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순례길 나선 꼬마보고 눈물 왈칵
‘秘境의 길, 茶馬古道’(스물)
무아몽중의 오체투지 일가족 처음 만나
오체투지(五體投止).
세 걸음 걷고 난 후 두 무릎과 팔꿈치, 그리고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절하면서 부처님에게 예를 올리곤 다시 세 걸음 뒤에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으며 절하는 형태의 연속걸음걸이다.
이 걸음걸이로 행진을 하다보면 자연 배와 가슴 허벅지까지 땅에 닿는 전신투지(全身投止)의 모습으로 바뀌어 버린다.
(7 ~ 8세의 꼬마가 엄마와 함께 오체투지 순례에 나섰다. 꼬마는 너무 의젓하다.)
티베트인들은 이 오체투지의 걸음걸이형태를 ‘차체’라고 말한다.
이 걸음걸이를 할 땐 땅에 닿는 부분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가슴과 무릎 아래까지는 야크가죽으로 만든 앞치마를 입으며, 손과 발, 그리고 팔꿈치에는 나무와 가죽으로 된 보호대를 이용한다.
승려복장을 한 이들 부부는 복장부터 오체투지에 나선 차림이 아니다.
(오체투지 순례에 나선 가족 중 가장이 몸을 땅에 엎드리고 있다.)
(이들 오체투지 행렬은 50m 정도로 앞 뒤가 뚝뚝 떨어졌다.)
이들을 지나쳐 한참을 오르다보니 ‘진짜 오체투지 순례’에 나선 일가족 일행을 만난다.
낮 12시 50분, 황량한 바위산과 멀리 눈을 인 산맥이 둘러친 계곡으로 난 비포장 도로 위다.
한낮의 태양이 힘겨운 이들 가족의 오체투지 행렬 위에 내려쬔다.
가족들은 뽀얗게 먼지를 덮어쓰고 연신 세 걸음 뒤엔 전신을 땅바닥에 뻗치며 굼벵이 율동처럼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그 강렬한 햇볕을 가리는 모자 하나 쓴 이도 없이.
(관광객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부담스러운 듯 걸음걸이를 멈춘다.)
운전기사가 그들의 행렬 앞쪽에 차를 세운다.
얼굴은 땀으로 얼룩졌고, 이마와 코 주변엔 보송보송 땀이 돋았다.
아홉 명의 이 대가족순례의 길은 이미 무아몽중(無我夢中)에 이른 듯 느껴진다.
어느 누구의 얼굴에도 힘들다거나 고통스런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이 걸음걸이로 앞을 향할 뿐이다.
오체투지 순례 나선 꼬마로 눈물 왈칵
그렇다.
이를 두고 ‘무상무념(無想無念 :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을 떠남.)’의 상태에 다다랐다고나할까?
오직 그들은 부처님에게 모든 정성을 드려 예를 받치며, 부처님이 계신 성지 라싸로 한 걸음 한 걸음 향할 뿐이다.
그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차량도, 카메라를 얼굴에 들이대는 몹쓸 훼방꾼인 외국관광객도, 따가운 햇살도, 목마름도, … 다 떨쳐버린 공공적적(空空寂寂 : 번뇌나 집착이 없이 무아무심하다.)함을 여정의 늙은 나그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어른들의 발걸음은 그래도 빠르다. 행렬의 앞장은 서게 마련이다.)
이들 오체투지의 순례가족은 가장인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세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와 손녀로 이뤄졌다.
그들 중 맨 마지막 어머니와 함께 오체투지를 하는 어린 소년에게 눈길이 닿자 늙은 나그네의 눈엔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그 소년, 초등학교 1 ~ 2학년 또래로 보인다.
산발한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어머니와 함께 머리도 짧게 잘랐다.
얼굴은 검붉게 탄데다 광대뼈와 코에는 ‘고원홍’이 드러난다.(‘고원홍’ : 직사광선이 강렬한 고원지대에서 생활하면 저절로 얼굴의 광대뼈와 코와 그 주변이 다른 얼굴부위보다 더 붉게 타버린다. 이런 현상을 말한다. 티베트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이 ‘고원홍’이 있는지? 여부로 판별이 가능하다.)
( 노잣돈을 건넨다.)
(내가 탄 5호차 운전기사가 다가가 그들 모자와 얘기를 나눈다.)
우리 일행이 다가갔지만 무심한 듯한 소년의 표정엔 변화가 일지 않는다.
몇 푼의 돈을 주려고 정 사장님이 다가가자 그의 어머니는 반가운 듯 웃음을 지었으나 소년은 되레 너무 의젓하게 대한다.
“저 어린 것이~, 어쩌자고 이런 고행을 하고 있는지? 아직 철없이 뛰어놀고 응석부릴 나이인데…”, 가슴이 다시 찡해온다.
늙은 나그네의 여심(旅心) 푹 적시고 만다.
(어머니는 아들을 앞세우고 가장 뒷쪽에서 걷는다.)
9월 하순 라싸에 닿을 오체투지 가족
운전기사가 다가가서 이들 모자와 얘기를 나눈다.
중띠엔 부근에 사는 대가족이란다.
오체투지를 시작한지는 벌써 두 달이 가까워온다고 했다.
대가족이기에 발걸음이 한 없이 느릴 수밖에 없다.
(오체투지 가족순례단을 보곤 차를 세운다.)
이들 가족이 지금의 오체투지로 조캉 사원과 포탈라 궁이 있는 수도 라싸에 이르려면 한 여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선들바람이 부는 9월 하순쯤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3일 후면 늙은 나그네는 자동차를 타고 라싸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온몸으로 경전을 읽으며, 고원의 한여름 뙤약볕과 기온이 떨어지는 아침추위를 견뎌가며 3개월여 신체의 앞부분 전체를 비비고 끄는 고행을 계속해야한다.
이들이 조캉사원에 이르는 오체투지 순례는 즉 온몸으로 평생 읽을 경전을 모두 읽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란다.
“갠지스의 목욕으로 그동안 쌓아온 모든 죄를 모두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 힌두 교인처럼 이들의 이 오체투지 순례도 가름할 수 없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곤 어떻게 그 힘든 고행을 감히 해낼 엄두나마 낼 것인가.
(짐 실은 수레는 항상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보다 앞서 가기 마련이다.)
그들 가족은 비록 라마 승려는 아닐지라도 부처님을 향한 무한의 독경일 것이고, 수행일 것이며, 참선일 것이 분명하다.
오체투지 순례 길에 이런 준비를 했다는 것은 이들 가족이 모든 재물과 정성을 다 쏟아 부은 ‘지고의 가치’를 둔 ‘최고의식’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곤 남녀노소의 전 가족이 참여할 수도 없고, 두 대의 네 발 리어카에 짐을 가득 실을 수 없으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보조자를 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티베트인들, 오체투지 순례자에겐 공양을
이 가족과 작별하고 팍쇼로 향한다.
조금 달리다보니 이들의 잠자리와 먹을거리 및 취사도구를 싣고 앞서 가던 리어카 두 대가 길가에 서있다.
자세히 보니 오토바이에 네 발 리어카 두 대를 묶었다.
오토바이가 네 발 리어카를 끈다.
(수레를 끄는 사람이 점심식사 준비를 서둔다.)
(생수 몇 통을 건네주자 다정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리어카를 끄는 50대 초반의 이 남자는 도로변에서 취사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오체투지 가족순례자들을 위한 도우미인 셈이다.
취사는 물론 잠자리 마련도 이 사람의 몫이다.
때론 오체투지를 하다가 생명을 잃는 경우가 생기면 그 수습도 이 사람의 몫이 됨은 물론이다.
(운전기사와 수레 끄는 사람, 그리고 늙은이가 함께 찍었다.)
(운전기사는 그 사람과 많은 얘길 주고받는다.)
기름을 난로에 부어 불을 지핀다.
임시굴뚝을 세워 연기를 배출시킨다.
물을 끓여 수유차를 만들 것이다.
미리 준비해온 그들의 주식인 ‘짬빠’(칭커를 뽁아 만든 가루. 우리의 미숫가루와 비슷함)와 ‘빠바’(칭커 가루로 만든 빵)를 꺼내놓고.
그리고 때론 ‘뚝바’(야크고기로 국물을 낸 국수)를 끓여내 그들에게 영양을 보충시켜줄지도 모른다.
난 그 남자에게 우리가 싣고 다니는 플라스틱 생수 몇 병을 건넨다.
그는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만 이내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비록 오체투지 순례길 보조자에 불과한 그지만 그 역시 공공적적함이라는 정신세계에 이른 것으로 느껴진다.
티베트인들은 길 위에서 ‘오체투지 순례자’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돈이나 식량을 공양한다.
자신이 하지 못한 오체투지 순례를 이들이 대신해 주고 있어 이 공양 품은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공양 받은 물품은 순례자의 식사나 다른 경비의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군인도시 팍쇼(八宿)에서 늦은 중식
늙은이가 탄 꽁무니 5호차는 앞차가 보이지 않는데도 사진촬영 등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버린다.
벌써 오후 1시를 지난다.
그제야 운전기사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고갯마루를 오른 후 내리막길을 질주한다.
(팍쇼 시내에 닿는다. 전화국 건물이다.)
(시 청사 건물인지 제법 번듯하게 지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다른 일행이 중식을 먹고 있는 팍쇼(八宿 : 빠쑤 : Paksho)의 한 식당에 닿는다.
“왜 늦었느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오체투지 순례가족 사진을 찍는다고 늦었다는 얘긴 할 수 없어 “지프가 고장이 났다.”고 얼버무린다.
그리곤 식탁에 끼어든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은 식당.)
(팍쇼 중심거리.)
(팍쇼 버스터미널. 버스는 한 대도 없이 텅비었다.)
팍쇼(빠쑤) 또한 중국 인민군이 만든 도시다.
천장공로의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곧은 도로 양쪽에 관공서와 병원, 그리고 상점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직 이곳은 인민광장은 만들지 않은 작은 도읍에 불과하다.
(길거리 당구장. 한낮이라 당구를 즐기는 사람이 없다.)
(팍쇼 인민의료원.)
해발 2.600m도 차마고도 구간 중에는 아주 저지대에 속한다.
이 주변 산들은 적갈색 민둥산이다.
산사태 상흔이 참혹하게 여기저기 흩어졌다. 참 삭막한 곳이다.
팍쇼 시가지엔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티베트인 부인들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 아이들을 중국이 세운 ‘인민의원’이라는 병원에 데려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간이우편취급소를 찾는 남자들도 보인다.
한낮이라선지 군인차량과 군인의 왕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길거리 당구장도 퍽 한산하다.
(간이 우체국.)
(우체국 앞 거리에 나온 티베트인들.)
중식을 먹은 식당이 버스터미널 옆이다.
버스터미널은 이 도시를 들어오면서 왼쪽인 산비탈 쪽에 자리했다.
길을 건너 오른쪽에도 상점과 식당이 늘어섰다.
그 뒤론 파롱 강이 흐르고, 강 건너 티베트마을이 자리한다.
(티베트 마을에서 읍내로 나온 티베트 모자. 뒷편엔 마니차를 돌리면서 걷고 있는 티베트여인도 보인다.)
(인민청사 건물인 듯 홍기가 펄럭인다. 높은 송수신탑도 보인다.)
마을 뒤편엔 동카사(同佧寺)란 오래된 라마사찰이 있다.
1473년에 건립된 이 사찰엔 고(古) 인도에서 만들어진 불상 등 여러 유물이 있다고 한다.
우린 시간에 쫓겨 티베트마을이 있는 도로오른쪽을 건너가 보지 않아 티베트전통마을도, 동카사도 보지 않고 바삐 팍쇼를 떠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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