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 "1·2군 오갈바에는…" 전격 은퇴
한 시즌 최다 안타 196개, 역대 최다 도루 84개, 한국시리즈 MVP 2회…
개막전 엔트리 제외되자 선언 "이럴거면 작년에 말해주지… 나 아니면 누가 이러겠나"
'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정규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은퇴했다. 이종범은 1일 전화 통화에서 "3월 30일 이순철 수석코치로부터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31일 선동열 감독을 직접 만나 그 사실을 확인한 다음 미련없이 은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나 아니면 누가 이런 행동을 하겠느냐"고 했다.
◇"아쉽지만 후회는 하지 않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고 싶어도 야구 때문에 꾹 참았는데, 이제 원 없이 마실 수 있겠네요. 당분간 '놈팡이'생활 좀 즐겨봐야죠. 잠도 실컷 자고…."
개인 용무로 1일 서울에 왔던 그는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에 대해 "올겨울 동안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살도 많이 뺐다"며 "선동열 감독님하고 나하곤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럴 거라면 취임했을 때 1,2군을 오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만약 당시 그런 얘기를 했다면, 그때 결정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내 실력이 1,2군을 오가야 할 정도라면 코치진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력이나 기량으로 충분히 1군에서 뛸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내가 1,2군을 오가게 되면 주위에서 말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차라리 지금 시원하게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힘겨운 결정을 내린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밝았다.
이종범은 향후 진로에 대해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가 된다면 KIA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쉬면서 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아들 정후(광주 무등중 1년)군의 그동안 소홀했던 뒷바라지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후 군은 서석초등학교 시절인 지난해 KIA타이거즈기 대회에서 MVP에 뽑힌 유망주다. 아버지를 닮아 타격에 소질이 있고, 발도 빠르다. 이종범은 "야구에 대한 열정은 내가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하다"고 했다.
프로야구 KIA의 이종범(42)이 지난달 31일 은퇴를 결정했다. 이종범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많은 야구팬이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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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은 키(178㎝)가 크지 않았고, 힘이 대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빠른 발과 강한 어깨, 그리고 찬스에 강한 스윙으로 한국 야구사를 스스로 써내려 갔다. 이종범은 1993년 건국대 졸업 후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1994년엔 정규시즌 MVP와 타격 4관왕, 골든글러브를 휩쓸며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로 등극했다. 그가 1994년 정규시즌에 기록한 196안타와 84도루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그는 선동열 현 감독이 일본 주니치로 이적한 다음에도 1996,1997년 해태의 8,9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유격수 중 150개 이상 안타를 때리고 0.580 이상의 장타율과 1점대가 넘는 OPS(장타율+출루율)를 동시에 기록한 것은 1994년과 1997년의 이종범뿐이다.
1997년 해태에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 그는 이듬해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타격감이 살아나던 1998년 6월 한신전에서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오른쪽 팔꿈치를 심하게 다치고 나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종범은 당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까지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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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3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그는 2010년 7월9일 광주 한화전에서 2루타를 때려 한일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김조호 KIA 단장은 "올 시즌 내에 이종범의 이름에 걸맞은 은퇴경기를 거행할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