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지금 농촌은

장미향이나느 시골을 ...귀농

제봉산 2009. 11. 29. 18:55







경남 산청 이상호 대표

1993년, 산골농장의 이상호씨가 처음 친환경축산으로 방향을 잡았던 때 길잡이로 삼을만한 선구자도, 좋은 생각이라며 뜻을 모아준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친환경축산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금, 이 씨는 누구보다 앞서있다.

시대를 읽은 양계업자

경남 산청군 신안면, 지리산 능선을 따라 좁은 아스팔트길이 나있다. 몇 번의 굽이를 돌았을까, 거짓말처럼 눈앞에 큰 농장이 나타났다. '이 곳이 양계농장?' '산골농장'이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 순간에도 제대로 찾아온 것일까 하는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마치 수목원에 온 듯 수많은 장미들과 야생화, 분재, 그리고 수석들이 지리산 자락과 어울려 장관이다.

 

"당시는 친환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모두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생산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된 시기였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닭을 위하는 일이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했다. 닭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당장 눈 앞의 이득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우리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공해, 무질환, 고신선, 고영양의 2無2高를 목표로 삼았다. 무항생제 사료만을 사용하고, 양계장 내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흐르도록 했다. 음악은 닭들의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고, 이는 닭의 수명 연장과, 혈란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농장 자체의 모습에도 많이 신경을 썼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부터 야생화까지 다양한 꽃들을 심었다. 조각상들과 분재, 수석들로도 농장 주변을 가꾸었다.

무공해, 무질환, 고신선, 고영양의 2無2高

경남 지리산 해발 250미터에 위치한 산골농장은 계사 내의 일정한 온도 유지, 사료 반입량, 음수량, 경보체계관리, 소등과 점등 시간 등 모든 것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농장 부지만 10만 평이 넘고, 직원 수도 20명이 웃돈다. '산골란'이란 이름으로 대형마트에 유통되는 산골농장 계란의 하루 판매량은 20만 개.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직접 판매도 한 달 150-200상자에 이른다. 양계농장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산비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고자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여느 계란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IMF 위기 때에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 전이어서 남들보다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환경친화적 양계업을 하고 있는 '산골농장' 이상호 대표. photo by 김진석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닭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면서 계란을 생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환경친화축산에 대한 믿음

한걸음씩 천천히 산골농장의 주변을 걷다보면 지나온 시간들이 생각난다는 이상호씨다. 그만큼 오랜 세월 공들여 지금의 '산골농장'의 모습을 만들었고, 그 시간동안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런 이상호씨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이 시대적인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형식에 그치는 환경친화축산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해도 되겠지,  혹은 친환경이라는 이름만 내세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그 의미는 사라진 겁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고개를 흔들 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하는 일이 옳은 길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믿음도 없이 내 속을 채우려 '친환경'을 이야기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실망감뿐이라고 이상호씨는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