜리 숙소동이 들어섰다. 지붕은 기와지붕 형태로 멋을 냈다. 건물 연면적은 전보다 네 배 이상 넓어졌다.

신축 대사관 내부는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2008년 서울시가 승인한 신축 계획안에 따르면 숙소동에는 소형 오피스텔(57㎡)부터 중형 아파트(126㎡) 크기까지 총 52가구가 들어간다. 일부 방은 외빈 숙소로 쓰이고 나머지는 외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체력단련장·수영장, 이·미용실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명동 중국대사관 자리는 임오군란(1882년) 이후 위안스카이(袁世凱) 등 조선에 파견 나온 청나라 관리가 머물던 곳이다. 광복 후 대만대사관으로 쓰이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에 따라 중국이 넘겨받았다.


	주한 중국대사관 사진과 개요
당시 중국은 수교 조건으로 대만대사관 건물을 중국에 넘길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했고, 대만은 건물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 한국은 대사관 문제와 관련 차관급 대책반을 만들고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가 일일동향보고를 할 정도로 민감하게 다뤘다. 결국 중국 요구가 관철됐다. 현재 주한 타이베이대표부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에 입주해 있다.

10년간 대만대사관 건물을 그대로 쓰던 중국 정부는 2001년 연말 대사관 신축 계획을 발표하고 2002년 효자동으로 이전했다. 예산 문제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신축 계획이 두 차례 이상 보류된 끝에 2010년 정식 착공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은 새 중국대사관이 "명동 일대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동 핵심 상권이 인접해 있는 새 대사관은 땅값만 올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1600억원이 넘는다. 2008년에 서울시에 보고한 건축비만 312억원이었다. 실제 건축비는 훨씬 더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명동 일대 직장을 다니는 박성준(32)씨는 "높은 대사관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자연스레 강대국이 된 중국의 힘을 떠올리게 된다"며 "대사관 건물인 만큼 보안도 중요하겠지만 서울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홍콩총영사를 지낸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현재 효자동에 있는 중국대사관은 규모 면에서 날로 커지는 한·중 관계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새 대사관 건물이 연간 교역액 3000억달러를 눈앞에 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외교 인프라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