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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그래,
그냥 살어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늦가을, 낡은 목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 거야,서로를 오래오래 그냥,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당신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 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옮겨 옴
Brothers Four - Come To My Bedside My Da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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