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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킬리만자로의 표범 - 조용필

제봉산 2008. 10. 14. 10:17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련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출처 : Paradise
글쓴이 : 꿈☆이여다시한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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