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벌개미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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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보라색 꽃을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했지요. 원래 저는 산에 사는 야생화였습니다. 햇볕이 잘 들고 습기가 충분한 계곡이나 산 가장자리가 제가 좋아하는 서식지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산보다 도심 화단이나 도로가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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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꽃잎과 노란 중앙부의 꽃망울이 크고 풍성한 데다 자생력도 강하고, 이 나라 특산종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무리가 전국으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한 번 심으면 뿌리가 퍼지면서 군락을 이루어 따로 관리가 필요 없는 점도 장점이지요. 촘촘한 뿌리가 경사진 곳 흙이 무너지는 것까지 막아주기 때문에 금상첨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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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 자라면 키가 50~80㎝ 정도입니다. 진한 녹색 잎 사이에서 줄기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는 꽃이 시원합니다. 저희는 한두 포기가 아닌 군락으로 피어야 멋집니다. 개화 기간도 길어 7월부터 10월쯤까지입니다. 제가 피기 시작하면 곧 가을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저를 '가을의 전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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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국으로 퍼진 계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습니다. 당시 국가 중대사들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국토 가꾸기 사업이 벌어졌습니다. 도로변에 루드베키아, 피튜니아, 메리골드, 샐비어 등 외래종들을 심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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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은 기왕이면 우리 고유의 꽃으로 도로를 장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떠올린 꽃이 저였답니다. 두 행사가 모두 가을에 열렸는데, 제가 대표적인 가을꽃인 점도 감안했지요. 그는 제 씨앗을 경남 지리산 자락에서 얻어 증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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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1985년 대관령 싸리재에 우리 무리 5만본을 처음 대규모로 심었습니다. 가을이 오자 이 일대는 연보라색 장관을 연출했지요. 한 야생화 전문가는 싸리재에서 우리 무리를 보고 "야, (우리 꽃 중에도) 이런 꽃이 있구나!"라고 감탄한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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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많은 사람이 일부러 찾는 꽃길로 유명해졌지요. 이어 강원도 태백시가 1987년부터 저를 시 외곽 길가 60㎞에 조경화로 심어 적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해마다 새로 심지 않아도 자연 번식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어서 가로 조경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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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무리는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피어 있는 우리 무리 중 상당수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분양받은 것입니다. 자생식물원이 우리의 친정 또는 종가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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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올봄 355만 가구마다 꽃과 나무를 심자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을 벌이면서 7개 한강시민공원과 안양천, 양재천, 중랑천 등에 우리 무리 200만본을 심었습니다.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등 우리 무리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도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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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햇빛이 잘 드는 벌판에서 자란다고 벌개미취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취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개미'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미상입니다. 다만 땅에 사는 개미와는 관련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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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학명 'Aster koraiensis Nakai' 중에서 속명 'Aster'는 희랍어 '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꽃 모양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이런 속명이 붙었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나를 별개미취라고 부릅니다. 저를 고려쑥부쟁이라 부르는 지방도 있지요. 이 나라 특산종이라 영어 이름은 자랑스럽게도 코리안 데이지(Korean Daisy)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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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저를 들국화라 부릅니다. 그러나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습니다. 참나무라는 나무가 없듯이 들국화도 야생의 국화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가을에 산이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라색 계통의 들국화는 저와 쑥부쟁이, 구절초가 대표적입니다. 우리 셋만 잘 구분해도 가을 산행이나 나들이할 때 눈이 밝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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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 중 구절초는 대부분 흰색인 데다 잎이 쑥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습니다. 저와 쑥부쟁이는 둘 다 연보라색인 데다 생김새도 비슷하답니다.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잎을 보는 것입니다. 저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잎이 작은 대신 '굵은' 톱니를 갖고 있지요.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 중에는 노란색 무리도 있습니다. 좀 있으면 산과 들에서 피어날 노란 들국화 중에서 꽃송이가 1~2㎝로 작으면 산국(山菊),
3㎝ 안팎으로 크면 감국(甘菊)이랍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가 대표적인 들국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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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菊 甘菊
저는 이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장 사랑받는 꽃입니다. 전문가들은 제가 30년 만에 야생화에서 관상용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한 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땅에는 역시 우리 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저는 곧 제가 코스모스 대신 가을꽃을 대표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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