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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산행"담양,금성산성"

제봉산 2009. 5. 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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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산행 | 금성산성 & 담양 대나무축제] 북문에 오르면 푸른 담양호가 발아래

담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나무다. 실제로 담양 어디를 가 봐도 대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담양에서 대나무축제가 5월2~7일 담양 죽녹원과 관방제림, 담양천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축제 기간에 맞춰 대나무로 만든 여러 죽공예품을 구경한 뒤 금성산성에 한 번 올라보자.

금성산성은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힐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담양의 금성산성은 도로 이정표를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끝에 금성산성 6㎞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메타세콰이어 거리에서 10분 남짓 담양호 방향으로 가다가 바로 앞에 담양온천 리조트를 두고 우회전하면 된다. 매표소 입구에서 소형차 2,000원, 대형차 5,000원의 주차비를 받는다. 조그만 언덕을 살짝 넘으면 커다란 주차장이다. 여기서부터 산행이다.


▲ 금성산성 옹성격인 보국문을 들어서면 겹겹이 쌓은 산성이 바로 펼쳐진다. 오른쪽에 보이는 성이 내남문격인 총용문.
주차장에서 20분 남짓 오르면 동학농민혁명군 전적지라고 적힌 푯말이 나온다. 동학 지도자 전봉준의 마지막 결전지라고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금성산성 남문 입구까지 1.1㎞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지금까지는 임도였지만 이곳을 지나서부터 산길 등산로다. 호젓한 숲길도 있고, 바윗길도 가끔 나온다.

남문 입구에 오후 3시40분에 도착했다. 문 밖에서 사적 353호인 금성산성을 바라보니 완전한 요새를 방불케 한다. 성 밖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문 외엔 침입할 수 있는 틈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본 산성 중에 가장 견고하게 보였다. 산성 축조 시기는 고려 우왕 6년(1380년)이라고 적혀 있다.

입구엔 보국문(輔國門)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일종의 옹성격이며 외남문이라고도 한다. 내남문격인 충용문(忠勇門)이 바로 안쪽에 있다. 여기에서 등산로를 선택해야 한다. 성을 따라 도는 순환코스가 있고, 옛절과 민가터를 확인하면서 중앙을 가로질러 북문으로 가, 거기에서 동문과 남문으로 돌아오는 회귀코스가 있다. 이 중 성과 옛 흔적을 두루 살필 수 있는 후자를 권할 만하다. 충용문에서 동문~북문~서문~철마봉~충용문으로 돌아오는 성곽순환코스는 6.4㎞, 후자는 이보다 좀 짧은 5.2㎞다.

중앙으로 들어섰다. 대나무가 천지로 널려 있다. 대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스스스~샤샤~~. 큰 소리가 아니다. 작은 바람을 이는 상쾌한 소리다. 굉장히 경쾌하게 느껴졌다.

옛 보국사터에 도착하니 만개한 산수유와 벚나무 한 그루가 등산객을 반긴다. 옛 절은 온데간데없고 주민이 놓은 듯 양봉통만 일렬로 자리 잡고 있다.

▲ 담양과 금성산성 개념도

금성산성은 완벽한 천혜의 요새

다시 대나무 바람이 불어온다. 마치 바람이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같다. 외부의 견고한 모습과 달리 성 안은 굉장히 포근했다. 천혜의 요새이고 완벽한 산성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성산성의 4대문 중 가장 높은 북문에 도착했다. 사방이 탁 트여 서쪽에 있는 담양호가 바로 발밑에 있는 듯했다. 북동쪽으론 산성산과 군립공원 강천산이 멀리 보인다.

산성산은 5월 15일까지 산불통제기간이라 입산금지다.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천산 방향으로 구룡폭포 1.8㎞ 푯말이 나왔다. 옛 마한시대 아홉 명의 장수에 얽힌 사연을 간직한 폭포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나 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을 하나씩 풀어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성곽을 따라 돌다 보니 다시 한 번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부에서 식량만 자급자족된다면 영원히 점령당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 조망도 즐기고 산성의 역사를 생각하며 걷던 발걸음이 어느 덧 동문까지 왔다.

동문은 옹성 형태로 축조돼 있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고 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반원형이나 원형으로 쌓은 작은 성이다. 남한산성이나 강화산성과 같이 우리나라 산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성의 형태다.

금성산성은 내성도 갖추고 있다. 내성은 한마디로 성 안의 성인 이중성이다.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니 동자암이 나왔다. 동자암에는 매스컴을 탄 화제의 인물들이 살고 있다. 청산, 보리, 황룡, 청룡, 구봉 등 다섯 스님이 한 가족을 이루어 금성산성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무술의 고수다.

동자암엔 각종 무술 장비들이 잘 정돈돼 있다. 막내 구봉은 이제 갓 10세를 넘겼을 뿐인데 날아올라서 다리를 180도 벌리는 장면의 사진이 걸려 있다. 무술 고수가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인터뷰해볼까 싶어 사람을 찾았으나 불행히 인기척이 없다. 다들 모처럼 읍내로 나갔는가 보다.

오후 6시 충용문 위쪽 대나무 숲에서 갈라졌던, 처음 출발했던 그 길로 돌아왔다. 2시간20분 만이다. 주차장에서 이 코스로 산행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딱 4시간 걸리는 한나절 산행으로 적격이었다. 오전에 대나무축제를 즐기고 오후에 산행까지 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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