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250만 개 지급 … 먹고 난 포장지는 왜 안 보일까
“안 먹고 몰래 내다 팔아 신의주에 유통시장 형성”
라면·칼국수 등 간식에 취업 석 달이면 얼굴 좋아져
개성공단 의류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 |
하지만 요즘에는 장마당에 팔아 돈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契)까지 생겼다. 통일부 당국자는 “초코파이를 사들이는 수집상이 나타났고 북·중 국경지역인 신의주에 유통시장이 형성될 정도”라고 말했다. 공단 근로자들이 퇴근 때 소지품 검사를 받는데도 다른 지역에 유통되는 것은 폭발적 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초코파이는 ㈜개성유통이 독점 공급한다. 원조는 오리온이지만 납품 가격이 맞지 않아 후발인 롯데제과와 크라운에 낙점됐다. 납품가는 개당 125원으로 남한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이정구 개성유통 사장은 “북한 근로자들의 선호도나 비용과 유통 편의 등을 따져볼 때 초코파이를 대체할 품목이 없다”고 말했다.
커피믹스는 최근 급부상한 기호품이다. 남북이 근무하는 개성 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북측 관계자들은 “이거 한 잔 먹어야 힘을 내 일하지”라며 수시로 커피를 즐긴다. 북측 운전기사나 근로자들도 사무실 등에 비치된 커피믹스를 일회용 컵에 타 먹는다. 한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스턴트 커피로 바꿨다가 북측의 볼멘소리에 커피믹스를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자본주의의 묘약’이라며 금기시하던 예전과는 확 달라졌다.
공단지역 군부·세관 당국은 때아닌 ‘음란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통관 과정에서 남측 근로자가 USB에 야한 동영상을 담아 갔다 망신당한 사례도 있다. 사무실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다 적발돼 북측에 벌금을 물기도 했다. 언더웨어 업체인 A사는 포장 문제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여성 모델이 실린 포장박스를 북측 근로자에게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북한 당국의 요구였다. 결국 커튼을 치고 포장은 남측 근로자들이 맡는 쪽으로 해결했다. 속옷이 그려진 이 회사 차량은 “우리 근로자를 다 망쳐 먹으려 하느냐”는 군부의 반발에 출입을 제한받기도 했다. 생산설비 포장에 쓰인 폐지 더미 속에 비키니 달력이 발견돼 북측 세관원들이 문제 삼은 일도 생겼다. 조선족 마사지 여성을 뒀던 공단 내 복지시설 송악플라자는 군부 실세인 김영철 국방위 정책실장이 “이런 건 필요 없다”는 말 한마디에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