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교수의 말처럼 중소기업은 정말 어렵다. 대기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엄청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됐느냐, 그리고 해결책이 뭐냐다. 안 교수는 ‘대기업 탓’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중소기업 몫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못 늘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다. 대기업 탓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중소기업 탓이 훨씬 더 크다. 예컨대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중소기업 수가 너무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숫자가 일본과 미국의 5~7배다.
구조조정 돼야 할 기업들이 살아 있으면 잘하는 기업들의 뒷다리만 잡게 돼 있다. 정부 지원금만 겨냥하고 대기업 납품에만 목매는 기업들이 많아진 이유다. 당연히 자립과 경쟁력은 뒷전이다. 수출과 혁신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모두 대기업 탓인가. 똑 같은 중소기업인데도 기술로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수출로 자립한 기업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대기업의 모리배 관행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게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도 모든 게 대기업 탓이라면, 안 교수는 대중 선동을 하는 것이다. 무명의 시절에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다가 우리 기업들이 모토로라 짝이 나면 어쩔 셈인가. 지금은 한 번 처지면 아예 대열에서 이탈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미국이야 애플이나 GE가 없어도 끄떡없지만 우리는 선두기업들이 사라지면 큰일 나는 나라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 ‘남 탓’을 가르치는 건 비겁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