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부채40조엔느는데...댐건설50년..공사비눈덩이,빚만 쌓이는 정부,지자체

제봉산 2012. 7. 26. 22:01

◆ 돌파구 못찾는 일본경제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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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가량 떨어진 군마현 아가쓰마군. 깊은 계곡 사이로 공사가 중단된 교각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일본의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인 얀바댐 현장이다. 1962년 수도권 식수원 확보와 홍수 대비에 필요하다며 초대형 댐 계획이 마련됐지만 50년이 지나도록 댐 본체 건설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사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더니 민주당 정권은 아예 집권공약으로 건설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그 사이 건설에 필요한 예산은 2100억엔에서 4600억엔(약 6조6700억원)으로 부풀어 올랐고, 이미 3200억엔은 이주보상비로 지급된 상태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돌연 1400억엔(약 2조원)이 더 들어가야 하는 이 공사를 재개하겠다며 올 예산에 반영했다. 댐 건설의 당초 이유였던 수도권 물사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정치권이 관광수입 감소로 원성을 터뜨리는 지역 민심을 의식해 다시 밀어붙이기에 나섰던 것이다.

그 사이 노다 요시히코 정부의 한쪽에서는 매년 40조엔 이상 불어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 증세라는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과거 증세를 시도했던 정권마다 모두 조기퇴진 운명을 맞았던 위험한 카드였다.

우여곡절 끝에 현행 5%인 소비세율이 2014년까지 8%, 2015년까지 10%로 인상하는 법안이 지난달 26일 중의원을 통과했다. 다음달 참의원 표결에서 통과되면 소비세 증세는 확정된다.

2015년 이후 소비세 증세로 확보되는 추가 세수는 연 13조5000억엔(약 195조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정부 세출 90조엔의 15%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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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북쪽으로 170㎞ 떨어진 군마현 아가쓰마 계곡의 얀바댐 공사 현장. 민주당 정권 출범 초기 댐 건설 중지를 선언했으나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지난해 말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이것만으로 일본의 재정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올해 예산 90조엔 중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은 46조엔에 불과하다. 나머지 44조엔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빚으로 메워야 한다. 버블 붕괴 이후 매년 이처럼 적자 예산이 지속된 결과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960조엔까지 늘어났다. 이르면 올해 말 일본의 전체 국가부채가 1000조엔(약 1경4500조원)을 넘어선다.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 정치권은 소비세를 인상하자마자 돈 쓸 궁리에 바쁘다.

민주당은 얀바댐 외에도 도쿄순환고속도로, 신칸센 추가 건설 등 2030년까지 총 160조엔이 투입되는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소비세 인상을 도와준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도 마찬가지다. 자민당은 향후 10년간 200조엔을 투입해 고속도로, 신칸센, 항만 등을 건설하겠다는 `국토강화기본법`을 내밀며 노다 정부에 소비세 인상을 도와준 대가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아사히신문이 사설을 통해 "누구를 위해 소비세를 올렸는가"라며 질타했지만 정권 잡기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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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해외에서는 일본이 유럽에 이어 제2 글로벌 금융위기 진앙지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럽 위기에 취약한 아시아 국가 1순위로 일본을 꼽았다.

일본 국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2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GDP 대비 연간 재정적자 규모도 10.1%로 유럽 위기 진원지인 그리스(9.2%) 스페인(8.5%)보다 높다.

재정이 불안하면 경제라도 성장해야 하는데 지난해 일본의 GDP 성장률은 -0.7%였다.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보였던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못했다.

일본이 유럽 금융위기 국가에 비해 나은 부분은 경상수지가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정도다. 과거 벌어놓은 돈으로 해외에 투자했던 자산에서 매월 1조엔 이상의 소득수지 흑자가 나는 덕분이다. 가토 준코 도쿄대 교수는 "시한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수동적 자세로는 대처할 수 없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은 평균 연령 45세의 세계 최고령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이 복지예산을 늘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일을 하지 않아도 오히려 수입이 더 많은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일례로 도쿄의 경우 구청에서 주는 기초생활보조비가 월 14만8946엔(약 218만60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기준인 14만5470엔(약 213만5000원)보다 많다. 일본 11개 도도부현이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 같은 퍼주기식 복지예산이 올해의 경우 23조엔으로 전체 세출의 26%이다. 소비세 증세분도 빚을 갚는 데 쓰이는 게 아니다. 연 13조5000억엔 중 80%인 10조8000억엔은 이 복지예산으로 투입된다. 나머지는 마찬가지로 악화된 재정에 시달리는 지자체 지원 등에 사용된다. 소비세 증세가 재정건전화 대책이 아닌 추가 악화를 다소나마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