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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런던올림픽]축구 태극전사선전에 오천만이 환호했다.

제봉산 2012. 8. 11. 09:57

5000만 국민이 모처럼 한 마음이 돼 들썩였다.

국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11일 오전 3시45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을 뜬 눈으로 지켜봤다.

대표팀이 박주영(아스날)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둘 때까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은 붉은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축구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는 10일 오후 10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거리 응원전에 나섰다.

한일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대변하듯 서울광장에는 시민 1만5000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서울광장은 2002년 월드컵 때와 같은 열기로 가득했다.

전반 37분 박주영이 일본 수비수의 공중볼 처리 실수를 틈타 혼자서 약 20m가량을 돌파한 후, 4명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때려 골문을 열자 서울광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어 후반 11분 골키퍼 정성룡의 롱 킥을 박주영이 머리로 살짝 흘려주자 골문으로 쇄도하던 구자철이 몸을 날리며 오른발 슛으로 연결, 2번째 골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시민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노래를 부르며 광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시민 수십여명은 '꼬리잡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직장인 변희철(28)씨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완전히 갖고 놀은 경기였다"며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도 잘 싸워줘서 눈물이 난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12번째 국가대표'인 국민들의 함성은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역사적 장소다.

특히 대구 출신인 박주영(아스날) 선수가 전반 37분 일본의 수비수 3명을 연달아 제치고 선제골을 넣자 대구 시민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가족들과 함께 응원을 하러 온 문찬호(38)씨는 "일본을 누르고 첫 올림픽 첫 동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며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독도를 방문한 영향이 선수들에게까지 미친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응원전에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 중인 의무경찰들도 잠을 잊고 응원에 나섰다. 서울 중구 신당동 경찰 기동본부 3층 초록마루에서는 중대원 80여 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의경들은 오전 3시45분 시작하는 축구경기 응원을 위해 오전 3시께 기상했다. 규정대로면 취침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잠을 반납한 의경들은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연신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를 기원했다.

국민들은 가정과, 호프집, 식당, 찜질방, 극장 등 TV가 나오는 곳이면 어디라도 삼삼오오 모여 대표팀을 응원했다.

서울 동대문 전농동 C 치킨집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대형 TV앞에 모여 응원했다. C 치킨집은 평소 오전 3시면 영업을 끝냈지만 축구 응원을 위해 운영시간을 연장했다고 한다. 덩달아 매출도 2배가량 늘었다.

친구들과 함께 나온 박성욱(30)씨는 "금메달보다 갚진 동메달이었다"면서 "마음고생이 컸을 박주영 선수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전해주고 싶다.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64년 만에 올림픽 첫 메달을 신고한 대표팀의 선전에 5000만 국민이 하나된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