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들.
역대 최고의 대통령되는 비결은...
제봉산
2015. 1. 9. 21:28
역대 최고 대통령 되는 비결… '공감 대통령' '통일 대통령'으로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인 이유
핵심 업적, 스토리텔링, 상대적 우위 영향력 등 갖추고 있어야
박 전 대통령 뛰어넘으려면 '공감 대통령' 넘어 '통일 대통령'으로
핵심 업적, 스토리텔링, 상대적 우위 영향력 등 갖추고 있어야
박 전 대통령 뛰어넘으려면 '공감 대통령' 넘어 '통일 대통령'으로
* 한 영화가 대한민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벌써 천만에 가까운 국민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였다. 주인공 덕수역으로 분한 황정민의 열연에 관객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화면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 많은 이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 영화는 바로 <국제시장>이다. 우리 근대사를 다룬 신파조의 영화가 숱하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영화가 이처럼 ‘흥행대박’을 달리고 있는 것일까. 황정민과 김윤진 그리고 오달수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빛난 연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 평범한 아버지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영화 설명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흥남철수, 메러디스 빅토리호, 피난민, 미군정, 이승만 정권, 학생의거, 군사혁명, 월남전, 파독, 이산가족찾기, 서울 올림픽. 영화 속의 장면 장면은 바로 현재까지 이르는 우리의 역사다. 힘들었지만 그 속에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눈물이 난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기쁨이 함께 한다. 자유를 억압받기도 했지만 희생 속에 민주화를 이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이 묻어난다.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에 대한 비평(批評)이 다채롭다.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 차지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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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못지않게 우리 현대사를 주도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다. 영화가 개봉되는 시점에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이 실시한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3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그림1). 박 전 대통령은 과반이 넘는 응답자로부터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다. 왜 박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된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것일까.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받지만 전반적인 국민들로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역대 최고 대통령이 되는 비결을 분석해 보았다. 우선 모든 국민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기억되는 핵심 업적(Key Achievement)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에만 한정되지 않는 인물에 대한 이야깃거리 즉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풍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향력(Comparative Priority)의 지속성이다.
핵심 업적이 있어야 한다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업적(Key Achievement)이 있어야 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에서 거제를 거쳐 부산으로 피난 온다. 덕수네 가족들이 먹을 것이라곤 고작해야 개죽 정도에 불과했다. 전쟁이 끝나서도 가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나라는 정치로 어수선하고 국가경제는 형편없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광부로 머나먼 독일행을 선택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2015년에도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국가 최우선 과제는 ‘먹고사는 문제’이다. 먹고사는 문제. 이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업적으로 연결되는 인물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전쟁 직후 세계 120여개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빈곤한 나라였다. 광복70년이 된 현재,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고 G20 세계 주요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중심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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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나랏님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가난을 극복하는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인물로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Key Achievement)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라는 핵심 키워드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저장된 결과이다.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이 지난해 12월 20~22일 실시한 조사에서 산업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잘 이해하는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 선호도는 더욱 도드라졌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응답자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8.9%의 선택을 받았다.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그림2). 민주화를 기준으로 대통령을 평가하는 성향이 강한 30대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 평가는 상당했다. 30대들은 임기 중에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1위(34.0%)로 꼽았지만 박 전 대통령(32.2%)과 비교할 때 불과 1.8%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조차 모를 나이들이다. ‘산업화’와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매우 광범위함을 방증한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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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통령과 관련된 풍부한 이야깃거리 즉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어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공통점은 풍부한 이야깃거리이다. 그냥 몇 대 왕이나 몇 대 대통령으로만 기억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통령 중에 손에 꼽히는 인물이 링컨과 워싱턴 대통령이다. 제퍼슨이나 루즈벨트 대통령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았겠지만 인물들의 주변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한 소녀가 더욱 신뢰받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링컨 대통령에게 수염을 길러보라고 한 것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들과 함께 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월남전 파병, 파독 광부 및 간호사,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결국 본인의 죽임까지 어느 것 하나 세간의 이목을 끌지 않은 것이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드라마의 소재가 될 만하다. 여기에 대통령 주변의 인물 특히 육영수 여사에 대한 이야기는 종합편성채널의 1순위 소재가 되고 있다. 딸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스토리텔링은 더욱 극적이다.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호는 고향인 대구와 경북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이다(그림3). 인물에 대한 기억이 특정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역을 초월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최근 인기리에 체인점이 확대되고 있는 막걸리 전문점에서조차 박 전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막걸리를 우선 광고할 정도다.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향력이 지속돼야
역대 최고 대통령이 되는 마지막 비결은 상대적인 영향력(Comparative Priority)의 지속이다. 대통령 평가의 특징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이다.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평가에 그치지 않고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에 대한 공(功)만큼이나 민주화에 있어 과(過)의 비판이 뒤따른다. 하지만 공과에 대한 평가 모두 상대적이다. 민주화에 대한 우위를 가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평가가 높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민주화에 대한 허물은 더욱 커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민주화 그룹(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체 2위이지만 2030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권에서는 1위였지만 다른 지역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 가장 초라한 평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전체적으로 0.3%에 불과했고 정치적 기반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단 한사람도 없었다. 비판만 쌓여 있을 뿐 전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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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 정치사의 민주화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이벤트가 1987년 6.29 선언이다.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지식인층의 화이트칼라 소위 ‘넥타이부대’였다. 비판적 인식이 강한 화이트칼라층에서 박 전 대통령은 43.2%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업적 평가를 받았다(그림4).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임기 후 또는 사후에 상대적인 영향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된 후 최근까지 다양한 기념사업이 진행되었다. 관련된 기념관이 여러 곳에 세워졌고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학계의 연구 또한 지속되었다. 박 전 대통령 직후 두 차례나 군 인사들이 집권한 것도 영향력의 지속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영향력 지속의 결정판은 가족인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다. 최초의 부녀 대통령의 탄생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없이 선거 승리가 가능했을까. 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상대적인 영향력은 또 지속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전에 이미 자신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념관을 준비한다. 근래 들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관람객들로 문정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앞선 2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의원(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선후보까지 거쳤고 현재까지 야권의 최고 실세로서 상대적인 영향력을 지속하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뛰어넘으려면 '공감 대통령' '통일 대통령'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박 전 대통령을 꼽는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핵심 업적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상대적인 영향력을 대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00만 관객을 감동시킨 <국제시장> 영화 속에 해답이 있다. 아직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아버지를 잇고 있는 우리 자식들은 산업화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후속편이 나와도 극장에 줄지어 가 있을 우리 모습을 상상하면 역대 대통령이 되는 기준 또한 쉽사리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이 나와야 박 전 대통령을 대체할 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업적의 크기나 영향 정도, 이야깃거리의 다양성, 상대적인 영향력의 지속 차원에서 볼 때 ‘통일 대통령’이다. 통일은 과거의 모든 이슈를 뛰어넘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통일 대통령'이라면 1위 등극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앞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대통령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공감 대통령'의 탄생이다. 영화 <국제시장> 한 장면의 명대사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오롯이 대변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모진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